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카톡 왕따·스마트폰 언어폭력동시다발 공격 '현실 왕따'보다 더 아프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깊이 빠진 학생들은 자신의 행동으로 상대방이 얼마나 괴로울지 예상하는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아무런 죄의식 없이 집단 따돌림이나 언어폭력을 자행한다. 김경현 기자 view@ 한 여고생이 스마트폰 메신저인 카카오톡에서 집단 따돌림과 욕설 공격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났다. 스마폰을 이용한 언어폭력이 새로운 형태의 폭력으로 등장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카톡방이 열리고 한 명이 '공격'이라고 하면 그 때부터 남학생 16명이 피해자에게 수도 없이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이들 남학생 중에는 영문도 모른채 집단 폭언에 참가했다고 한다. '사이버 언어폭력'과 '카톡 왕따'가 한 여고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룹채팅과 같이 또래집단에서 벌어지는 사이버 상의 왕따는 현실 속의 왕따 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면나눔신경정신과의원 박세현 원장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왕따는 일반적인 폭력과든 달리 익명성이 있다는 것이 특징인데 직접 대면하지 않고 행해지다 보니 심한 말과 비난, 욕설 등이 일어난다. 또 동시다발적인 폭력이 한 학생에게 집중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해를 받는 학생 입장에서의 심리적 충격은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해·피해자 모두 정신병리학적 증상 우울증·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앓아
역할 바꾸기·교도소 방문 등을 통한 간접체험도 예방의 한 방법
'폭력' 당했을 땐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이른 시일 내 검사·치료 받아야
■공감능력 없어 상대방 아픔 못 느껴
어릴 때부터 컴퓨터나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성장한 학생들은 정서적인 문제가 따라 다닌다. 하등동물일수록 생각없이 반응하는데 그것을 조건반사라고 한다. 컴퓨터 게임이나 스마트폰을 많이 가지고 노는 아이들은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조건반사적 반응을 많이 보인다. 따라서 반응속도가 아주 빠른 대신에 감정의 깊이가 피상적이고 공격적이고 충동적이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가 나타나는 것도 이런 과정에서다.
이런 성장과정을 거친 학생들은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지적 능력만 있고 감정적 능력은 발달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동아대병원 정신과 김철권 교수는 "이런 학생은 자신이 폭력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이 얼마나 괴로울지 예상하는 능력이 없다. 또 이 시기에는 또래들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나쁜 짓을 하면 머리로는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행동을 따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카톡왕따 피해 학생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대화내용.■가해자 피해자 모두 우울, 불안, 강박 증세 가해자들은 별다른 죄책감 없이 '카톡 왕따'에 참가하는데 내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 타인이 상처를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가해자의 특징은 적절한 자기통제력이 부족하고 충동적이며 공격적이다. 쉽게 남을 탓하고 원인을 자신보다 외부에서 찾는다. 또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 낮고 불만 수준이 높다.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고 학대를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피해자들은 신체적으로 왜소하거나 또래그룹에 참여하는 기술이 떨어지는 특성을 갖는다.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거나 잘난 척하고, 특이한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학교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을 경우에 자살에 대한 생각이 3배 가량 증가한다. 또 극단적인 폭력적 수단으로 보복할 위험이 높아진다.
그런데 가해자와 피해자는 비슷한 정신병리학적인 증상을 보인다. 외부로 표출되는 행동양태는 달라도 우울증, 불안장애,강박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정신과적인 문제가 비슷하게 나타난다.
■폭력 경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나
스마트폰에서 일부 학생들이 떼지어 자신을 공격하면 학생 시기에는 일부 학생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욕한다고 일반화시켜 생각하기 쉽다.
친구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했을 때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이 사실을 빨리 알리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처법이다. 하지만 피해 학생은 따돌림 사실을 알리는 대신 혼자서 맞서려는 경향을 보인다. 알리는 것이 고자질하는 나쁜 행동이라는 생각과 나중에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렇다.
게다가 학생 시기에는 독립심과 의존심 사이에서 갈등하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생겨도 부모에게 말을 하지 않는다.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독립심을 해친다고 오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와 선생님이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가가야 한다. 또 평소에 고자질과 도움 요청은 다르다는 것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피해 징후가 보일 때 '넌 왜 그렇게 바보같이 당하고만 있니', '시간이 해결해 줄거야' 등의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구나', '엄마 아빠가 지켜보고 있을테니 걱정하지 말아라'며 심리적인 안정과 지지를 해 준다.
■예방과 후유증 치료법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공감능력을 가르쳐주는 것이 필요하다. 수업시간에 역할 바꾸기를 통해 장난으로 하는 짓이 상대방에게는 감정적으로 얼마나 큰 충격인지를 깨닫게 한다. 또 죄를 지으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를 실감나게 경험하게 하는 것도 좋은 교육이다. 교도소 방문이나. 영상을 통한 간접체험을 해보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빠른 시일 내에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피해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임의로 판단하지 말고 전문가의 의견을 다르고 충분한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정서행동발달 문제와 관련이 된 경우에는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김병군 의료전문기자 gun39@busan.com
도움말=동아대병원 정신과 김철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