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랑은 동갑이고 대학원에서 만났어요. 저는 같은대학 같은대학원, 신랑은 다른지방대학을 다니다가 대학원을 서울로 진학했구요. 자연히 저는 친구들이 많았고 신랑도 사람들 잘 사귀며 적응 잘 하고 다니다가 수업에서 만나서 신랑의 끈질긴 구애로 사귀고 결혼했습니다.
사귀면서 신랑은 온학교가 다 처가 같다고 농담삼아 얘기하곤 했어요. 선배들 후배들 교수님들 만나면 니가 oo이(저) 남자친구냐 묻고 관심 보이고.. 원래 친화력이 좋은 사람이기도 했지만 제 남자친구라 더 많은 모임도 나가고 사람들도 만나곤했어요. 바로 전 직장도 제가 소개해줬어요. 저한테 들어온 자리였는데 저는 다른 직장을 다니던터라 당시 남친에게 연결해준거죠.
근데 신랑이 제 친구들을 다 싫어합니다. 모임 같이 나가서 친구들이랑 싸우고 온적도 있고 친구들 얘기하면 듣기 싫다고 얘기하지 말라고 딱 잘라요. 싸운 이유는 서로 의견이 안 맞아서인데 저와 제 친구들은 술자리에서 토론을 많이 하는데 토론이라는게 적당한 근거를 가지고 서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거잖아요.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면 자신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하고 상대방 이야기가 정당하면 수긍하고 아니면 더 알아보자며 이야기 끝내고.. 근데 신랑은 자신의 주장에 반박하는걸 못견뎌요.
저랑도 이야기하다가 제가 아는것과 다른 얘기를 하길래 그럼 니가 본 기사 나한테도 좀 보내달라했다가 싸웠습니다. 신랑이 역사에 대해 빠삭한데 어느날은 역사 좋아하는 후배랑 술마시다가 서로 다른 이야기가 나오니 후배가 자기도 자기가 본 책 찾아볼테니 신랑도 어디서 본건지 찾아보자고 했다가 난리가 났습니다. 자기가 그렇다면 그렇게 알면되지 자기가 없는 소리하겠냐며 건방지다고 화를 내더라구요. 이런게 몇번 반복되다보니 신랑도 제친구들 만나는거 싫어하고 사람들도 신랑을 모임에 잘 안 부르더라구요. 그래서 저 혼자 나가곤했는데 그것도 싫어합니다. 모임 다녀오는 날이면 제친구들 욕에 학교 욕까지.. 이제는 아예 자신과 분리시켜놓고 너희들이라는 말로 싸잡아서 비난해요.
모임간다고 하는 날이면 자기 저녁은 어쩌냐.. 결혼했는데 혼자 먹어야하냐.. 자기는 외롭다.. 나 아프다 가지마라.. 이렇게 한두번 빠지다보니 이젠 저도 자연스레 멀어지더라구요. 신랑 불편해서 집에도 못 놀러오고 그러다보니 이젠 이젠 모임 못나가는게 당연시 됐어요. 단톡방에 공지가 되긴하는데 따로 연락해서 참석여부 묻거나 역할을 맡기지를 않아요.
문제는 제가 이런 상황이 힘들다는거에요. 친정식구들과 다름없는 사람들이었는데 멀어지는것도 속상하고 모임후기 사진들 보면 속상한걸 넘어서 제가 불행하게 느껴질 정도에요. 신랑에게 넌지시 그사람들 못본지 오래되서 보고싶다 했더니 사상에 빠져 허우적대는 썩은 상아탑이니 감성은 없고 이성만 남은 인본주의자들이니 말도 안되는 말로 비난하길래 또 싸웠어요.
제가 어렸을때 차별받고 자란 기억때문에 학창시절 우울증까지 왔었는데 누가 알면 업신여길까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제 어린시절 상처까지 다 오픈할정도로 가까운 사람들이고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어린시절 이야기할 수 있을만큼 치유해준 사람들인데 근거없이 비난받는게 싫어 이젠 저도 이야기도 안 꺼내요. 점점 불행하다는 생각이 자주드니 이혼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신랑친구들은 자주 만나요. 신랑 친구들은 대부분 고향친구고 회사원들이에요. 만나면 게임하고 당구치고 주말에 같이 여행가고.. 제가 원래 사람 만나는거 좋아하고 게다가 동갑들이라 금방 친해졌어요. 친구중 하나는 본인 연애상담을 저한테 할 정도로 가까워졌어요.
주말에 또 자기 친구들하고 여행가자길래 나도 내 친구들 만난지 오래되서 이번 주말에 만나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또 비난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신랑친구들 비난했습니다. 신랑 친구들이 경상도에서 거칠게 자라서인지 말이 거칠어요. 친구중 하나가 여자를 보ㅈ라고 지칭해서 제가 완전 정색하고 신랑이 엄청 화냈던적도 있어요.
또 제 친구들을 대가리에 든것만 많은 애들이라 비난하길래 니 친구들은 다 저급하다고.. 생각도 저급하고 입도 저급해서 수준 맞춰주기 힘들다고 질러버렸어요. 몇몇은 그렇지만 대부분은 좋은 사람들이라 홧김에 내지르고 마음이 편치 않아요. 이런 제가 점점 싫어집니다.
평소 저와 제 가족들한테는 엄청 잘해요. 자기는 처가 사위가 아니라 아들이라고 자기입으로 말하고 다니고 부모님한테도 잘하고, 시부모님도 너무 좋으신 분들입니다. 근데 결혼생활하면서 제가 점점 불행하다고 느껴요. 이런일로 이혼 생각하는게 철이 없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