몇 년의 세월이 흘렀어요.미월의 간청으로 인해 옥빈은 냉궁행이 아니라 출궁하여 감로사로 가게 되었어요.그곳에서 그녀는 조용하게는 살았지만 은근히 여승들의 괴롭힘을 당했답니다.결국 그녀는 감로사에서 쫓겨나 능운봉이라는 선방에 기거했습니다.그 사이 그녀의 딸 페리시에는 아름답게 자라났어요.이제 열여섯 소녀가 된 것이지요.간악했던 황후 아이린은 폐위되어 경인궁에 갇혔습니다.아이린을 몰아낼 계획을 꾸민 건 다름아닌 선귀비 미월이었어요.미월은 그새 둘째 6황자 꿀밤도 낳고 귀비에 오르며 후궁관리권을 얻었어요.그렇게 황후와 후궁 투탑을 이루다가 그녀를 밀어내고 1인자가 된 것이에요.미월의 영향력은 황후나 다름없었어요.
베르메오: 짐도 이제 오십이 넘었군.여전히 월아 너는 아름답구나.젊고,생기있고.
미월: 신첩도 예전과는 달라졌어요.많은 일을 겪었지요.
베르메오: 그래도 짐의 마음속에 너는 그날 달빛 아래에서 눈물흘리며 배소를 불던 소녀다.영원히.
미월: 폐하는 늘 신첩 편이 되어주셨지요.가끔 원망도 하였지만 어쨌거나 폐하는 제게 진심이셨습니다.신첩은 영원히 폐하의 사람입니다,폐하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멋지세요.
베르메오: 내일이 페리시에의 생일이라지?
미월: 예,작은 연회를 준비했습니다.
베르메오: 그 아이 어미의 업보만 아니었더라도...(한숨)
페리시에는 네 살 적 친모 옥주를 어렴풋이 기억한 채 유비 선화의 손에서 자랐어요.아이 없이 외롭던 선화는 페리시에를 친딸처럼 잘 길렀지요.페리시에는 친모를 거의 기억하지 못했어요.자기 기억 속 그 여인이 친모임은 눈치챘지만 굳이 선화에게 물어보진 않았어요.두려웠으니까요.
미월은 그 아이를 볼 때마다 자꾸 옥주가 생각이 나서 한번 그녀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다시는 보지 않기로 했지만,어떻게 사는지 궁금했고 딸아이의 소식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미월은 아무것도 무섭지 않고 옥주의 회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으나 그래도 뭔가 꺼림칙했죠.페리시에의 생일날,미월은 화공을 시켜 그녀의 그림을 그려두었어요.조촐한 공주의 연회날,황제와 후궁들이 모두 모여 무희의 춤을 감상했습니다.페리시에도 소녀인지라 살짝 들떠 보였어요.그녀보다 기뻐 보이는 건 유비였지만 말이에요.그날 밤,황제가 딸을 위해 유비의 쇄옥헌으로 가고 미월은 혼자 남아 생각에 잠겼어요.조금 후 총관태감 로렐란츠가 가비마마가 오셨다고 알렸지요.가비는 설빔이었습니다.설빔도 그 세월 동안 7황자 골뱅을 낳고 가비로 책봉되었어요.미월은 조금 변하고 분위기도 어두웠지만 설빔은 거의 달라진 게 없었어요.정말 동안이었답니다.
설빔: 선귀비를 뵈옵니다.
미월: 어서 일어나게,동생.이 밤에 무슨 일이지?
설빔: 골뱅은 먼저 자라고 보냈습니다.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요.(앉는다) 오늘 페리시에 공주의 생일이었지요?해서 그런데 제가 한번 폐빈을 찾아가고 싶네요.
미월: 폐빈이라면 옥씨 말인가?
설빔: (고개를 돌린다)옥씨가 악독하긴 했어도 공주의 어머니죠.한때는 우리의 자매였고.
미월: 그래,네 마음대로 해라.
설빔: 허락하시는 건가요?저는 마마께서 다시는 그녀와의 왕래를 하지 않으실 줄 알았어요.
미월: 네 말대로 우리와 옥주 언니는 자매였잖아.설빔,나는 아직도 그 시절을 그리워해.지금이 훨씬 안정적이지만 그때가 더 웃는 날이 많았지.
설빔: 언니는 참 많이 변했어요.그래도 그때를 잊지 않았군요.걱정 마세요,알아서 잘 하고 올게요.
그녀가 가고 미월은 조용히 눈을 감았어요.그리고 로렐란츠에게 내일 그녀가 갈 때 그림을 챙겨주라고 명령했습니다.그날 밤,미월과 설빔뿐만 아니라 선화도 쉽사리 잠들지 못했어요.본인도 페리시에 친모의 근황이 궁금했지만,페리시에에게 어머니는 자기 한 사람이길 원했어요.그녀는 옆에 잠든 베르메오를 두고 일어나 한참을 앉아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