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난지는 이제 3년이 되어가고, 우리가 사귄지는 1년이 되어가고, 우리가 헤어진지도 8개월이 되어가네.
이미 끝나버린 얘기가 왜 그리도 놓기가 힘든지, 왜 나는 널 잊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때 얘기부터 해볼까해
처음 만남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던 걸로 기억해. 사실 우리가 처음 만난곳은 현실이 아닌 인터넷이였으니까.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긴 이야기를 해가며 친해져가고, 우린 그렇게 기나긴 인연을 이어갔지.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갔고, 그렇게 점점 더 친해졌던 걸로 기억해
우리는 그렇게 보통은 알고 만나야할것을 만나고 난후 익혀갔고 점차 친해졌어. 넌 아직 기억하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우리가 만난후에 그냥 친한 사이였고 나는 그때 애인이 생겼지. 그리고 나서 우리는 점차 뜸해졌고, 사이가 소원해졌었어. 너는 기다린다는 말과 함께 점차 멀어져갔었지. 친했었던 그때를 뒤돌아선채, 어쩌면 그때 너가 기다리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이러고 있지 않았겠지.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
그후 얼마나 지났을까, 내가 헤어지고 나서 힘들던게 나아질때쯤 너가 다시 연락을 해왔어. 늘 그렇듯 밝진 않지만 은은한 말투로 먼저 연락을 했고, 그때 다시 잊혀졌던 감정이 생겨났겠지.
그렇게 우리는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연락하며 감정을 쌓아갔고 사소한 일도 서로에게 전하며 그렇게 발전해 나갔었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게 없어선 안될 서로가 되었고 그렇게 우린 연인으로 발전했었어.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느꼈던 순간들 중에서 아마 그때가 가장 나에게 있어서 행복하고 즐겁고 설레고 절대로 잊을수 없는 일이였던것같아 그래서 내가 잊지 못하고 이러고 있는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알았던 사는곳, 날짜를 잡아서 우리는 직접 만나기로 하고 내가 간다고 했지. 처음 만나는 날, 새벽 5시에 일어나 씻고 이른 아침밥을 대충 챙겨먹은 후 전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내 마음을 너는 알고 있었을까. 어떤 얘기를 할지, 어색하진 않을지, 설레서 말이 헛나오진 않을지 고민하는 내 심정을 너는 알고 있었을까. 전주까지 가는 3시간 동안 이른 시간에 일어난 피곤과 나른함 대신 설렘과 긴장이 나를 채웠어. 전주에 도착해서도 너를 만나러 걸어가는 40분이 전혀 멀게 느껴지지 않았고, 1월달에 매서운 추위도 개의치 않았어. 그저 너를 보러간다는 기대와 설렘, 긴장이 가득했었으니까.
기다리고 기대하던 너를 본 순간 그때까지 하려던 말과 준비한건 잊은채 그저 설레서 마냥 좋았었지. 그때 너는 렌즈를 끼려고 했지만 눈이 빨개지는 바람에 못 끼고 나왔고, 단화에 살색 스타킹, 치마, 그리고 떡볶이 코트를 입고 나왔어. 이쁘게 나온다는 말은 했었지만 막상 마주하자 많이 예쁘더라. 만났을땐 말하지 못했지만 진짜 많이 예뻤어. 너는 만나자마자 나를 주기 위해 사온 선물을 줬었지. 과자와 초콜릿, 그리고 젤리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작은 선물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가장 크고 좋았던 선물이였어.
첫 만남에 우린 손을 잡고 시내를 돌아다녔어. 나는 너와 함께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고, 특별한 말이 아닌 그저 일상적인 대화와 평소엔 하지 못하는 말들을 한다는게 너무나 행복했었다. 추운 날 너는 그저 이쁘게 하고 나오기 위해 멋을 냈지만 나는 춥게 입고 나온 너가 조금은 걱정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 잡았던 너의 차가운 손이 다행히 그땐 따뜻했던 나의 손에 조금은 녹아서 다행이었어. 내가 손을 잡았을때 너는 설렌다는 표정인지, 따뜻하다는 표정인지, 아니면 다른 뜻인지 모를 그 표정이 참 많이 귀여웠어. 첫만남은 그렇게 끝났고, 나는 다시 3시간동안 올라왔지. 내가 사는곳으로 올라오는길, 많이 아쉽고 아쉬웠지만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온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고 가슴 벅차올랐지. 그렇게 다시 3주를 연락하며 지냈을까? 또다시 너를 보러 가기로 마음 먹었고, 다시 또 5시에 일어나 너를 향해 출발했어.
그렇게 두번째 만남, 첫번째 만남과는 조금 다른 설렘 그렇지만 그때보단 좀 더 커지고 깊어진 설렘이었어. 그때 나는 너에게 뭔가 해줘야겠다고 생각해서 쓴 조금 긴 편지와 너에게 가면서 산 안개꽃 작은 한다발을 같이 너에게 주었고, 너는 나에게 자그마한 파란색 스티치 인형을 주었다. 너는 자그마한 핑크색 스티치를 갖고 다니겠다고 말하며 나보고 꼭 갖고 다니라던 너의 그 한마디가 지금까지도 나에게 그 인형을 갖고 다니게 한다. 그렇게 우린 선물 교환을 하고 전주에 있는 한옥 마을로 갔어. 전주 한옥 마을에 도착해서는 난생 처음 입고 돌아다니는 한복 데이트를 했고, 밥도 먹고 뽑기도 하며 여느 커플들과 다를게 없는, 아니 어쩌면 더 설레고 기쁜 데이트를 했었지.
그리고 헤어지기 전에 내가 찍어보고 싶다고 했던 사진을 찍자고 너가 얘기했었다. 내 팔 위에 너가 올라 앉는 사진을 찍었지, 물론 한복을 입은 채로.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 대부분을 너와 함께 할수 있어서 고맙고 너무나 행복했었어.
그리곤 이제 우리 이야기를 끝낼 시간이 오고 있다는걸 어쩌면 너는 알고 있었을지도.
그렇게 너랑 연락하던 새벽, 갑자기 너는 연락이 끊겼고 다음날 점심때가 되어서야 연락이 왔어.
부모님께 들켰다고. 종종 너는 부모님께 들키면 안된다고 나에게 말을 했었는데, 그게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리고 빠르게 찾아올지는 몰랐어. 그렇게 점점 다시 연락이 뜸해졌고, 이번엔 내가 기다리기 시작했어. 너는 2년 가까이 기다렸지만 나는 그 짧은 시간을 기다리면서도 왜 참지 못했을까.
나에게 연락은 안하면서 페북에 켜져있는 초록불이 너무나 애석했고 화가 났다. 그렇게 참고 참던게 내 생일날 연락없이 켜져있는 초록불이 그렇게나 보기 싫을수가 없었고, 너무나 초라하고 화가나서 보낸 내 연락이 마지막이 될줄 알았으면, 너처럼 참았다면 우린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을수 있었을까.
작년 이맘때쯤이면 너랑 연락하며 웃고 있을 내 모습이 너무나 그립고 아쉽다.
지금은 남자친구가 생긴 너가 올린 사진, 글들이, 너가 나에게 준 수많은 설렘과 사랑을 찢고 지나간다. 처음 헤어지고나서 너가 남자친구가 생긴걸 봤을때 허무하고 너가 써준 편지들, 쪽지들, 선물들, 사진들 전부 의미가 없어진것같았고, 이제 누굴 보고, 누굴 사랑하고, 누구와 설레며 지낼지 너와 같이 지낼수 있을지 두려웠어. 내가 어떤걸 잘못했는지, 널 실망시킨게 있었는지 궁금하고 답답하고 억울해서 마음이 참 아팠다. 내일이 크리스마스인데 그래서인지, 아니면 지금 남자친구와 잘 지내고 있는 너의 사진을 봐서인지 너와 있던 시간들, 추억들, 사진들이 더 많이 생각난다.
난 아직도 너와 했던 얘기들, 사진들을 지우지 못하고 있어. 어쩌면 미련일지도 모르고, 집착일지도 모르지만, 너가 나를 기다렸던 시간을 이젠 내가 기다리려고해. 그때 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젠 내가 겪어보려고해. 그래야 널 좀 더 이해할수 있을것같아서. 이 글을 만약에 너가 보게 된다면 내가 기다리고 있다는거 알아줬으면해. 너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기다릴거니까 된다면 나중에라도 나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줄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나에게 돌아올때처럼, 늘 그래왔듯이 은은한 빛을 내며 내게 말을 건네줘.
-강시우가 지금도 아름다운 빛을 내고 있는 설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