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주의
사실, 아직도 너를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던 나였는데. 1년 가까이 생각만 하던 것들을, 너에 관한 추억을 떠올리며 글을 써보려 한다. 글솜씨가 없어 글이 지저분할 수 있다.
초등학교 학기 초, 남녀 짝으로 자리를 정했다. 내 앞번호의 친구가 착각하여 맨 뒷자리로 가고, 뒷번호인 내가 너의 옆자리에 앉았다. 뭐, 그때 너와의 추억은 별것 없었다. 이상한 건 남아있는 기억 중 대부분은 네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같이 앉게 되었지만 나는 붙임성 있는 성격도 아니고 너에게 장난을 치는 남자아이들도 꽤 있어서 많이 친해지지는 못했다. 번호 교환도 안 했으니. 졸업 후 남자 중학교에 입학했다. 스승의 날이 지나고 난 후였는데,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너를 만났다고 했다. 사실 지금도 그 얘기를 왜 나에게 했는지 궁금하다. 나에게 말을 해줄 정도로 너랑 친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고등학교 2학년. 그때의 나는, 공부의 필요성도 모르고 목적도 없었다. 학기 초, 왠지 너의 소식이 궁금해져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연락했다. 근데, 읽지 않는다. 분명 SNS를 이용하고 있었다. 기분이 살짝 상해 친구에게 '왜 읽지 않느냐'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다음날, 답장이 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다음 날, 네가 먼저 번호를 물어봤다. 한동안 연락은 하지 않았는데 어느샌가 네가 마음속 한구석에 자리잡았다. 몇 번 꿈에 나왔다고?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그때 너의 프로필 사진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여름방학이 지나고 나서 추석 연휴, 너를 향한 마음이 상당히 커졌을 때 카카오톡으로 너에게 연락을 하고 싶었다. 차를 타는 3시간 동안 연락하고 싶었지만, 왠지 마음이 너무 두근거려 할 수 없었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할아버지 댁과 큰 집을 왔다 갔다 하는 동안 내 정신은 연락에만 쏠려있었다. 평소에 잘 시청하지 않는 TV를 앞에 두고 연락을 해볼까 말까 하며 고민하는 사이 몇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고 어느새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차 안에서 핸드폰 시간을 보며 계속 연락을 미루다가 다시 몇 시간이 흐르고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눈 딱 감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친구끼리 연락하는 게 뭐 어때라며. 반사적으로 전원 버튼을 눌러 화면을 끄고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알림이 울리길 기다렸다. 답장이 오기 전, 몇 분 동안 별생각이 다 들었다. 답장은 몇 분 되지않아 왔다. 답장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동시에 진작 전송 버튼을 누르지 못한 아까의 나를 탓했다.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다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얘기가 나왔는데, 나는 평소에 TV를 거의 안 본다. 가족이 보고 있으면 가끔 보는 정도? 육아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몇 번 본적이 있어 얘기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모바일 게임 이야기도 나왔다. 열흘 정도는 게임 아이템만 주고받았다. 선톡을 기다린 것도 있지만, 막상 내가 먼저 하려고 해도 어떠한 얘기를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결국, 너가 하던 모바일 게임 이야기를 주제로 톡을 주고받았고 너의 반응은 괜찮았다.
몇 달 동안 연락을 하며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간절히 바랐지만, 너는 여학교에 다녔고 학교도 꽤 떨어져 있어서 접점이 전혀 없었다. 여느 때와 같이 연락을 하다가 학원 이야기가 나왔다. 너는 초등학교 시절 옆 옆 동의 규모가 꽤 큰 학원 다니다가 그만두었다는 것과 지금 다니는 학원에 관한 것을 이야기해주었다. 찬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거다 싶어, 어느 학원에다녀?라고 물어봤다. 네가 학원의 이름을 말해주자마자 지도 어플을 켜 위치를 검색했다. 내가 다니는 학원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접점이 생겼다는 것이, 내심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며칠 후, 내가 학원 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어떤 게 있을까 라며 넌지시 물어보았고 너는 몇 편의 버스를 알려주었다. 버스는 몇 편으로 줄었지만 너가 학원 가는 시간을 모를뿐더러 어떤 버스를 타는지도 몰랐다.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너무 낮았다. 네가 말해준 버스를 타면 내가 다니는 학원까지 10분 정도는 걸어야 했지만 상관없었다. 학원 갈 시간이 되어 집 근처 지하철 앞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너를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탈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반쯤 지났을까. 뒷자리에 뭔가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프사에서는 안경을 쓰고있지 않았기 때문에 긴가민가했다. 설마 하며 카톡을 보냈다. 읽지 않는다. 빨리 핸드폰을 보란 말이야! 라는 생각과 함께 문자도 보냈다. 답장이 없다. 나는 애가 타며 네가 맞는지 아닌지 흘끔흘끔 쳐다봤고, 그 사람이 시선을 느꼈는지 내 쪽을 몇 번 쳐다봐서 고개를 돌렸다. 수시로 핸드폰을 봤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이윽고 내릴 정류장이 되었고 너로 추정되는 사람을 보다가 내리려고 하는데 이런, 내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늦게 내리게 되었다. 얼른 교통카드를 찍고 버스에서 내려 그 사람에게 달려갔다. 횡단보도 신호를 한번 놓치면 너무 멀어지기에 애가 탔다. 그 사람 옆으로 가서 말을 걸기 전 핸드폰을 슬쩍 보았다. 내가 보낸 카톡 메세지와 길이가 비슷한 것 같았다.
-혹시 ㅇㅇㅇ?
그 사람이 나를 쳐다봤고 놀란 표정이 되었다. 나는 웃음을 숨길 수 없었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걸었다. 너를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았다. 그때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학원 수업 시작까지 십몇 분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마침 버스정류장 앞이기도 하고 권유를 받아서 버스를 타게 되었다. 처음 타보는 버스여서 노선도를 봤는데, 아뿔싸 다음 정류장에서 정차하지 않는 버스였다. 양해를 구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무리하게 빠져나왔다.-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착각한 거였다.-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너와 비슷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초행길이어서 불안했다. 괜히 버스를 탔다며 후회할 때쯤 네가 보였다. 다가가서 불렀는데 너무 깜짝 놀라 해서 미안한 감정이 들면서도 귀여웠다. 가면서 시답잖은 얘기를 하다 보니 네가 다니는 학원 앞에 도착하였고 인사를 나누고 학원으로 얼른 갔다. 수업 쉬는 시간마다 카톡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너와 만났다는 것, 그 때문에 계속 웃음이 나왔다. 그 날은 11월 11일이었는데, 너는 수업이 열 시에 끝난다 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수업 끝나자마자 빼빼로를 사서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하지만 너는 학원에서 주어진 과제의 할당량을 모두 채워 20분 정도 일찍 끝난 상태였고 나는 수업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너와 같이 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쉬워하던 찰나, 네가 시간이 맞으면 학원을 같이 가자는 말을 하였다. 솔직히 많이 당황했다. 그 말을 내가 먼저 하고 싶었지만, 왠지 너가 거리를 둘것같아 망설였었는데. 느껴본 적 없던 기분을 느꼈다. 설마 네가 먼저 그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그 이후 매일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비중이 큰 건 게임 이야기였다. 게임 이야기를 빼도 나눈 이야기는 정말 많았지만, 너와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매일 쓸데없는 내용으로 선톡을 했다. 너랑 비슷한 급의 대학을 가고 싶어 공부하게 된 건 그때부터였다.
짬 나는 대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놀라기 시작했다. 공부를 아예 안 한 건 아니었지만 갈수록 학교에서 자던 시간이 늘어나던 애가 어느 날 갑자기 성적이 올라가기 시작했으니. 자율이었던 야자 시간에도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참... 공부할 동기가 전혀 없었는데, 너 때문에 공부를 하게되다니.. 아직도 신기하다. 유일하게 시간을 비효율 적으로 쓸 때는 너와 관련된 시간뿐이었다. 네가 학원을 가는 시간과 너와 이야기를 하는 순간. 말하기 조금 민망하지만, 네가 학원을 가는 시간에는 네가 타는 버스만 타고 네가 없으면 다음 정거장에서 이전 정거장으로 돌아가 다시 탔다. 다음 정류장에서 타도 되지만 너를 보기 위해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절대 그럴 수 없었다. 버스 배차 간격이 어느 정도 되니 가능했었다.
겨울 방학 중 일부러 학원에서 멀리 떨어진 네가 사는 곳의 주변 도서관으로 공부하러 갔다. -나는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인데, 너가 사는 동네는 바람이 많이 불었다. 어떻게 돌아다녔는지 참 신기하다.- 학원 방향에 비슷한 거리의 도서관이 있었지만, 그 도서관은 많이 걸어야된다느니 시설이 안좋다느니 자기합리화를 했다. 근처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학원 갈 시간이 너와 비슷하다 같은 핑계를 대며 너의 집 앞에서 기다리기도 했고 몇 번 같이 가기도 했다. 한번은 네가 준비를 여유롭게 하지 못했는지 늦게 나온 적이 있었다. 버스는 이미 왔고 너는 버스를 먼저 타라고 했다. 나는 네가 오나 안 오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파트 단지 입구를 쳐다보며 버스를 못 본 체했다. 너는 나올 준비를 하느라 잠시 답장을 못 했었고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아 학원 방향으로 가는 다른 버스정류장 쪽으로 걸어갔다. 횡단보도 근처에서 기다리면서 저 멀리에서 뛰어오는 네가 보였고 단번에 알아보았지만, 너를 기다렸다는 마음이 창피해서 아는체할 수 없었다. 네가 횡단보도에 도착해 기다리는 동안 너에게 말을 걸었고 너는 놀란 눈치였다. 어색한 연기로 버스를 놓쳤다고 했다. 버스에 탄 사람이 많았지만, 뒷자리 두 개가 남아있었고 너랑 둘이 앉게 되어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엄청 좋아했다.
시간이 흘러 학기 초가 되었다. 방학 동안의 빡센 일정 때문에 개학하고 싶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학교에서도 여유가 나는 데로 자습했다. 때는 중간고사, 내신으로는 힘들었기에 중간고사는 대충 준비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일주일 정도는 수업시간에 서술형 답안을 확인하는데, 옆 반 수학 선생님께서 누군가를 찾았다. 내가 수학 과목 1등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일반 인문계고에서 과목 1등이 글을 쓸 만큼 자랑이냐 할 수 있다. 하지만 평생을 남들 하자는 만큼만 하자는 안일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점심시간에 밥을 제대로 먹기가 힘들었지만 믿기 힘들면서도 헛웃음이 나왔다. 소식을 듣고 제일 너에게 먼저 전해주었고 너는 축하를 해줬다. 왠지 너에게 제일 고마웠다. 중간고사가 지나고 기말고사도 지났다. 전처럼 운 좋게 과목 1등을 할 수는 없었지만, 처음으로 높은 수시 등급을 받았다. 물론 2년간의 성적이 있기에 올라간 성적이라고 해도 애매한 수준이었다. 수시 기간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고민이 많아질 시기였다.
방학 중이었던가 방학 전이었던 것 같다. 비가 와서 꾸물꾸물한 날이었고 기분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우연한 마주침을 가장하기 위해 너희 학원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눈을 이리저리 굴려 너를 찾다가 반대편에서 네가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게 보였다. 기다린 티를 내지 않기위해 모르는척하며 반대쪽을 보며 기다리고 있는데 이상했다. 분명 횡단보도를 건넜는데 너가 정류장으로 오지 않는다. 길 끝쪽을 보니 네가 우산을 쓰고 저 멀리 걸어가고 있었다. 평소 학원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다음 정류장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탔는데 무언가 이상했다. 가방의 우산을 꺼내어 쓰고 뒤따라가 인사를 했다. 그런데 나를 피하는 느낌이 들었다. 너의 이상한 반응에 몇 마디를 더해보았지만 한 손으로 카톡을 열심히 할 뿐 대꾸도 별로 없었다. 계속 말 거는 것도 이상하고 분위기도 이상하여 조용히 뒤를 따라갔다. 네가 먼저 버스에 타고 나는 뒤따라 탔는데 비 오는 날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았다. 뒷자리에 한 자리가 남아 너는 빈자리로 가서 앉았다. 중간에 있는 자리라면 말이라도 해볼 텐데 사람이 많아 그럴 상황도 아니었다. 집 방향으로 가는 길에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저 반응은 뭐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었다. 너의 집 앞 버스정류장까지 가서 이유를 물어볼까 했지만, 날씨도 날씨고 꼴불견이라는 생각에 인사도 하지 않고 먼저 내렸다. 내린 후 카톡으로 여유있게 톡할 수 있을 때 말해달라고 했다. 집에 도착해서 옷도 갈아입지 않고 가방을 내려놓으면서 답장을 기다렸다.
답장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오늘 상황이 이해가 안 되니 솔직히 말해달라고 했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너는 시기가 시기인 것도 있고 내가 귀찮기도 하고 학원에 관한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학원 선생님께서 둘이 있는 걸 봤다고 했다. 전에 들은 적이 있다. 학원에서 연애한다는 소리가 들리면 퇴출당한다고 했지.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안 해주고 사람을 그렇게 무시하는 게 어디 있는가. 역시 많은 생각이 났지만 일단 알았고 오해할 만한 상황을 만들어서 미안하고 앞으로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이후로 연락은 끊겼다. 방학 동안 공부고 뭐고 이 주 정도는 한심하게 살았다. 학원은 나갔지만, 공부는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내가 공부를 하게 된 동기가 사라져버렸으니. 그러다가 지금까지 한 공부가 아깝기도 하고 이제 와서 막 나갈 수는 없으므로 애써 괜찮은 척 공부를 했다.
수능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별 긴장감도 들지 않았다. 수능 당일, 국어는 평소 모의고사보다 어려웠다. 수학과 영어는 평소와 비슷했지만, 위기감 없이 지냈더니 감이 다 떨어졌다. 국어는 평소보다 많이 잘 봤고 수학은 못 봤다. 영어는 평소보다 살짝 잘 봤다. 수학을 A형으로 바꿀 걸 그랬지만 바꿀 수도 없는 처지였다. 아무튼, 남은 건 정시밖에 없는 상황에서 원하는 학과로 학교를 저울질해봤지만, 재수는 영 아닌 것 같아, 친척분들이 살고 계신 고향 근처의 학교에 넣었다. 운이 좋아 적당한 대학교에 다니고 있고고 내가 한 공부에 후회는 없다.
사실, 예전부터 한 달에 한 번 정도 너의 반응이 무뚝뚝 할때마다 너와 나 사이의 관계가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고 수차례 생각했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연락하기 시작한 이후로 내가 자꾸 쓸데없는 말을 걸 때, 나와 마주쳐 같이 갈 때 등 네가 귀찮아하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 이기적이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꾸준히 연락했고 만날 수 있는 시간이면 네가 다니는 학원주위를 돌아다녔다. 너는 답장을 잘해주었고 네가 웃어준 기억들이 머리에서 계속 재생되어서 비효율적인 행동들을 그만둘 수 없었다.
여름방학 사건 이후로 1년이 더 지났다. 수능 직후 여행 겸 해외로 가게 되어 비행기에서 연락을 해봤는데, 너무나도 냉담한 반응에 말을 도저히 이어갈 수 없었다. 너는 겨울 방학 이후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아무것도 올리지 않았고 페이스북을 탈퇴한 건지 비활성화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연락을 해보고 싶었던 적은 수없이 많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재수 중인 것 같아 꺼려지고 수능이 끝났다 해도 마찬가지다. 수능 주제로 선톡을 했다가 '아니'라는 단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수능은 잘 봤을지 작년에 준비하던 논술을 다시 준비했는지도 모르겠다. 연락하고 싶다가도 너의 반응이 예상되어 무섭다. 전처럼 차갑게 반응하면 어떡하나, 읽고 무시하지는 않을까, 차단하지는 않았을까…. 이대로 연락을 하지 않는 게 내 정신상태에는 좋을 수도 있다. 이성으로서는 아니어도 꽤 친했다고 생각했는데 수능 전까지 연락을 자제하자는 말 한마디 하는 게 어려웠을까
그때 일 이후로 잊어보려고 엄청 노력했다. 너는 성격이 고약할 거야 같은 합리화를 하고 너의 단점만을 생각해서 널 밀어 냈다. 너에게 서운함을 느꼈던 적만을 생각해서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며 너를 까내렸다. 없었던 일로 했다. 얼마 동안은 괜찮았다. 아니, 사실 괜찮은 척을 했다. 우울했지만 즐거운 척을 했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고 생각했다. 가끔 너와 관련된 꿈을 꾸는 동안은 정말인 거 같다 가도 잠에서 깨면 허무함에 종일 우울하다. 사람들과 얘기하거나 어떤 것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면 너와 했던 얘기가 생각나면서 정말 별 얘기를 다 했구나 싶다. 전부 잊은 것 같은데 네가 말했던 것, 좋아하는 맛, 맛있다고 했던 음식, 네가 놀러 갔다고 했던 곳 전부 기억난다. 요즘에도 너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보면 아닐 거라는 걸 알면서도 뚫어져라 쳐다본다. 얼굴을 확인하고서야 갈 길을 간다.
여담으로, 어렸을 때는 웃는 것과 사진 찍는걸 상당히 좋아했었는데 크면서 치아 때문인지 두 가지를 상당히 피했었다. 교정은 진작했지만 습관 때문인지 기피하는 것은 여전했다. 너와 연락하기 시작한 후 부자연스러운 웃음을 보여줄 수는 없었기에 너가 자주본다는 TV 프로의 남 배우를 보며 웃음을 따라 연습하곤 했다. 많은 사람들이 웃는 게 상당히 매력 있다는 얘기를 해준다. 다 쓸 수는 없지만, 너라는 사람으로 인해 인생에서 많은 게 바뀌었다. 너를 좋아하지 않았을 경우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글 처음에 왜 너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너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얼굴? 이쁘긴 이쁘지. 많은 남자들이 찝쩍거릴 것 같아 많이 불안했고 지금도 그렇다. 성격? 뭐 웬만한 친구 이상으로 잘 맞기는 한 거 같은데, 모르겠다. 사실 왜 너에게 갑자기 관심이 생겼고 연락을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정말 너에 관한 꿈을 지속적으로 꿔서 그런가. 꿈을 꾸면 꿈에 나온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니 너의 성격이 떠올라 그랬을까. 너를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정작 너는 아무 감정 없었을 텐데 혼자만 이렇게 미련한 짓을 하는 내가 한심스럽기도 하다. 이 등신짓을 언제쯤 그만둘까. 아니 그만둘 수는 있을까.
후반에 쓴 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주로 하다가도, 너가 관련된 기억이 떠오르면 그냥 미소가 지어지면서 사실 긴 꿈이 아니었나 생각하기도 한다. 내가 미쳐서 망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고백이라긴 뭐하지만, 수능 끝나고 몇 주 지나고 쯤.. 너랑 직접 만나서 얘기나 하고 싶다. 시간을 내줄지는 미지수이지만, 내가 좋든 싫든 면전에서 직접 말하는 걸 들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여름방학에 사소한 일이 있었지만, 그런 일로 너를 밀어내기에는 내가 너라는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너 때문에 이 사이트를 들락날락거렸는데, 또 너 때문에 이사이트에 왔네. 쓰다 보니 재미도 없고 글만 쓸데없이 긴데, 푸념할 데도 없고 글을 쓰면 이런 생각을 좀 덜 할까 싶어 글을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