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우리는 어떤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을까? 마니아와 일반 관객의 마음을 아울러 자극하는 스케일 큰 대작들에서부터 전복적인 상상력을 무기로 한 영화들, 실사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그저 개봉이라기보다는 흡사 이벤트처럼 찾아오는 속편들이 고루 섞여있는 내년 극장가는 꽤 풍성할 것 같다. 2004년의 영화캘린더를 헐리우드 영화 중심으로 미리 간추려본다.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반지의 제왕...>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은 분들 적지 않을 터. 반지 대장정은 끝났지만 호그와트의 소년소녀들은 여전히 쑥쑥 자라나고 있다. 예고편만 보아도 알 수 있듯, 크리스 콜럼버스 대신 <위대한 유산>의 알폰소 쿠아론이 이끄는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한층 어둡고 위험한 매력이 풍겨난다. 게리 올드만과 엠마 톰슨을 비롯, 새로 합류하는 배우들의 면면도 한층 기대를 높이는 요인.
한편 쿠엔틴 타란티노, 그리고 우마 서먼도 2004년 다시 돌아와 채 끝내지 못한 핏빛 흥건한 복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또 여름 시즌에는 <슈렉 2>와 <스쿠비 두 2>가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뜨게 할 전망. 속편이라고 하면 11월에 개봉하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 2>를 빼놓을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싱글 브리짓 존스는 올해도 특히 여성 솔로부대들의 가려운 곳을 사정없이 긁어줄 것. 진짜 오래 기다린 속편 <더티 댄싱 2: 하바나의 밤>도 2004년 대기하고 있다.
여름 시즌을 강타할 블록버스터로는 휴 잭맨과 케이트 베킨세일이 현란한 뱀파이어 액션을 선보일 <반 헬싱>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을 각색한 <나는 로봇(I Robot)>에서는 오랜만에 윌 스미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듯. 롤랜드 에머리히의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도 내년 여름 개봉 예정. <타이타닉>을 방불케 하는 초대형 스케일로 소문난 <투모로우>는 기상학자들도 설명하지 못하는 엄청난 기상이변으로 도시가 점점 빙하로 뒤덮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전 중의 고전인 호머의 [일리아드]에 토대하고 있지만, 정작 내용보다는 브래드 피트, 올란도 블룸, 에릭 바나를 비롯한 호화 캐스팅-혹은 미남 총출동-때문에 더 유명한 <트로이>는 2004년 5월 모습을 공개한다. 그런가 하면 <니모를 찾아서>의 대성공으로 2003년을 누구보다 즐겁게 보냈을 디즈니 픽사는 내년 은퇴한 수퍼 히어로들을 코믹하게 그려낸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을 내놓는다. 뱃살이 처져 벨트가 잠기지 않는 수퍼 히어로라, 상상이 가시는가?
감독 샘 레이미와 토비 맥과이어, 커스틴 던스트를 비롯 전편의 팀이 고스란히 다시 뭉친 <스파이더 맨 2>는 7월 2일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전복적인 상상력을 사랑하는 관객들이라면 <어댑테이션>, <존 말코비치 되기>의 찰리 카우프만표 영화 <오점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빛(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을 체크해둘 일.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일라이저 우드에 커스틴 던스트까지 캐스팅도 호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