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내내 일이 손에 안잡혀서 고민끝에 인터넷에 고민글을 올려봅니다.
비슷한 상황이 아니면 이해하고 조언해주기 어려운일이라 큰맘먹고 적어보네요.
제목처럼... 20여년만에 그녀가 나타났습니다.
어릴적 저랑 제 동생들을 두고 떠났던 그녀가요...
솔직히 어떻게 불러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라고 부르고 싶진 않네요.
아버지는 재혼을 하셨고 17년동안 지금의 엄마와 동생들과 투닥거리며 여느 가정처럼 잘 살아왔으니까요.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에 애가 세명이나 딸린 아버지였지만 지금의 엄마는 아버지를 선택하셨어요.(아버지가 나이드시면서 고집만 느셔서 엄마랑 종종 싸우기는 하지만 엄마가 아직 많이 좋아하시는거 같습니다.) 물론 그동안 엄마와 같이 살면서 좋은일만 있었던건 아니지만 싸우기도하고 토라져보기도하고 일방적으로 짜증도 내보고 여느 모녀 관계처럼 잘 지내왔습니다.
엄마아빠의 노력으로 저나 동생들이나 엇나가지 않고 평범하게 자라서 사회생활도 하고 있고 동생은 결혼도 해서 자녀까지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녀가 나타났습니다.
퇴근후 대문에 붙어있던 "전화번호랑 연락주세요" 가 적힌 메모...
아랫집이나 옆집이겠거니하고 별생각없이 전화를 걸었습니다.
뚜루루루...
"여기 XXX동 XXX호인데요. 메모남기셔서 전화했습니다."
"XXX 니?"
"누구시죠?"
"동생이름이 XXX 아니야?"
다시 물었습니다. 누구시냐고..
솔직히 지금 살고 있는집은 부모님이나 동생들도 한번밖에 안왔고 친구들도 되도록 집에는 초대를 안하기때문에 알고 있는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엄마다..."
순간 소름이 끼쳤습니다.
목소리나 얼굴이 기억이 안날정도로 제 머릿속에서 희미해졌으니까요.
몸에 힘도 빠지고 멍해지면서 머릿속이 하얘지더군요.
10여분간 통화를 했습니다.
헤어지고 나간마당에 너네 아빠가 날 좋게 얘기했을리 없다고..
놀라고 당황스러울 니 마음 알꺼같다고..
그치만 니가 알고 있는게 다가 아니라고..
가정폭력을 못견디고 나올수 밖에 없었다고..
무슨말을 했는지 들었는지 정확히 기억도 나질 않습니다.
어떻게 대응을 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이런일은 처음이라... 아니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일이라...
그녀는 저와 동생을 한번 봤으면 했습니다.
동생과 의논 해보라며... 그렇지만 니네 아빠한테는 얘기하지 말라며...
이미 끝난 사이고 니네 아빠는 몰랐으면 한다고..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너무 갑작스러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요.
전화끊자마자 엄마생각이 제일 먼저 났습니다.
시집와서 본인은 낳아보지도 못한 중학생 애를 셋이나 키우며 고생하신 엄마가요..
그치면 목소리를 들으면 눈물이 날꺼같아 바로 전화를 못하겠더라구요.
마음 좀 진정시키고 엄마한테 전화걸어서 쓸데없는 소리만 한참 하다 끊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왜 굳이 지금 나타난걸까요?
각자 잘 살고 있는데 모르는척하고 계속 사는게 나을까요?
전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별로 안 만나고 싶은데 부모님은 모르더라도 동생들한테는 얘기해야할까요?
친구가 그러더군요. 그래도 지금은 그런 마음이더라도 나중에 결혼하고 애를 낳으면 또 다른마음이 들수 있다고 좀 더 고민해보라고.. 애를 낳으면 생각이 달라 질까요? 키우다보면 그녀가 더 이해가 안가지 않을지..?
혼란스럽네요.. 삼십몇년을 고민없이 잘 살아왔는데..
나의 대처능력이 이거 밖에 안되나 싶고.. 인생 헛살았나 싶고..ㅠㅠ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정답이 없는 문제이니 비슷한 일이나 고민 해보신분들은 조언 부탁드리고 경험해보신분들은 만나고 나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점들은 없는지도 조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