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에게 아빠는 필요없을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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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11:59
조회 3,245 |추천 22
내나이 스물다섯.
주변의 친구들보면 이제 막 사회생활하며 자신을 꾸미고 자유롭게 사는걸보면 참 부럽다.
스물셋에 혼전임신으로 스물넷에 애를 낳고 식도 올리지 않고 혼인신고만 한 뒤 남편과 살았다.
아이가 6개월이 다되도록 그흔한 아기목욕한번 시킨적 없었고 새벽수유를 할때도 아침 일찍 나가는데 혹여나 깨서 잠설칠까 내가 덜자고 아이가 울지않게 케어했다.
남편이 출근한 오전에는 부족한 잠을 조금 더 자고 느지막히 일어나 수유를 하고 혹시나 낮잠자는 아이가 깰까 빗자루로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에 환장하는 남편위해 마트가서 장봐오고 저녁준비하고 밥먹고 치우고 아이 씻기고 나면 내 하루는 끝이났다.
그나마 다행인건 아이가 순한 아이라 예민하지 않은게 내겐 축복이였던 것 같다.
그러다 아이가 막 60일 다되어갈때 딱 하루 피곤해서 뻗어버린 날 일이 터졌다.
5시간가까이 수유하지 못해 배가 고파진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어재꼈고 난 그날 남편에게 쌍욕을 들었다.
엄마라는 사람이 애 밥도 못챙기냐며 갖은 욕을 들었다.
그땐 내가 죄인인줄 알았다.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하는 남편, 몸쓰는일인만큼 내가 더 잘해야되는줄 알았다.
잠깐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샤워라도 하는 날이면 10분도 채 안지나서 왜이리 오래걸리냐며 소리를 지르고,
저녁준비라도 제대로 못하는 날엔 또 잔소리를 들었다.
저녁마다 집앞 PC방에 가서 게임하는것도 이해해줬고 일이 힘들다며 담배끊지 못하는것도 이해해줬다.
그리고 아이가 6개월되어갈무렵 남편은 바람이났다.
게임에서 알게 된 술집여자였다.
그 여자가 몸팔아 번 돈으로 자기들 즐기기에 바빠 하루 이틀 일을 빠지기 시작했고, 결국 살던 월세방에서 쫓겨나기에 이르렀다.
결국 급한대로 짐을 싸 그나마 가까이 사는 작은시누의 집에 일주일간 얹혀살았다. 그것도 나랑 아이만.
남편은 다시 일한다는 핑계로 그 여자에게 갔다.
시누와 시부에겐 차마 그사실을 말할수없었다. 비참했지만 경제력도 없었고 일찍 결혼한 탓에 해본일도 없고 제대로 기지도 못하는 아이를두고 어딘가로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다 시누 사정으로 방을 빼게 되서 친구집으로 옮겨갔다. 다행히 친구도 일찍 결혼하고 전부터 우리 부부와 친구부부가 다 알고 친한 사이라 나와 아이를 부담없이 받아줬다.
그렇게 친구집에서 거의 2달간 머물다 방한칸 원룸을 잡았다. 그리고 친구의 도움으로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아이를 등원시키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고작 9개월 조금 넘은 아이를 맡긴다는게 너무 걱정되고 마음 아팠지만 적응 잘해준 우리 아이에게 너무 고마웠다.
월급은 얼마 되지도 않고 스트레스많이 받는 전화상담이지만 잠시나마 숨통 트이는것 같아 살것같았다.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해볼까도 했지만, 어린이집 사정에 맞춰주는 일을 찾다보니 이게 지금의 나에겐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아이와 씨름하고 일하는동안 남편은 월 1~2일 외에는 나와 아이를 보러오지 않았다.
가끔 오는날보면 아이가 아빠를 낯설어한다. 낯가림도 거의 안하는 아이인데...
그여자와 게임하고 놀고 일도 하지않고 그러고 있었다.
이제 일시작한지 2달. 더 이상 비참하게 살고 싶지 않다.
아이를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하는데 그 자리에 아빠는 필요없을것같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번 주말 내 강력의견으로 올라오라고 했다.
이혼하자고 하려고한다. 입털기 잘하는 남편에게 잘 말할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이젠 끝을 봐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