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년이 반 넘은 지금은 그냥 애엄마입니다.
결혼 전부터 시댁에 인사드리고 몇번 왔다갔다 했기 때문에 시어머니가 이정도인줄은 몰랐는데
막상 결혼하고나니 사람이 확 달라지더군요.
지치고 질리게 하는데 선수라고 해야하나..
결혼 전 남편이 조그맣게 가게를 했는데
창업하는데 돈을 다 투자해서
친정에서 24평 오래된 아파트를 해주었습니다.
부모님은 남편 인성과 생활력만 보고
결혼 찬성해 주셨구요.
시댁, 친정 다 같은 지역입니다.
시어머니는 평생 일이라곤 해본적 없는
전업주부였는데
시간이 남아 돌아서 그런건지
결혼 후부터 집을 엄청 들락거리며
냉장고부터 일일히 다 참견하시며
본인 아들 밥은 잘 먹어야한다고
하루 걸러 온갖 반찬과 국종류를
다 싸가지고 오면서 잔소리를 그렇게 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밥을 따로 안해도되서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히 지치기 시작했구요.
남편은 하루종일 가게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에
저한테는 이야기만 듣고 심각성을 몰랐습니다.
저도 어느순간부터는 집에 안들어가게 되더라구요.
퇴근시간만 되면 어디냐고 전화부터 오시는데
운동하네, 학원다니네, 야근하네 등등
온갖 핑계를 다 대며 시어머니가 집에 오는 걸 피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에게 전화해서 니 마누라 단속 잘하라고 했다고 한마디 했다는군요.
그날 결혼하고 처음으로 크게 싸웠습니다.
나는 돈벌이가 들락날락해서 와이프의 고정수입으로
거의 생활을 꾸려가는 편인데 밖에서 일하는 사람
신경쓰게 하지말라고 시어머니한테 큰소리 치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나서 그렇게 그 싸움은 넘어가는 듯 했습니다.
그러다 결혼생활 1년만에 남편 가게가 망했습니다.
친정에서 해주었던 아파트를 팔아서
어느정도 빚을 갚았고 저희부부는
친정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이 나머지 빚을 해주시는 대가로
더이상 뭔가를 해줄 형편이 안된다고
돈 모일때까지
친정에 들어와 살라고 하셨습니다.
남편은 당연히 면목이 없었을테고
시어머니는 못마땅해하셨지만
시댁은 빚을 갚아줄 능력이 없었으니
별소리는 안했구요.
저는 무엇보다 친정으로 들어가게되니
시어머니 발걸음이 뚝 끊겨서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진짜 살 것 같앴어요.
그래서 그런가 1년동안 소식이 없던
임신도 금방 되고
남편은 친정아버지 지인소개로
좀 이름있는 대기업의 3교대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아.. 그런데 임신하고나니
이번엔 시어머니에게 전화가 불이 나기 시작하는데..
진짜 두손두발 다 들었습니다.
허구헌날 뭐 먹고 싶은거 없냐
입덧 때문에 토하고 하루종일 누워있어서
땡기는게 없다고 해도
그 다음날이면 똑같은 소리로 전화질.
고작 5,6,7주 밖에 안됬는데
태교에 신경을 써야한다, 마음가짐을 올바르게 해야
심보가 고운애가 태어난다, 착한애가 태어난다,
아들이 태어나 집안의 대를 이어야한다고
그놈의 아들 얘기는 어찌나하는지
친정어머니까지 기겁을 했어요.
그리고 저도 뼛속까지 질려 버린터라
입덧이나, 잠이 쏟아진다는 핑계로
점점 전화를 꺼놓거나 안받기 시작했구요
본인 아들이 데릴사위를 하고 있으니
집에 무턱대고 찾아올수도 없고 발을 동동 구르는게
보이더라구요.
남편 가게가 망하게 되서 그 당시에는
참 절망스럽더니 그때는 친정 들어가
살게 된게 어찌나 통쾌하던지ㅡㅡ..
진짜 사건사고가 참 많은데
글이 너무 길어질까봐
다 쓰지는 못하겠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는 15시간 진통 끝에 아이를 낳았고
분명 임신 중기에 딸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아이를 보자마자 하시는 말씀이
아이고 눈이고 코고 입이고
모든 이목구비가 제 아빠가 닮아 이렇게 잘생겼는데
요기에 딸랑이만 달고 나왔음 오죽 좋았을까
(소근) 제 엄마가 저 모양인데 아들이나 나오겠어
하더군요.
마지막말은 혼잣말로 중얼거리신거 같은데
저 똑똑히 들었습니다.
아 그때 결혼하고 쌓였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터지더군요.
나는 그렇게 원하시던 아들 못 낳아드릴거고,
더이상 아이 가질 생각도 없으니
나 닮아 이모양인 내 딸이랑 내 얼굴 앞으로 볼 생각 하지 마시라고,
어쩌구 저쩌구 기억은 잘 안나는데 그동안 쌓였던거
얘기하며 소리소리 질러버렸구요
어머님은 싸가지없는 년이 어디서 못배워먹게
어른한테 소리를 질러대냐며
서로 악을 쓰다가
저는 그날로 시댁은 없는셈 치며
아이만 신경쓰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한달전에 대출받아서 15평 아파트
전세로 들어갔구요.
시어머니란 사람은 시간이 지나자
슬슬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는지
아이도 보고싶고
집도 어떻게 해놓고 살고 싶은지 궁금하다고
남편 통해서 슬그머니 얘기하더라구요.
저는 남편한테 절대 싫다고 단단히
못을 박아놓은 상태이기는 하나
그래도 본인 엄마라 그런지
서운해하는 기색이 살짝 비칩니다.
여기서 시어머니를 다시 받아주기 시작하면
원상태로 다시 돌아가겠죠?
다시 헬게이트로 들어가는거겠죠?
천륜은 끊을 수 없다는데
이대로 영영 딸아이를 안보여 줄수도 없고
아휴..
정말 고민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