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만 하던 판에 처음 글써봅니다...ㅠㅠ
2년 넘게 사귄 남친이랑 헤어졌어요... 다른 이유 정말 아무것도 없이 그냥 단지 맞춤법 때문에 헤어졌는데 남친은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저도 정말 맞춤법만 아니면 다 좋은 남자친구라서 헤어지고도 지금까지 자꾸 생각나네요.. 남자친구는 3년전 이맘때쯤 만났어요. 수시 발표나구 학교가 멀어 처음 자취 시작하면서 집앞 편의점 알바하던 남친을 만나게됐죠. 처음엔 낯선 환경속에 만난 친절함에 반했는지 1주일 썸타다 저는 남자친구랑 사귀기로 했어요 같은학교는 아니었지만 남자친구는 2년간 제가 강의 마칠때 마다 시간 맞춰서 한결같이 데리러와줄 정도로 잘해줬어요. 방학때마다 전국으로 여행도다니구 부담될정도도 선물도 많이해주고 매일 붙어있다가 집에 와도 자기전까지 통화하다 잠드는 그런 연애를 2년동안 했었죠.. 그러다 제가 독일로 교환학생가게 됐어요. 한학기 다녀오는거라 큰 문제 없이 다녀오기로 했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문제가 생기더라구요. 매일 전화하던 제가 전화가 안되는 첫 순간이었으니까요. 물론 사귈 때 당시에도 전화가 안되는 상황은 있었어요. 명절날 가족이랑 있다던지 학교 mt라던지 하지만 그땐
'전화되면연락해줘기달리께!'
라고 한통 보내고 말아요. 평소에도 문자나 카톡은 잘안해서 그러려니 했죠. 저 한줄만 보면 이상함을 느끼긴 힘들기도 했구요. 하지만 독일 도착하고 받은 첫 카톡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자기 아픈데 없이 잘갔지? 몸은좀 엏때?'
엏때는 오타겠거니 했는데 엏때도 지가만든거에요.
'거긴 저녘이지? 여긴 이제 벌써 새볔 3시ㅜㅜ'
저녘만오면 모르겠는데 새볔보고 느낌이 싸하긴 했어요. 돼되의 문제도 ~로서 ~로써 이런걸 틀린다고 뭐라 하는게 아니에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낸답니다. 스카이프로 통화하잔 계획도 룸메를 생각못해서 계속 카톡만 하게됐고 이젠 더이상 뭐가 틀린 말인지 저조차 헷갈리기 시작하면서 바쁘단 핑계로 연락이 줄이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꾸준히 한방씩 먹여 주더라구요.
남 - "자기 나오늘 저녘에 친구들이랑 술한잔하고올께"
저 - "또 밤샐려구?? 너무 늦게까지 놀진말구!ㅜㅜ"
남 - "ㅎㅎ어떻해 알았지..새볔은되야들어갈꺼같은데.."
한달쯤 지나고 나눈 대화에요. 저녘과 새볔은 이해했어요. 만나면 꼭말해줘야지 하고 넘어갔는데 어떻해는 어떡하죠? 어떻해를 보고 어땧는 어때ㅎ? 의 오타가 아닐수도있단 확신을 가졌죠. 한국가면 꼭 말해줘야지. 상처안받게 이쁘게 말해줘야지 고민고민 하면 한학기가 지나고 한국에 왔어요. 근데 남친 얼굴을 못보겠는거에요. 계속 저녘 어떻해가 생각나서 그날은 집에서 쉰다 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일주일간 가족이랑 보냈죠. 그러다 진짜 말하자 해서 큰맘먹구 술한잔하면서 말했어요.
"오빠야 카톡할때 저녘아니라 ㄱ이야 저녁이야 할아버지같애 그거 옛날 맞춤법 아니야?" 라고 말했어요 물론 옛날 맞춤법도 아니에요. 조선어학회 맞춤법 통일안에도 1933년 부터 저녁이라 명시됐으니까요. 그냥 기분상하지 말라구 돌려말했죠. 처음엔 안믿길래 술값 내기까지 하고 나서야 네이버를 찾아보더라구요. 지도 안믿기던지 "언제바뀐거지..나도 친구들한테 내기해야지" 이러고있던데 뭐이제 어떻해 부터 차근차근 고치자! 하고 희망을 가졌죠. 되돼는 항상 되만써서 반은 맞기에 봐주기로하구 '어떻해', '어땧'는 고치고 '절때', '할께' 같이 센소리 그대로 쓰는건 봐주고 '기달려'는 왠지 답답해서 꼭 말해야겠다고 혼자 또 자연스럽게 고쳐줄 시나리오 짜고 있었죠. 근데 다음날도 아니고 그날 새벽에 카톡으로
'자기자?내일저녘에친구병무난가기로해서그런데점심때시간있어?'
병무난은 오타래요 나중에 싸울때 얘기했는데 그렇게 빡대가리로 보이냐고 화내더라구요..근데 저녘뒤에 있으면 무슨 오타도 제대로 쓴거 같이보여요 오타하나하나가 신경쓰이고..무튼 저녘아니라고 3시간전에 얘기했는데 이러면 내말은 코로듣나 해서 다음날 헤어지자 말했죠. 그게 이유냐면서 3년가까이 사귀면서 한번 맞춤법 그거땜에 헤어지냐고 딴남자 생긴거냐구 의심하길래 그게 더 화가나서 맘대로 생각하라며 왔어요. 진짜 맘대로 생각하더라구요. 남친 친구들은 제가 바람난걸루알고 저랑도 친했던 오빠가 전화와서 사실이냐 그러면 안된다 해서 알게됐어요. 그 오빤 그래도 4년제 대학을 다니고 있으니 이해하겠다 싶어서 만나서 카톡을 보여주고 헤어지기까지 했는데 고치긴 했는지 카톡좀 해보라했죠. 그 오빠도 처음엔 오타라 생각하다가 저녘 만 검색해도 57건 나오는 카톡을 보고선 카톡해보겠다며
'언제 마치노 커피나 한잔 하자'
라고 저녘 유도심문을 했고 아니나 다를까 저녘늦게 마친다고 답장 오네요..남친이 저보단 나이도 많고 2년제 학교 마치고 직장생활 하면서 사회생활하는어른이란 생각에 저한테 지적받는거 안좋을거라고 오빠가 자연스럽게 얘기해본다 했는데 겨우 그걸로 헤어질 정도로 자길안좋아하는 여자는 만나기 싫다고 했대요. 벌써 세달 정도 지났는데 좋았던 추억들은 아직 안잊혀져서 힘드네요. 제가 겨우 그것도 이해못할정도로 안좋아하는걸까요? 저녘은 진짜 이해가 안돼요. 혹시나 저녘 검색했을때 이 글 읽어보길 바라는 마음에 글남겨봐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강박증인걸까요?ㅜㅜ
#저녘 #어떻해 #병무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