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답답한 마음에 이곳에라도 이야기 해봅니다..
결혼한지 11년차 주부에요.
신랑이랑 둘이 어릴 때 부터 오래 연애하고 결혼해서
서로 못볼꼴도 다 보고 약한 점도 다 알고
투닥거려도 너는 나 아니면 안돼 나는 너 아니면 안돼
그런 식으로 보듬으면서 나름 잘 살고 있습니다.
결혼 초에 유산을 했는데 그 과정이 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저희 부부에게
데미지가 있었어서
아기 없이 둘이서 건강하게 아끼며 살아보자로 정해
아이는 없구요.
여전히 앞으로 아이 낳을 마음은 없습니다.
신랑이나 저나 둘다 성격이 조용조용한 편이고
콘서트 보다는 한적한 드라이브 좋아하고 그래요
저는 아기일 이후로 집에서 쉬면서 살림만 해왔고
신랑 혼자 직장생활하던 차에
신랑이 직장에서 사람 상대하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고 술취해서는 변기에 앉아서 울더라고요
저 너무 놀라서 당장 떼려치우라고 하고
여차저차해서 정말 6개월 정도를 둘이서
구직활동 및 백수생활을 좀 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00읍 00리로 주소가 끝나는 시골마을 근처에
신랑 일자리가 생겨서..
정확히 말하면 회사가 xx시 외곽에 있는데
츨퇴근 하기가 00시 00읍 00리에서 사는 게
더 가까운 상황이었어요.
아이도 없는데다 저도 집에서 살림하고있으니 굳이 주말부부 할 이유 없고
사람한테 많이 치여서 살았으니 조용한 생활이 오히려 좋겠다싶어서
00리를 미리 견학(?)을 했는데 제법 큰 농협마트도 하나 있고 젊은 사람들도 많고 새로 지은 마을 영화관도 있고
오히려 높은 건물들이 별로 없어서 풍경도 좋고
차로 15분이면 바로 바닷가고.. 솔직히 집값도 싸구요..
작은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아주머니가 반찬을 자꾸만
이것도 먹어 저것도 먹어봐 가져다 주시고
시장 골목에서 과일 파시는 할머니들도
저희 말투 때문인지 외지인이냐고 먼저 인사하시고
저희 부부가 느끼기에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되게 친절하시고 인심이 좋다고 느껴졌고..
굳이 단점이라면
병원이.. 작은 의원은 있지만
응급실이나 종합병원 수준까지는 없고
xx시까지 가야하는 것과
신축건물이 별로 없고 대체적으로
건물들이 오래된 것
그것 말고는 장점이 더 많아보였어요
언제까지 모아둔 돈 까먹으면서
둘 다 무직으로 있을 수도 없고
이러한 이유들로
둘다 평생있었던 서울 생활을 접고
이사를 했어요
비교적 지은지 얼마 안 된 깨끗한
2층집에 2층을 전세로 구했는데
(1층은 주인세대 거주)
집앞이 탁 트여서 볕 잘들고 바람 잘통하고
아파트랑 정취도 다르고 멋지다 그러면서
기분 좋게 시작했어요.
지금 이사 온지 5개월 째인데
거의 매일 특별한 이유 없이도 울어요..
신랑이 출근할 때마다 자꾸 마을 사람들이 나타나서
어디 어디 좀 태워 달라고 해요.
그분들도 포터트럭 있으시면서..
젖갈이니 말린 고추 같은 거 뒷자석에 막 싣기 일쑤..
늦어서 오늘은 안되겠다고 거절이라도 하면
할머니 할아버지도 아니고 아주머니 아저씨가
40대 초반인 남편한테 젊은 놈이 외지에서 와서 잘난 척한다고
막말 일삼고 그래서 아기가 안 들어선다고 해요.
집앞 경치가 좋은 편인데 창문을 못 열어요.
이집 저집에서 할머니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태워요...
경찰이고 읍사무서 직원이고 다들 마을 사람들이라
제 말이 잘 안 통해요.. 남편도 담배를 안피우는데
매퀘한 냄새 진짜 눈물 콧물 사람 예민해지는 거
한순간이에요... 멀리 있는 집에서 태워도 냄새랑 연기가
바람타고 와요..
신랑 출근 시키고 폭풍 청소하고 쉬고있으면
누군가 문을 두드려요. 문 열면 다양한 사람들이
저희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해요. 어제 머 먹었어?
저 화분은 못보던거네? 왜 집에 있으면서 문을 안 열어?
자꾸 동네 아줌마 할머니들이 신랑 몸을 만져요
신랑이 셔츠에 타이를 메고 출퇴근 하다보니 눈에 띄이긴 해요 자꾸 아이고 옷 깨끗이 빼입었네 하면서 먼지 털어주는 것처럼 하면서 남대문 부분도 막.. 신랑이 화를 내면 본인들끼리 자지러지게 웃어요..
나이 있으신 분들은 나이가 있어서 그러려니 한다해도
이삼십대 젊은 사람들도.. 엊그제 마을 영화관에서 군함도를 상영해서 보러 갔는데 젊은 남자분이 어떤 배우 나올 때 마다 욕을 해요. 신랑이 참다가 조용히 좀 보자고 하니까 매국노냐고 되려 묻더라구요.. 영화관에 앞좌석에 발 올리기는 앞좌석에 사람이 없어도 하지 말아야 서로 쾌적할텐데 앞이 빈좌석이면 너나 할 거 없이 전부 다 발을 올려두고 보고..
마을 회관에서 바닷가쪽으로 왕복하는 버스가 한대 있는데 뒷문으로 내리려고 보면 뒷문으로 올라타고 있고 그것도 내리는 사람 먼저 내리고 타는 것도 아니고 먼저 밀고 올라오고..
요즘 무개념 엄마들보고 맘충이라고 하죠.. 버스에서 남자아이 소변 음료수 병에 받고 창문열고 버려요. 문제는 주변에서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저희부부만 무슨 놀란 토끼처럼 벙져요. 더러운 건 둘째치고라도 혹시라도 뒷차 맞으면 교통사고 난다고 하니까 애기 엄마도 아니고 옆에 사람들이 나서서 어~ 안그래 괜찮아~
밤이면 술취해서 길바닥 기는 사람도 너무 많아요
할아버지 아니고 청년들..
어딜가든 반말이에요. 처음에는 아닌데 말 몇마디 나누다가 사투리가 어색해서 말투가 이상하다 싶으면 어디서 왔어?로 반말 시작이에요. 반찬가게 앞에 지나가는데 젖갈 시식하라고 손으로 막 밀어넣고 제가 비위가 약해서 손사래 치면 서울년들은 뭘 먹고 사냐고 또 깔깔깔... 처음에는 친해지고 싶어서 같이 웃고 그랬는데 요즘엔 신랑 없음 아예 밖에 안 나가요.
택배아저씨는 자꾸 1층 주인집에 제 택배를 맡기고 가버리고 주인집에서는 그걸 자꾸 뜯어봐요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구경만 하는데 뭐가 어떻냐고.. 이제 택배 안 시켜요. 꼭 필요한 건 신랑 직장으로.
또 뜨악 했던 일이 수없이 많은데 막상 적으려니 정리가 안되네요..
여튼 신랑 직장에 저희처럼 타지에서 온 분들이 많은데 다들 멀어도 xx시에 집 구하고 사는데는 이유가 있었어요..
이 마을 사람들은 다들 악의없이 상처를 줘요
사람들이 저를 아이없는여자나 소풀 정구지라고 불러요.
제가 부추가 소풀이고, 소풀이 정구지인 줄 몰랐어요.
다들 인심 좋은 얼굴로 깔깔 웃는데..
그런 걸 모른 저도 모자른 사람이고 시골 생활에 대해 준비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집안에서 가만히 창문닫고 있어요.. 적응하기 친해지기 정말 어려워요...
전원생활 성공해서 사시는 분들도 많으시던데...
정말 타임머신 타고 옛날로 온 것 같아요..
상식 시민의식 매너 사생활 보안.. 그런 거 없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