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쌤.
졸업한지 벌써 며칠이 지났네요...
근데 전 아직도 실감이 안나요.
아직도 쌤 처음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랑
첫 수업이 생생한데,
매일매일 선생님을 볼 수 있었는데,
이젠 못 본 다는게 믿겨지지가 않아요.
일년이라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지만
진짜 전 쌤을 진심으로 좋아했어요.
학기초에는 그냥 쌤의 귀여운 모습 때문이 겠지, 설마 내가 선생님을... 하면서 믿지 않았는데,
안좋아하는 거로 생각하려고 했는데,
마음이 맘대로 되질 않더라구요ㅋㅋㅋㅋ
인정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잊는데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막막해요..
쌤을 등굣길에 처음 마주친 이후로, 그 시간에 맞춰서 오려고 노력하다가
나중엔 아예 학교에 일찍 와서 앞문 열어 놓고 있었어요. 출근하는 쌤 보고싶어서.
추운 겨울에 그러고 있느라고 반 애들한테 욕도 먹으면서요ㅋㅋㅋㅋㅋ
수학 수업 중인 쌤 보고싶어서 옆반 수학시간엔
괜히 화장실 갔다오겠다고 나가서 쌤 슬쩍 보고...
저 원래 복도로 쉬는시간마다 나가고 그러지도 않아요.
근데 쌤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지나치다가 인사라도 한 번 더 하려고 그랬어요.
괜히 혼자 마주치면 뻘쭘하니까 싫다는 친구 억지로 끌고 나갔다가
쌤이 제가 아니라 친구한테 더 살갑게 대하면 혼자 괜히 같이 나왔나.. 후회도 했어요.
제 성격에 학급 임원 어림도 없는데, 제가 왜 했는지 아세요? 그것도 고3에?
선생님이랑 친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학급 임원이면 교무실도 자주가니까...
근데 결국 못 친해졌네요ㅋㅋ...
일부러 쌤 때문에 제가 그렇게 싫어하는 수학 방과후도 들었어요.
심지어 여름에 더워서 나가는거 싫어하는데도, 수학 방과후 들으러 학교도 나갔었어요.
급식먹을 땐 밥 먹는 쌤 보고싶어서 일부러 교직원 식당 가까이서 먹고...
쌤이 어떤 캐릭터 좋아한다길래 나도 괜히 라이언 좋아하는 척 이모티콘도 사고,
프사도 바꾸고, 폰케이스도 사고..
쌤이 반 애들이랑 놀고 이러면 질투나고..
그러면서 아무것도 못하고
혼자 멍때리다가 쌤이랑 있었던 일이나, 쌤이 귀여웠던 때 생각하면서 실실 웃어서
친구들한테 비웃음 당하면서도 좋았어요.
또, 밤이면 쌤 생각하다가 잠 들었는데
그래서 인지 쌤 꿈 되게 많이 꿨어요. 한 다섯번?여섯번? 어제도 꿨는데....
아 맞다. 여름 방학 때 였나, 하여튼 작년에 별똥별 떨어진다고 했던 때에는요,
이모댁 2층 테라스에 누워서 간절한 마음으로 별똥별 찾다가,
별똥별 떨어지자 마자 쌤이랑 잘 되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그러면서도 첫 마디가 어?! 여서 안이루어 지면 어떡하나 걱정도 했어요.
진짜 찌질한 짓 많이했죠?ㅎㅎ
근데 어쩔 수가 없었어요.
좋은 걸 어떡해..
정말 저는 쌤을 지나가다라도 보고,
만나서 얘기 한 마디 나누는거면
세상 다 가진 듯 행복했고,
사귀면 좋겠지만 말도 안되고
또 그러기엔 쌤에 비해 제가 너무 초라하니까.
이 정도여도 충분하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짜피 안 될텐데
욕심 내 볼 걸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쌤은 곧 저를 잊고,
저는 쌤이 이름 들으면 한참 생각하다가 떠오를 듯 말 듯 한 사람이 되겠죠.
그리고 저도 언젠가는 쌤을 잊고,
새로운 사람을 좋아하고 그러겠죠?
그래도 저는 쌤 이름을 들으면 바로 쌤을 떠올릴거에요.
쌤을 많이 좋아했으니까.
저는 그저, 쌤에게 기억되지 못 할 거라는게 슬플 뿐이에요.
'고백해 볼 걸' 하는 후회가 되는건 그거 때문이에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친구들은 제게 흑역사 만들었다고 하지만,
진짜 그럴 수도 있지만ㅋㅋㅋㅋ
쌤은 제게 잊지못할 열아홉을 주셨어요.
그래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