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 십국 시대,남당에 메두사라는 빼어난 미인이 있었어요.그녀는 자태가 요염하고 특히 길고 긴 머리칼이 환상적이어서 사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답니다.그만큼 그녀는 고충도 많았어요.채하라는 관리의 첩이었던 메두사는 망나니 황족 봉닭에게 납치를 당하기도 했어요.봉닭은 메두사를 겁탈하려 했지만 그녀가 기지를 발휘하여 빠져나왔지요.메두사를 사랑한 채하는 황제 고구마에게 봉닭의 처벌을 요청했지만 그는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풀려났어요.채하는 억울했지만 연인 메두사의 눈물과 하소연에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억지로 참았어요.그런 부군이 메두사는 너무도 안타깝고 슬펐습니다.
사실 채하에게는 부인이 없었어요.여자라고는 메두사와 또다른 첩 미월뿐이었죠.인품 좋고 관직도 상승 중인 그에게 유씨 집안에서 혼담이 들어왔어요.유진이라는 아가씨와 그를 맺고 싶다는 거였어요.유진 낭자는 여성스럽고 단아한 여자였어요.채하도 그녀에게 호감을 갖고 둘이 종종 만나기도 하였어요.아들의 혼인은 채하의 홀어머니의 가장 큰 소망이었기에 그는 꼭 그러고 싶었어요.그와 유진이 만나고 있고 아마 혼인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얄미운 미월이 위하는 척 다가오자 메두사는 차갑게 대꾸했어요.
메두사: 그래서요?월 언니는 어때요?
미월: 그게 무슨 말이야?
메두사: 언니도 채하의 양첩이잖아요,정실 부인이 들어오는 게 좋은 일은 아니죠.그런데 아까부터 뭘 그리 들떠 있어요.
미월: 네가 오해했네,난 좋아한 적은 없어.그나저나 정말 니 말이 맞긴 하다.유진 낭자가 들어와서 적장자를 낳으면 우리는 아예 기도 못 펼 거야.
메두사: 노마님은 늘 며느리와 손주를 원하셨고 채하에게도 잘 된 일이에요.그렇게 생각하려고요.
미월: 메두사,난 네가 안타깝다니까?나야 총애도 못받고 대인의 옛정으로 여기 머물러있는 것뿐이지 넌 다르잖아.
메두사: 다를 것 없어요.어쨌든 나도 첩이니까요.첩은 첩이고,정실은 정실이죠.우린 우리 할 거나 잘하자고요.
얼마 후 결국 채하와 유진의 혼례가 치러졌어요.그때 메두사는 눈물과 한숨으로 밤을 보냈어요.마당의 밤하늘을 불꽃놀이가 아름답게 수놓았는데,메두사의 가슴은 찢겼어요.헌데 몇 달 후 문제가 생겼어요.남당 공주 은바가 또 채하를 보고 반해 그에게 시집가고 싶다고 한 거예요.은바 공주는 고구마가 가장 아끼는 자식이었답니다.채하는 어머니 천상명월에게 유진은 좋은 여자이며 이왕 혼인을 했으니 백년해로하려 한다며 단호한 뜻을 밝혔어요.천상명월도 그를 지지했고요.
헌데 설상가상 봉닭이 메두사를 잊지 못하고 편지를 보내며 연심을 전하기까지 하니 이 집안은 조용할 날이 없었어요.
채하: 왔어?메두사,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너도 그렇지?
메두사: 당신을 돕지 못해 분할 뿐이에요.이럴 때 나는 그저 연약한 존재군요.봉닭을 죽이고만 싶어요.폐하는 사촌이라고 무조건 비호하시는 걸까요?
채하: 미월이 니가 요즘 아프다더라...의원을 부를까?
메두사: 내 병은 마음의 병이에요.화타가 온다 해도 못 고쳐요.그리고 미월이 그랬다고요?그녀 말은 듣지 말아요.
채하: 질투하는 거야?
메두사: 당신..
채하: 어머니도 공주와의 혼인은 원하지 않으셔.폐하께 내 뜻을 전했으니 처분을 기다릴 거야.
메두사: 당신이 가는 곳 어디든 따를게요.당신의 뜻이 곧 내 뜻이에요...
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의 유진은 혼돈의 집안을 잘 정리하고 채씨 집안이 망할 것을 경계하고 재물을 훔쳐 달아난 하인을 강하게 처벌하는 등 아랫사람들을 엄격히 관리했어요.늙은 천상명월도 그녀를 믿고 전적으로 살림권을 맡겼습니다.채하는 유진의 존재가 든든했어요.그녀의 아버지까지 조력자가 되어주니 그는 좀더 힘을 얻은 듯했지요.암군 고구마는 은바가 울고 짜니 채하를 압박했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어요.그는 머리를 조아리며 그간 충성을 다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아내와 어머니를 위해 살게 해달라고 간청했어요.
고구마는 메두사 때문이냐고 물었습니다.채하는 메두사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대답했어요.고구마는 또 봉닭이 자꾸 메두사를 달라고 한다며 귀한 황녀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그 여자 때문이 아니냐고 캐물었어요.채하는 은바 공주님을 모독할 마음 없다며 노하셨다면 죽이시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