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연애를 하고 어쩌다 보니 헤어지게 되었다.
헤어진 후 정신이 나가있었다.
진짜로 잠도 안오고 밥도 안들어갔다.
이별하면 그렇다더니 진짜로 그랬다.
집 앞에도 찾아가고 눈물도 짜고 술 먹고 전화도 걸고 카톡도 남기고.
뭐 다들 그렇듯 나도 그렇게 했었다.
다만 나는 딱 한번씩만 했다.
줄기차게 헤다판을 들어왔던 탓인지 세뇌되어 있었나보다.
근데 집 앞에도 한번 찾아가 보고 술먹고 전화도 한번 해보고 술 먹고 카톡도 한번 남겨보고,
어쨌든 한번씩이라도 해봐서 그런지 후회는 많이 덜어냈다.
그렇게 혼자 힘들어했다.
집에 있으면 괜스레 니가 더 생각나서 일이 끝나면 집 가서 다음날 출근할 채비를 하고
집 앞에 있는 24시간 카페로 갔다. 카페에 앉아서 우리의 기억을 곱씹어 보기도 하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같이 앉아 꽁냥대는 커플을 보며 괜히 센치해져 보기도 하고.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면 꽤 긴 시간이었는데 그리 길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렇게 비정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새벽에 집으로 들어갔다.
또 니 생각이 많이나서 우울해져 있었는데 엄마 얼굴 보니까 터지더라.
이상하지.
일부러 친구들도 안만나고 혼자 견뎌내 보려 했는데 나도 누군가에 기대어 한번 털어내고 싶었나 보더라.
엄마를 붙잡고 울었다.
진짜 펑펑 꺼이꺼이 장례식장을 방불케하는 내 모습을 보고 엄마가 물어보길래 엉엉대며 말했다.
나 헤어졌어.
그 한마디에 엄마가 나를 아기 다루듯 꼭 안아줬다. 토닥토닥 등을 두들겨가며 우는 아기 달래듯.
그렇게 소리 내면서 울다가 난 또 카페로 간다고 나갔다. 엄마는 날 카페로 데려다주고 집으로 가셨다. 많이 울어서 그런지 카페에서는 울지 않았다.
그렇게 밤을 또 꼴딱 새우고는 아침에 출근하는데 엄마한테 카톡이 왔다.
그 카톡이 날 정신차리게 한 계기였다.
엄마의 카톡을 보니까 머리를 망치로 한대 맞은 것 같았다.
날 아껴주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내가 그 사람들을 힘들게하고 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드니까 이제 밤새고 밥도 안먹는 미친짓을 그만두고 싶어지더라.
그래 너는 이제 나에게 마음이 떠났고 그건 내가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널 전부 잊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제는 잊을 준비가 되었다.
친구들한테도 굳이 얘기하고 싶지 않고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인데
이렇게 글 쓰니까 또 한가득 덜어낸 느낌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익명으로 글을 많이 쓰는건가봐
좋았으면 추억이고 나빴으면 경험이라는데
우리의 기억이 추억인지 경험인지 아직은 모르겠다.
잘살아 나도 이제는 밥도 먹고 잘살아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