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먹을것에 좀 민감한 편입니다.
누군가 제 밥그릇에 손대는 걸 굉장히 싫어합니다.
대학시절 여친과 식당에 밥 먹으러 갔다가 서로 다른 메뉴를 시켰는데 제가 시킨 음식의 맛이 궁금하다고 허락도 없이 한번 떠먹었다가 심하게 화를 내고 숟가락을 놓고 나갈뻔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항상 얘기를 합니다. 저는 제 밥그릇에 손대는 걸 정말 싫어합니다라고 얘기를 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이후에도 종종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괜한 내 고집 같아서 한번 먹어봐도 되냐고 물어보면.. 그렇게 하라고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맞춰가게 되었습니다..
사건은 어제 일어났습니다.
제가 빵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유일하게 마늘빵만 먹습니다.
저희 직원중 한명의 와이프가 제빵을 배우는 중이라서 뚜XXX 에 입사하여 빵을 매일 만들어서 배우며 시험삼아 만든 빵들을 가져와서 다른 직원들도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저는 빵을 별로 안좋아하기 때문에 예의상 한입 정도 떼서 먹고 맛있네~ 라고 표현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마늘빵을 제가 맛있게 먹는 걸 보고 그 직원은 저랑 오래 생활했던 직원이라서 제가 빵을 잘 안먹는걸 내심 서운해 하다가 제가 잘 먹는 빵을 보고 반가워하며 집에 가서 와이프에게 얘기했나 보더라구요..
그래서 어제 일부러 마늘소스를 잔뜩 바른 마늘빵을 만들어서 크게 한 봉지하고 다른 빵들 이렇게 한 꾸러미를 전해 주더라구요... 감사히 잘 먹겠다고 얘기하고 가지고 왔는데..
마침 어제 집에 손님이 오기로 해서 와이프 직장 동료들이 애들을 데리고 집에 온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집에 있으면 불편해할까봐 간만에 머리도 자르고 밖에서 친구도 만나고 밖에 나와 있었습니다..
빵이 양도 많고 여럿이서 먹으면 더 맛있을거 같아서 빵 나눠서 먹으라고 와이프에게 얘기하고 근데 내가 마늘빵을 좋아한다고 일부러 만들어줬으니까 마늘빵 몇개만 남겨주고 나머지는 다 먹으라고 얘기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친구 만나서 1,2차까지 하고 기분좋게 들어왔는데... 빵들이 다른 것들은 다 남아 있고 마늘빵을 어떤 애가 맛있게 먹길래 다 싸줬다고 하더라구요...
일단 거기서부터 기분이 많이 상했습니다. 특별히 만들어준거니까 몇개만 남겨달라고 했는데 다 줘버렸다고 하니까 (최소 20조각 되었거든요..) 제가 일부러 준거라고 해서 딱 1조각 먹고 나머지는 나눠먹고 내꺼 조금만 남겨두라고 하고 갔는데... 물어보지도 않고 다 준것도 1차적으로 기분이 나빴는데....
나는 얼굴도 모르는 얘가(7살 여자아이라고 하네요) 다른 건 안먹고 마늘빵만 먹길래 가져가라고 다 싸줬다고 다른건 가져가라고 해도 안 가져가고 마늘빵만 먹길래 줘버렸다고 하더라구요...
1차적으로는 내가 남겨두라고 얘기했는데 내말을 듣지 않은것에 화가 났고, 2차적으로는 내게 물어보거나 상황설명을 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나고, 3차적으로는 뭘 그런걸 가지고 그러느냐 마늘빵 그거 사먹으면 되지 애가 잘 먹길래 줬는데 치사하게 그것 가지고 그러느냐 (참고로 와이프는 먹을거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고 먹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라는 말에 정말 많이 화가 났었습니다...
술도 마신 상태인데다 내가 진짜 쪼잔하고 치사한 놈으로 보일까봐 그냥 문닫고 다른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잠들어버렸습니다.
오늘 그 얘기를 다시 이어서 해보다가 내가 이렇게 이렇게 3가지 이유로 기분이 나빴다... 마늘빵을 못 먹게 된 상황보다 그 상황에서 내 상황 감정 하나도 생각 안하고 뭐 그깟 마늘빵 하나 가지고 그러느냐는 말에 나는 더 화가 났었다고 하니까 뭐 그깟 마늘빵 때문에 그렇게 화내고 기분 나빠하는게 이해가 안된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네요..
애가 잘 먹길래 줬다.. 사람 많아서 정신 없어서 내 동의를 구할 여유가 없었다 (사실 이건 제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럼 싸주더라도 내가 얘기했으니까 최소한 한조각이라도 남겨두고 싸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마지막에 헤어지는 상황이 정신 없는데 어떻게 한두조각을 챙기느냐 라고 하네요...
본인은 분명히 애가 그것만 먹길래 싸줬다고 했는데 제가 계속 마늘빵 다 싸준것에 대해 얘기하고 기분 나빠하고 짜증을 내는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하네요...
사실 저도 예측못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마늘빵을 그냥 차에 두고 다른 빵만 놔둘까 생각도 했는데 마늘빵이 지금까지 먹은 것보다 차원이 다르게 맛있어서 집에 오는 손님들을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두고 온 거였거든요...
좀 유치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고 남에게는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그 당사자에게는 정말 소중한 것일 수 있다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말주변이 없어서 짜증만 내게 되고 답답하고 화도 나고 제가 어제 그 상황을 그대로 당신하고 가장 친한 사람에게 그대로 얘기해보라고 했습니다... 동생들에게라도요...
소중한 댓글 달아주시면 읽어보고 대화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제가 좀 과민반응 한 것 같기도 하고.. 제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와이프가 야속하기도 해서 주저리 주저리 적어봤네요... 나이 먹고 이런 걸로 싸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