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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나는 얼마나 남아있나요?

롱스톤 |2017.06.13 04:42
조회 537 |추천 0
그냥 궁금하네요.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나요?

장난인 줄만 알았던 군대 후임이 여자 소개해준다는 전화에 지방에 있던 저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어요.

왠지 안 가면 후회할 것 같아서, 망설임 없이 약속 장소로 갔어요.

만나기로 했던 건대 술집의 문을 열고 당신을 보았죠.

이쁘더라고요. 너무나

30분 늦게 와서 연거푸 죄송하다고 말을 하며 당신이 미리 주문한 음식들을 보았어요.

다 식고 굳었는데 손 하나 안 대고 기다리고 있었을 모습을 생각하니 너무 귀엽더라고요.

그렇게 즐겁게 술자리를 가지고 헤어지기 전에 당신에게 용기를 내서 번호를 물어봤어요.

당신은 웃으며 번호를 주어서 너무나 기뻤어요.

짧았던 휴가가 끝이 나고 부대 복귀 후 많은 고민을 했어요.
전화를 해볼까... 말까...

용기를 내서 전화를 걸었는데, 웃으면 전화를 받아준 당신이 너무나 고마웠어요.

그 후 매일같이 전화를 걸어도 항상 받아준 당신에게 좋아하는 감정이 커져갔어요.

그리고 다시 나온 휴가, 당신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에 너무 기뻤어요.

몇 번의 만남으로 당신을 좋아하는 감정은 확신이 되어 나에게 다가왔고 별이 많이 보이던 가을밤, 건대 호수에서 당신에게 고백을 했어요.

그날을 어떻게 잊겠어요. 웃으며 나를 받아준 당신을.

그렇게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어요.

정말 행복했어요.
한 번도 제대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 저에게 당신은 진정한 사랑이었어요.

한 번은, 나의 성장 배경이 궁금하다고 물었던 적이 있었죠?
힘들었던 어릴 적 이야기를 당신에게 하는데 눈물을 흘리며 많이 힘들었겠다고 나를 다독여주는 당신이 너무나 사랑스러웠어요.

제 얘기를 듣고 울어준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었거든요.

길지 않은 연애기간 동안 우리 참 많은 곳을 같이 다녔었죠.

기억나나요? 우리 첫 여행.

같이 손잡고 걸었던 경포대 그 해변을 저는 잊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전역. 민망해하며 지하철에서 당신에게 전역 신고를 했었죠.

이제 우리에게 행복한 시간만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러다 듣게 된 유학 소식.

솔직히 보내기 싫었어요.
보내기 싫었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더 나아질 수 있는 길을 어떻게 막겠어요.

혼자서 못하는 술 마시며 속앓이 했어요.

시간은 흘러 당신이 떠나는 전날. 당신을 보러 갔어요.
평소처럼 만나고 평소처럼 헤어지려는데 당신은 울음을 터트렸죠.

"어차피 다시 볼 건데 왜 울어, 공부 열심히 하고 와 기다리고 있을게" 이렇게 말하고 울고 있는 당신을 뒤로하고 지하철을 탔어요.

더 같이 있고 싶었지만, 못 보낼 것 같아서 애써 발길을 옮겼었는데 그게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었네요.

미안해요.
당신이 나에게 헤어지자고 말하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우리 함께하지 못한 계절 봄, 벚꽃이 만연하던 그 봄에 우리는 헤어졌어요.

어느새 당신과 헤어진 지 2달이 넘었네요.
타지에서 힘든 당신에게 제가 조금만 더 이해하고 연락했어야 했는데... 전 그러지 못했어요.

당장 직면한 내 문제가 힘들어서 당신에게 차갑게 연락했어요. 나 힘든 거 알아달라고 당신에게 위로받고 싶었어요.

정작 위로가 필요한 건 당신이었는데 말이죠.

당신은 내가 차갑게 연락해도 계속 웃으며 답장을 했었죠. 저는 그게 더 섭섭해서 더 차갑게 연락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나를 조금씩 정리하고 있었고, 결국 헤어짐을 고했죠.

처음에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을 땐 당황했어요.
난 헤어지려고 그런 게 아니라...
그저 나 힘들다고 투정 부린 거였는데...
그냥 어린아이 같은 투정이었는데...

그건 제 이기적인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당신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변해버린 내 모습에

수없이 붙잡았지만 당신은 그럴수록 더 모질게 나를 밀어냈어요.

알아요. 이제 더 이상 답이 없다는 걸.

저도 시간이 지나면 잊힐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의 기억은 더 선명해져요.

제가 당신을 만나기 전에 연애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해봤으면 당신을 놓치는 실수는 안 했을 텐데...

나 당신이 아닌 사람 좋아할 자신이 없어요.
모든 연락을 차단한 당신에게 더 이상 연락할 방법도 없지만.

기다리려고요. 짝사랑하듯이 기다릴 거예요.
언젠가 한 번은 내 생각이 나기를 기다리며 묵묵히 기다릴게요.

그것 말고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당신과 헤어진 모든 순간순간이 후회되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는 것이 있어요.

당신을 만나 사랑했던 것.

많이 부족하고 못난 저를 사랑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내가 더 많이 잘해줬어야 하는데 못해줘서 미안해요.

지금 당신에게 나는 얼마나 남아있나요?

비록 많은 것을 잊혔더라도 우리 사랑했던 기억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전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부족한 저를 잠시라도 사랑해주어서 고마워요.

당신 생각이 많이 나는 새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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