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앞두고 복잡한 심정에 휩싸여있는 30대 초반의 여성입니다.
1년의 짧은 연애 기간, 4개월의 짧은 신혼 기간을 거쳐 이제는 인연의 끈을 놓기 전입니다.
신랑을 알게 된 지 2개월쯤 성폭행을 당하고 30년동안 지켜온 순결을 잃어서
반쯤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결혼까지 꾸역꾸역 인연을 이어갔습니다...
(전 어릴 적부터 처음 남자가 마지막 남자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 제 생각을 답답하게 느끼실 분도 계실 지 모르겠습니다...)
연애시절엔 크게 4번 정도 헤어지려 했었어요...
그때마다 신랑이 울면서 끈질기게 매달렸지요
10시간 넘게 끌려다니면서 끝내 못 헤어지기도 했습니다.
신랑은 얌전한 성격에 제 말은 거의 다 큰 반대 없이 들어주는 편...
하지만 직업도 변변히 없었고, 연애 때 데이트 비용으로 제 조그마한 월급이 다 들어갔지요.
결혼 후 돈 문제로 신랑이 크게 화를 냈습니다.
11시간, 16시간....아무 것도 못하게 붙잡아두고 욕설을 해댔지요.
(폭력은 없었지만, 제 맘은 몸이 맞은 거 못지 않게 멍들어버렸습니다)
결혼식한 달 바로 전달에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카드값이 결혼한 달 후로 넘어갔는데,
그 카드값과 결혼 후 이것저것 사소한 것들 산 카드값 해서 모두 총 380만원을 썼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일 듯이 화를 냈었습니다. 그 후 친정에서 그 380만원은 해 주었구요...
그 뒤 화만 냈다하면 혼수도 안 해오고 카드빚만 가져왔다, 결혼할 때 비상금도 안 챙겨왔다
하면서 또 몇 시간씩 사람을 들들 볶았습니다.
(혼수...작은 집에 맞춰서 할 꺼 다 해왔습니다. 벽걸이 TV부터 드럼세탁기, 양문형 냉장고 등등)
하도 돈, 돈, 돈.... 그래서 카드값 사건 후 직장을 구해서
한달에 150만원씩 생활비로 다 신랑 줬습니다.
마지막 사건 때 또 13시간을 갖은 욕설을 해대면서 빨래 널어놓은 걸 제게 막 던지더군요.
직장 가는 것을 핑계로 겨우 빠져나와서 그 뒤로는 친정에 계속 있었습니다.
저랑 맘 터놓고 지냈던 형님(신랑의 형수)을 통해 알고보니,
결혼 전부터 신랑한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신랑의 형이 부모님께 치료받아야 한다고 계속 얘기해 왔었다고 합니다.
들은 바로는 시어머니가 신랑이랑 둘이 있기도 무섭다고 했다더군요.
저 만나고 괜찮아져서 그냥 방치해두고 결혼시켰답니다.
다들 그럽니다...1년 동안 보면서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거 몰랐냐고...
제가 남자들을 많이 만나보지 못해서 10시간 동안 끌려다니면서 매달렸던 모습이
저를 많이 사랑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제 생일 때 만 원짜리 핀을 선물 받으면서 남자들은 자기 여자한테 무엇이든 선물해 주고 싶어한다던데 왜 나는 맨날 내 월급 다 털어서 신랑을 위해 써야 하나...약간은 기분이 나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얘기했다시피 이미 버린 몸이고, 배우자에 대해 크게 욕심도 부리지 않아서
신랑이 직업이 없어도, 크게 나한테 잘하는 거 없어도 그냥 남들처럼 싸우기도 하고 그럭저럭 맞춰 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 시댁쪽에서는 신랑을 데리고 정신과 상담소 같은 데 데려가서 좀 치료시키는 것 같더니, 떨어져 있은 후 두 달이 지났는데, 오히려 저희 부모님께 제가 거짓말 해대고 자기네 아들 맘고생시켰다고 화를 냈다고 하네요...
신랑....제가 때리고 욕해서 멍들었던 적도 있다고 저희 어머니께 전화해서 그럽니다.
(전 성격이 누구한테 화를 크게 내본 적이 없어서 신랑이 미쳐서 날뛸 때도 울고만 있었습니다)
분명 시댁쪽에서 신랑이 거짓말 잘 한다는 거 알면서 이제는 정말 이혼하게 생겼으니
위자료 주기 싫어서 제가 욕했다는 둥, 바람났다는 둥, 외박하고 댕겼다는 둥 등의 말을 해댑니다.
거짓말....시어머니가 크게 두 번 거짓말을 했던 사실이 저희한테 증거로 있습니다...
정신적 문제가 있으면서 거짓말로 둘러대고 말 바꿔대고...
더이상 신랑과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이혼하지 않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에 태어날 아이가 어떤 잘못을 할 지는 모르지만, 그로 인해
아빠한테 16시간 동안 제가 당했던 식으로 당할 걸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아이가 없어서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게다가 그래도 정상적인 사람들인 줄 알았던 시어른들과 아주버님....
신랑이 거짓말을 해대는 습관에는 시어른들의 모습도 같이 있었습니다...
결혼 전에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서 알고 있었으면서도 저한테 일언반구 말도 없이
신랑이 미쳐서 날뛸 때 저한테 야단을 치셨습니다...
이제 조만간 만나서 이혼 도장을 찍겠지요...
그런데 매일 밤 가슴이 답답해서, 억울해서 잠을 못 이룹니다...
그동안 전 헌신해서 신랑을 위하면, 당연 신랑도 고마운 마음으로 저한테 잘 할 줄 알았습니다. 힘든 때 같이 있어주면서 도와주면 신랑도 언젠가 내가 힘들 때 힘이 돼 줄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아무리 상담소에서 중학생 수준의 정신이라고 얘기했다하더라도,
제가 신랑에게 헌신적으로 했던 일들은 고마워할 줄 알았습니다.
삶이라는 게 교과서 같지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이혼녀라는 타이틀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막막하기도 합니다.
또 누군가 만나게 되면 그 사람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나....
내가 잘해줘도 그 사람은 또 나를 배신하지 않나...
그런 두려움까지 더해져서
선뜻 이혼하기가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재혼....이상하게 제 주변에서 이혼, 재혼하신 분들이 없습니다...
친가, 외가 모두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구요...
그래서 재혼해서 잘 살더라는 케이스를 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 이혼이 두려워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두서없이 넋두리를 늘어놓았습니다...
짧게나마 위로해 주신다면 더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