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잘못했으면 친구가 참다참다 그랬겠냐?” 라는 의견이 많은 걸 봤습니다.
지금 저와 제 친구가 딱 일방적으로 연락 두절을 당한 상태예요. 저도 저지만 같이 당한 제 친구는 그 댓글에 본인의 잘못을 더 찾아보려 애를 쓰고 있어 짠하네요...
그냥 익명으로 털어놓을 곳이 여기가 마땅한 듯 싶어 글을 올립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나서 올해 서른입니다.
각자 다사다난한 10대와 20대를 보내고 이제 30줄에 들어섰네요.
삶의 방식은 다들 달랐지만 저희 세명은 그래도 친구라는 이름으로 평생 묶여있을 거라 의심하지 않았던 지난 날이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A라는 친구가 저희의 연락을 일방적으로 안 받기 시작했습니다.
바쁘겠지... 라는 생각으로 잊을만하면 전화를 하고 톡을 보냈지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제서야 이 친구가 드디어 틀어졌구나 싶더라고요.
제가 쓰는 글이니 100% 객관적이라는 말은 못합니다.
그래도 여기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여기서부터 음슴체.
친구A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너무나 큰 아이였음.
본인을 돈을 별로 중요시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었으나 현실은 돈에 너무나 민감한, 조금이라도 더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이 깊었음.
양다리였던 어머님이 지금 아버님과 혼전임신으로 결혼하셨는데 다른 남자가 더 잘 살았다며 어머니의 선택이 잘못됐다 말하는 수준이었음.
그렇다고 가난한 집을 절대 아님.
쓰니가 대학 등록금에 생활비에 다 벌어 쓰는 와중에도 A는 이때까지 집에서 지원이란 지원은 다 받았고 가족들끼리 해외여행 가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았음.
그런데도 집에 돈이 없어 외국인학교에 못 가서 주입식 교육 때문에 공부를 못했다 생각함.
그러다 지방대에 들어갔고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을 함.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는 본인의 능력에서도 나옴.
우리 셋은 다 고만고만한 성적이었음.
이 친구는 “사람을 학력으로 구분하면 안 된다.”라는 이상과는 다르게 고3때 우리가 각자 다른 레벨의 대학을 가면 서로 멀어질 것을 두려워했음.
덕분에 학부 때는 열등감이, 대학원 때는 우월감이 드러나 걱정이 됐음.
20대부터 얘가 점점 이상해짐을 느낌.
오랜 콤플렉스로 성형을 하고 다이어트를 함.
그랬더니 도끼병이 생김. 친하게 지내는 동창이 자기를 좋아하는데 자기가 차는 거라고 함.
그 동창 어이없음과 답답함을 우리에게 호소했지만 상처 받을까 그대로 내버려 둠.
그 이후에도 남자들이 자신에게 얼마나 대시를 하는지 끊임없이 얘기함. (객관적으로 절대 그 정도 아님...)
남자들이 자신을 찾는 데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는 것 같았음.
처음 만난 남자랑 자는 건 기본이고, 본인을 유부남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로멘스의 주인공화 하질 않나, 양다리도 물론 있었음.
진득하게 연애해서 결혼한 다른 친구와, 첫사랑이랑 결혼 준비하는 나는 솔직히 이해가 안됐음.
친구라 하지만 굳이 성생활이 궁금하진 않은데 그 얘기를 또 굳이 하심.
그러다 정말 이상한 놈을 남자친구라 만남.
중요한 시험 100일 전쯤 만났는데 사귈까 고민할 때 아니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만나더니 부모 몰래 자취하는 두 남녀가 거의 동거를 하시더니 A는 시험에서 떨어짐.
그 시험 준비하겠다고 월세 50만원에 생활비 부모한테 받아 1년을 생활했는데 결국 집에 옴.
이때부터 더더욱 이상해짐.
새로 회사에 들어갔는데 곧 이사가 될 것 같다는 얘기를 함.
그러면서 본인 연봉 3000을 계속 언급함.
그 때 나는 취준생이었음.
어이가 없었지만 굳이 그 환상을 내가 깨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그런가보다 하고 둠.
그러다 그 회사 공중분해 됨.
석사까지 땄는데 시험은 안 되고 회사는 사라지고 나이는 당시 스물아홉.
그 남자친구란 놈은 시험 준비하며 나름 빵빵한 집에서 용돈 타 쓰는 연하였음.
길 가다 여자 품평하는 사람이고 사회적 약자를 비웃는 거밖에 못하는 놈.
친구는 온갖 독한 말을 들으면서도 그 놈을 계속 만났음.
국회의원이 꿈이라는 그 놈 얘기를 하며 “걔 주제에 무슨 국회의원을 해.”라고 자기 남친을 까면서도 기대를 하는 게 내 친구였음.
정말 두서가 없는데... “돈, 학력, 조건 등의 부수적인 것보다는 사람 됨됨이가 중요하다.”의 개념을 갖고 싶은 이상과 달리 A는 자라온 환경 자체가 돈과 학력과 기타 조건이 너무 중요했고 본인의 현실이 그러했음.
그리고 그게 마침내 폭발함.
쓰니가 A가 제안해서 준비하던 시험에 붙은 것임.
다른 친구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집에 시집가서 애 낳고 잘 살고.
물론 각자의 남편과 남자친구는 너무나 스윗하고 자기 여자에게 무한 애정 주는 사람들.
급기야 연락이 두절 됐음.
우린 멘붕이 왔음.
사람들이 짐작하는 감정 쓰레기통은 당연 아니었고(셋 다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아님),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친구는 따로 있었고, 만날 때마다 내 자랑, 네 험담도 아니었음.
친구 시험 결과도 지가 말하기 전까진 우린 묻지도 않고 기다렸음.
필요할 때만 찾는 것도 당연 아니었음.
그냥 한 달에도 여러 번 뜬금없이 전화해서 안부 물을 수 있는 사이였음.
우린 자존심 같은 거 내세울 관계도 아니었음.
친구가 쓰다가 필요한 거 나 준다고 하면 고맙게 잘 썼고, 또 친구가 내가 알고 있는 어떤 게 필요하면 주저 없이 물어볼 수 있는... 가진 걸 나눌 줄 알고 부족하면 받을 줄 알고... 근데 생각해보면 이건 남은 친구랑 나 둘 뿐이었나 싶어짐.
솔직히 우리도 특출나게 잘나진 않음.
난 그냥 밥 벌어먹고 사는 거고, 내 친구도 평범하게 애 둘 키우는 엄마일 뿐임.
물론 평범함이 쉽지 않은 요즘 세대에 감사하지만... A는 그걸 도저히 견딜 수 없었나봄.
더 독하게 욕을 하고 이상해질 때 말렸어야 했나라는 후회를 뒤늦게 하지만... 우린 나름 할만큼 했음.
중요한 시기에 뭘 해야 하는지도 얘기했고, 그런 생각들이 나쁘다고도 얘기했음. 그냥... 힘들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임.
A를 욕하고 우리 편을 들어달라는 건 물론 아님. 그냥 이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털어놓을 곳이 필요해서 여기를 찾았나봄. 이 친구가 저 자격지심과 열등감과 이상한 생각들 버리고 다시 우릴 찾는다면 욕을 바가지로 해주고 다시 예전처럼 지낼 마음이 있음.
개인적으로는 이유야 어쨌든 간에 잠수 타는 게 좋아보이진 않음. 본인으로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언질도 없이 갑자기 이러면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 어딨겠음? 관계는 상호작용으로 맺는 건데 일방적인 단절은 예의가 아니라 생각함. 남녀 사이에 잠수이별은 안되고 친구 관계는 가능함?
아... 씁쓸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