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말주변도 글솜씨도 전혀 없는 남자입니다.
충분히 혼자 삭힐수도 있지만, 조금 오래, 해묵은 감정인지라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 조심스레 글을 남겨 봅니다.
저는 못생겼습니다. 그렇다고 운동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근육질의 몸짱도 아니고, 잘하는 거라고는 숨쉬기나 먹는것 뿐이고 성실하지도 못하고 솔직하지도 못하고 속은 좁고 입만 열면 비관적인 말이나 뱉어내는 놈입니다.
그런 저도 어떻게 어떻게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었습니다. 예쁘고 마음씨도 착해서 저도 달라지려고 노력했고 해주고 싶은것도 많아져서 알바라도 하면서 어떻게든 더 먹이고 놀게 해주고 했습니다.
여자친구와 저는 3D 아바타 채팅게임이라고 불리는 모 게임에서 만나 사귀게 되었는데, 사귀게 되고 나서는 그 게임에 크게 재미를 못 붙여서 당시 같은 마음이던 여자친구와 접게 되었습니다. 갖고 있는 장비도 적은 돈이나마 여행같은거에 보태 쓰려고 전부 팔았죠. 그렇게 잘 지내나 싶었는데 최근 들어 여자친구가 너무 심심해 보여서 다시 그 게임 시작해보는건 어때? 하고 말을 꺼내서 같이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자친구는 그 게임을 하루종일 붙잡고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게임 할때도 거의 풀타임접속을 했기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할게 없는데도 꿋꿋이 앉아서 캐릭터를 보거나 지인들과 채팅을 즐깁니다. 전투 등의 활동을 게임을 즐기는 행위라고 한다면 플레이타임 20여시간동안 게임은 1시간 내지 2시간만 즐기고는 나머지 18시간을 그렇게 채팅하고 무의미한 개그를 주고받는 걸로 보냅니다.
여기까지라면 상관이 없습니다.
저보고 자취방에 와달라고, 보고싶다고 해서 가면 여지없이 그 게임을 하고 있는데, 보통은 도착해도 얼굴을 보지는 않습니다. 제가 나 왔다고 해도 응 하고 짧게 답할 뿐 채팅 삼매경입니다.
하루는 너무 서운해서 말을 꺼내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그러고는 나중에 헤어지자고 했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면 내가 너를 그렇게 힘들게 해서 미안해서 그런다며 이해할수 없는 이유를 댑니다.
저는 그 이유라는 게 너는 포기해도 게임은 포기 못한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져 너무 큰 충격을 받았지만 가까스로 정신 추스리고 사과하고 빌었습니다. 앞으로는 게임하는 것 가지고 뭐라고 안하겠다구요.
그러더니 요즘은 아예 저보고 와달라고 해선 게임만 하는 것은 기본이고, 왠일로 의자에서 일어서나 했더니 잘거라면서 침대에 눕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자주 했던 스킨십은 꿈도 못 꿀 정도가 되었고 나도 자자 하면서 소심하게 껴안고 잘라치면 돌아누워 버립니다. 그래서 저는 여자친구가 자는 동안 자취방 정리와 설거지를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일어나면 배고프다며 밥을 먹고 다시 게임을 합니다.
저보고는 계속 들어와서 같이 하자는데, 저는 들어가봤자 할 게 없습니다. 여자친구의 지인들과 저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들어가봤자 지인들과 사냥에 가 있어 저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있다가 끄곤 하는 일 밖에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저도 다른 게임 하면서 시간을 보낼라 치면 자기한테 관심이 없다고 토라집니다.
네, 압니다. 아마 여자친구는 이제 저한테 관심이 없는 거겠죠. 그냥 없으면 섭섭한 인벤토리 안의 아이템 정도의 취급일 겁니다.
못생기고 성격 나쁘고 뚱뚱한 놈한테 관심 주고 사귀어 준건 고맙지만 이제 유효기간이 다 지난 걸 겁니다. 저는 서운해 할 자격도 없습니다. 더 재밌는 것에 사람은 끌리기 마련이고 그보다 못한 저는 도태되어야지요.
이번 주 부터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냥 말동무 정도, 뭔가 해주지 않을까나 뭔가 데이트라던가, 이제 기대하고 실망하는 것에 지쳤고, 이대로 그냥 포기하고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될 것 같습니다.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