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왕따시켰던 아이에게 쓰는 편지
ㅇㅇ
|2016.12.20 22:33
조회 124 |추천 2
*글을 읽기 전에*
본명을 써도 될까? 너랑 같은 이름이 세상에 몇백명은 될텐데 뭐.
본명을 안쓰면 너가 네얘기인지 모를까봐 써.
사실 너가 이 글을 볼것같지 않지만, 봤으면 좋겠다
첫번째로, 내 글솜씨가 형편없다는걸 알았음 좋겠어. 겁나 의식의 흐름대로 쓸 예정이야
두번째로, 너에게 직접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너와의 연결고리를 다 끊은데다 페북에서 이름을 검색해도 나오질 않더라고. 찌질해보여? 어쩔수없지.
세번째로, '너'는 두명이지만 너희가 아닌 너라고 쓸게. 나한텐 둘다 똑같은 애들인데 굳이 분리시켜야할까...
그럼 이제 너에게 시덥잖은 글을 써볼까해
안녕. 이*숙 원*리. 너가 나를 기억할지모르겠다. 나는 널 기억하는데 말이야.
왕따에 관한 웹툰, 영화, 드라마 등 여러가질 봐도 피해자는 가해자를 기억하는데 가해자는 이름도 까먹고 잘 살더라고.
그게 이 글을 쓰는 목적이야. 이 글을 통해 네가 나를 기억했음 좋겠네
이왕이면 미안한 마음도 들었으면 좋겠어. (많은 가해자들이 그렇듯 그러지 않을꺼라고 예상하지만 말이야!)
나는 너를 기억해.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맘같아선 페북이며 모든 인적사항을 뒤져 너희의 직장에다 이 편지를 써주고 싶은 심정인데 사실 별 내용없어서 오바라고 생각하기도해. 뭐라고 써야할까. 이 애는 내 중학시절에 트라우마를 준 왕따주범이에요!!! 라고 해야할까
그럼 이제 10년도 더 전의 이야기를 시작해볼께.
너에겐 희미해졌거나 혹은 지워졌을.
그리고 나에겐 아직도 선명한.
중학교 1학년때였지.
내가 놀던 무리는 많았어. 거의 10명에 가까웠지
반면에 너는 두명.(너는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기존에 너가 끼어있던 무리가 너를 싫어해서? 혹은 맞지않아서 둘이 떨어져나온건 알고있어) 넌 어느새 우리 무리에 껴서 함께 놀기시작했어
어느날이었지. 우리 무리중 한명이었던 A네 집에서 다같이 수다를 떨다가 나 먼저 집에 돌아간 다음날. 그때 너는 아마 애들에게 내 얘기를 했을거야
그 당시 방학이 얼마남지않은 시점이었기에 학교에서 우리의 자리는 선착순으로 앉고싶은 사람과 앉으면 되는거였어.
나는 나와 가장 친했던 (혹은 나만 그렇게 생각했던) 단짝친구와 앉기로 약속을 하고 학교에 왔는데
이상하게 내 자리는 너희가 앉아있었어.
뭐지? 치사해! 이러고 대수롭지않게 무리의 다른친구랑 앉았지. 왜냐면 내 단짝은 인기가 많은 사랑스러운 친구였거든. 근데 그 이후부터 이상해. 애들이 나한테 말거는게 조심스러워. 어제까지만해도 같이 놀았는데. 왜? 쉬는시간에도 나랑 대화하는 친구들을 너가 데리고 가는 일이 반복됐지.
그때 알았어. 뭔가 이상하다. 아. 너네가 내 욕을 했구나
이 부분은 잘 기억이 안나. 내가 너네한테 먼저 뭐라 따졌는지
아님 너네가 날 먼저 불러냈는지
어쨌든 우리 무리들이 날 싫어한다며 같이 앉지도, 말도 걸지도 말라했지.
그거아니? 방학때 그 친구들은 우리집에 찾아와서 그랬어
"미안해. 너와 놀고싶은데 그 두명이 무서워서 학교에선 말 못걸겠어 정말 미안. 그래도 조만간 말할꺼야 나는 너 좋다고! 힘내 미안해"라고. 지금와 생각하는거지만 이 친구들도 너랑 마찬가지인 애들이야. 어쨋든 그당시엔 그게 참 고마웠고, 그리고 다들 날 싫어한다는 너네 말은 틀렸다는걸 말하고 싶네. 너 몰래 (그당시에 유행했던) 교환일기장도 계속 썼었단다 메롱!
튼간, 너의 선전포고(?)를 당한 후 너희의 괴롭힘은 분명해졌지
1. 음악실로 이동하려고 계단을 오를때면 일부러 내 옆에 나란히 올라가며 나를 난간쪽으로 내몰기. 그때 내가 아이씨였나. 짜증나게 한다고 그랬나 하튼 뭐라 했었어. 왜냐면 난 너네가 안무서웠거든. 근데 내 말에 A와 너희둘은 뭐라했냐면서 화를 내더니 음악실에 가서도 내가 들리게 내 욕을 했지.
다시 말하지만 난 너는 무섭지 않았어. 다만 내가 친구라고 생각했던 A의 태도가 너무 슬펐고 그걸 말리지 않던 내 단짝친구의 태도에 절망스러웠을뿐. 우습게도 내가 너희에게 밀려 이 난간으로 떨어지면 너와 내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었지.
2. 수학시간이었지. 수준별로 반을 나눠앉는시간이라 난 너희를 벗어날수있었고 내 단짝과도 이야기할수있었어. 쉬는시간에 너는 우리반으로 와서 내 수학책을 던졌어. 내 단짝과 이야기하지말라며. 얘는 착해서 너랑 놀아주는거지 너 좋아서 노는거 아니라며.
미안하지만 먼저 말건건 내 친구였고, 그 이후로 내가 내친구에게 말걸지 않은건 무서워서가 아니라 내 친구가 나때문에 피해입을까봐였어. 말했듯 내 단짝은 사랑스러워서 상처주고싶지않은 친구였거든
3. 교실에선 내가 없는 사람이 됐어. 다행히도 다른 무리의 친구와 짝으로 앉을수 있었지. 물론 그 무리에 끼기엔 너무 늦은감이있기도 했고, 그친구들과 내 성향이 맞질 않아서 낄 생각도 못했어. 게다가 그 시점에 이미 내 자신감과 자존감은 바닥을 쳤기에 이 무리에 끼려고 하면 내가 친한척한다고 할까봐, 여기서도 욕을 먹을까봐 일부러 혼자 도도한척(어쩌면 불쌍하게) 쉬는시간엔 혼자 앉아있었어. 너네는 이 아이들이 무서웠니? 나한테 너희가 나를 왕따시켰다는걸 짝한테 얘기했냐고 뭐라 화냈지. 아니 사실 말했으면 어떻고 안말했으면 어때. 제일 친했던 친구들이랑 말한마디 안섞고 책던지고 욕하고 난리가 나면 누가봐도 내가 따돌림 당하는걸 알텐데.. 멍청이니;? 뭐가 무서워서 선생님도 아닌 짝한테 말하지 말라고 그랬니. 소위 노는 무리였던 그 친구들이 너흰 두려웠던거니
4. 앞서 말했듯 내 단짝과 교환일기를 주고받아야하는데 너희의 감시(?)가 너무 삼엄한 나머지, 난 친구의 사물함에 다이어리를 넣으려고 새벽에 학교에 갔지. 중학생이 새벽 6시에 학교를 갈일이 뭐있겠어. 근데 너는 혹시라도 내가 친구랑 같이 앉을까봐선 미리 자리를 맡으려고 학교에 와있더라. 둘이 수다를 떨며 내가 들어오자 째려봤지. 난 너무 숨이 막혔어. 교환일기주겠다고 새벽에 일찍 온 내가, 근데 너희가 있어서 주지도 못하고 수업시작까지 이렇게 있어야 하는 내가 너무 한심했지. 그래도 다행인건 말야. 그날 준비물이었던 리코더를 안가져온게 생각이난거야. 그래서 집에가서 리코더를 다시 챙겨서 나오는데 우리엄마가 그러더라고. "오늘은 일찍 등교하네?" 눈물이 왈칵 날뻔했어. 아니야 엄마 나는 왕따를 당해서 학교에 일찍 갔었고, 준비물을 까먹어서 다시 돌아와서 챙겨서 나가는거야.
5. 학교에선 없는 사람 취급하더니(때때로 존재감 폭발시켜주듯 시비를 걸기도 했지만) 하교후면 나를 그렇게 많이도 찾더라. 버디버디로(추억의 메신저지?) 계속해서 나에게 집 밖으로 나오라고했지. 처음엔 무슨 얘기를 하려나 하고 몇번 나가봤어. 내가 뭘 잘못한게 있으면 화해하고 풀려고. 내 단점을 나도 고치려고. 근데 너희 둘은 그 추운날 나를 앞에두고 자기들끼리 수다떨며 나를 조롱하거나 화내거나 욕하기만했지. 추운날 우리집앞까지 와서 뭐하는거지.. 고생이 많네; 라는 생각도 잠시했는데 고생은 내가 제일 많이했더라고. 추위 많이타는데 말한마디 못하고 너희의 언어폭력을 다 들어줬잖니.
참다참다 결국 날 왜 싫어하냐고 물어보니 "그냥"이라고 답했어
그냥 조카 싫다는데 뭐 내가 더이상 할게 없더라고. 그 다음부턴 너희가 불러도 나가기 싫었어. 그런데도 나간 이유는, 컴퓨터만 키면 버디버디를 쉼없이해대고, 컴퓨터를 끄면 나오라고 전화를 하니까. 혹시라도 우리 엄마가 그 전화를 받고 내가 왕따인걸 알아챌까 그게 두려워 나갔어.
이 외에도 수없이 자잘한 에피소드와 A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있지만 여기까지만 할께. 오랜만에 내 상처를 꺼내니까 또 우울해지려하거든.
왕따를 당했던 또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내 괴롭힘 수위는 낮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 당시의 나는 참 괴로웠어. 물론 방학이 끝나고 바로 새학년이 되었고, 담임선생님의 힘이었던건지 아님 학기내내 없었던 행운이 마지막에 찾아온건지- 기존에 반 애들과 다 떨어지고 나 혼자 다른반으로 2학년이 되어서 금새 멘탈회복하고 좋은 친구들을 다시 사겼지만 말이야
근데
괜찮은줄 알았는데 이게 꽤 트라우마였나봐
난 (고등학교 들어가서 지금까지남아있는 이 좋은 친구들을 만나기전까지) 내가 소속해있는 무리의 친구들이 사실은 날 싫어할까봐 마음을 못열었어. 나랑 친해도(친하단 생각이 잘 안들었지) 언제 내 적이 될지 걱정이었거든. 사실은 속으로 내 욕을 할까 걱정스러웠고.
너네가 내 단짝한테 말했던 나를 싫어하는 이유중 하나인 '귀여운척한다'는 말때문에, 나는 기분이 좋아지면 나도 모르게 나오는 애교섞인 목소리를 참아야만 했지. 혹시나 높은 내 목소리톤이 귀여운척 한걸로 느껴질까봐 일부러 목소리를 내리깔아서 집에 돌아오면 목이 아팠어. 귀엽단 칭찬을 칭찬이 아닌 욕으로 받아들였었기도 했어.
내가 주로 보는 웹툰은 왕따와 차별에 관한거야. 이걸 왜 보는진 나도 모르겠다. 보면 너가 생각나는데도 나는 자꾸 보고말아. 아마 그게 제일 궁금한거같아. 너희는 이 웹툰을 보면 무슨생각을 할까. 주인공을 괴롭히는 왕따 주도자들을 욕할까? 본인이 했던 행동이란건 인지 못하겠지? 그럼 너희 멱살을 잡고 얘기하고싶어! 이 캐릭터 너랑 똑같다! :)
그리고 그 당시에 왕따였단걸 절대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던 엄마에겐 최근에 내가 말했어. 최면치료 받으러 다닌단걸 들켰거든
너의. 너희의 행동은 사소하고 별거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큰 결과물을 낳았어. 너희로 인해 내 삶은 좀 더 바꼈으니까
너흰 잘 살고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