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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제 시위 참가했어.

행인 |2016.11.05 13:49
조회 86 |추천 1


얼마 전에 상을 당했어. 그래서 한동안 많이 슬프게도 하고 힘들기도 했어. 근데 이걸 누구한테 달리 말할 수가 없더라고. 가족들 모두 힘들고 슬픈데 내가 이렇게 슬프고 힘드니 날 위로해달라 말할 순 없잖아. 또 친구들한테도 말하기가 힘들더라고. 같은 반 친구들만 알고 다른 친구들은 몰라. 다들 학교 다니라 바쁠텐데 굳이 연락해서 말하기도 미안했고.


어제는 원래 야자 해야 하는데 빠지고 시청역에 다녀왔어. 사실 난 어제 시청역 근처에서 촛불시위를 하는 걸 모르고 있었어. 사건 터지고 나서 계속 뉴스기사 찾아봤었지만 사실 요즘은 나도 여러모로 힘드니까 그러기가 쉽지 않더라고. 한동안 핸드폰을 아예 안 하기도 했었고.


사실 어제 시청 갔었던 건 돌아가신 할머니 보러 갔던 거였어. 기도 하면서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고, 나와서 집에 가려니까 그냥 이대로 가고 싶지 않더라. 그래서 그냥 계속 걸었어. 그러다가 채널A 사옥 옆에서 시위를 하려고 모여 있는 분들을 봤어. 나도 이번 사건 터졌을 때 저번주에 청계광장에서 시위를 한다 했을 때 나도 정말 가고 싶었는데 용기가 부족해서 못 갔었거든. 그래서 저번에 판에 시위 참가했다던 글 보고 정말 대단하다 싶었고.


처음엔 그냥 지나갈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 시위에 참가하려 모여드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도 분명 그곳에 있었고 뒤에서 쳐다보고 있는 시람들도 있었으니까. 고민하고 있는데, 어떤 외국인 여성분도 지켜보고 있더라고. 그걸 보니까 나도 이 싱황을 그냥 외면하면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그 자리에 서서 시위를 준비하는 걸 지켜봤어.


막상 내 앞에 닥쳐졌는데 이게 쉽지가 않더라고. 그냥 한 발만 내딛으면 되는데도. 그러다가 플래카드라 해야 하나 아무튼 그 종이들을 나눠주시는 분이랑 눈이 마주쳤어. 그리고 언제 시작하냐고 물으니 7시에 시작한다고 하시더라. 아직 30분 정도가 남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지라, 계속 망설이고 있었어. 그래서 언제 끝나는지 한 번 더 물었더니, 이후에 백남기 농민 관련해서 9시에 또 해야 돼서 8시에 끝나고 내가 망설이고 있는 걸 아셨는지 중간에 나가도 된다고 하셨어. 그 말을 듣고 용기를 낼 수 있었고 퇴진, 하야 관련한 플래카드를 받았고 내게 힘내라며 응원도 해주시더라.


내가 막 도착했을 땐 준비하고 있었을 때니까 시람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촛불도 어느 정도 남아 있었던지라 나 역시 촛불을 들고 시위에 참여할 수 있었어. 근데 나중에는 준비한 촛불이 다 떨어져서 못 받은 분들도 많다고 하더라고.


되게 감사했던 게 사실 교복치마를 입고 있었던지라 그냥 맨바닥에 앉기는 좀 꺼려졌었어. 하필이면 그날 가방에 종이같은 것도 없었거든. 처음엔 그냥 맨바닥에 앉았다가 바닥이 너무 차서 어디 앉을 자리 없는지 찾고 있었는데, 야외 벤치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 한 분이 자신이 깔고 앉아 있던 돗자리를 나한테 건내주셨어. 이거라도 깔고 앉으라고. 처음에는 괜찮다고 사양했는데도 쓰라며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고.


시위 시작하고서도 중반 쯤 됐을 땐가 앞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일어나시면서 나한테 자기 쓰시던 돗자리를 건내주시더라고. 괜찮다고 나도 받은 게 있다고 그러니 안 주셔도 된다고 했는데도 그 옆에 같이 오신 것 같던 다른 할아버지께서 그냥 쓰라면서 계속 권하시더라고. 이때 나눠준 돗자리가 큰 돗자리를 한 사람이 그 위에 앉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자른 건데 가러다 보니 내가 처음에 받은 건 좀 작은 거였고 이땐 좀 큰 거였어. 결국 감사하다고 받았고 내가 쓰던 건 뒤에 있는 다른 분한테 드렸어.


어제 시위에는 광운대 학생회랑 현재 파업중인 철도노조 말고도 여러 단체들도 참여했어. 이건 여담인데 철도노조에서 음향 시설을 지원해줬다며 그래서 음향 시설이 정말 좋다고 사회자분이 얘기하셨어.


어제 시위 참여하면서 주변을 계속 살펴봤는데 역시 경찰들이 많이 상주하고 있더라. 그리고 시위하는 동안 정말 많은 분들이 몰려들어 함께 해줬고. 몰랐는데 행진을 하면서 세종대로 지나 청계광장까지 가는데 사람들이 진짜 많더라고. 그때 진짜 뭉클했어. 그때 사회자분이 하신 말씀으로는 사전에 경찰측에서 행진은 불허한다고 했다는데 그 누가 우리를 막을 수 있겠냐며 하야하라라고 외치며 행진했어. 근데 음향 시설 좋은 거 실감한 게 그때 시위장소에서 그래도 좀 많이 떨어졌는데도 사회자분이 마이크로 하야하라라고 외치는 게 선명히 들리더라.


그리고 또 행진하려고 사람들 일어났을 때 떨어진 것들 다들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이들 줍고 그래서 멋졌고, 어제 우울했던 거 같이 외치면서 해소된 거 같았어.


사실 이 글을 쓴 건 내가 이 얘길 달리 주변 누구에게 하기 힘들어서야. 가족들한테도 친구들한테도 말할 일은 없을 것 같아. 근데도 내가 이 글을 쓴 건 내가 이렇게 대단한 일을 했다는 걸 알아달라는 게 아니라, 나도 했으니 너희가 하는 건 더 쉬우리라 생각해서 그런 거야. 행진 중간에 빠져나와서 그 이후는 잘 모르지만 혹시 당시 상황에 대해 궁금한 거 있으면 질문해줘. 가능한 선에서 내가 대답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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