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너무 우울할 것 같다
6년을 친구로 지내고 고등학교 막바지 때 만나 이십 대 초반을 전부 함께 보낸 친구였어 나는 진작 정리를 하고 있었지만 군인인 너는 이런 내 말이 당황스러웠겠지 사실 우리가 헤어진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거든 싸워서도 아니고 네가 싫어서도 아니고 단지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단 이유와 함께 있을 때면 권태로움을 느끼는 게 꽤 오랜 시간 지속되다 보니 나도 참 지친 것 같아 실은 권태의 고비를 지난 시간 동안 몇 번이나 겪었고 늘 한결같은 네 덕분에 마음 다잡으면서 그래 너랑 나의 끝은 아직 상상할 수 없단 이유로 꾸역꾸역 널 만나 왔던 것 같아
우리의 끝을 몇 번 상상해 본 적이 있었는데 이미 마음이 정리되고 있는 나는 어차피 잘 못 만나는 너니까 헤어진 후에도 그냥 평소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정말 아무렇지 않으면 어쩌지 이런 무서운 생각을 했던 것 같아 근데 막상 그게 또 아닌 것 같아 마음이 떠났다는 이유를 들며 정리하자는 말을 전할 때 나 참 많이 울었어 너한테 정이 떨어진 게 아니구 단지 마음이 변한 거니까 이런 말을 하는 중에도 내 자신이 너무 밉고 너무 속상한 거 있지 우리가 왜 헤어지는지 서로 너무도 잘 알았기에 한동안 전화 붙잡고 서로 아무 말도 못 했잖아 마지막 통화라는 걸 알다 보니 나도 아쉬운 마음에 전화를 붙잡고 또 붙잡았던 것 같아 우리 참 일찍 만난 것 같다며 서로에게 밑바닥은 절대 보여 주지 말자 나는 이다음에 어딜 가서든 나 참 좋은 사람 만났었다 서로 이렇게 말하고 싶다면서 여태 못 했던 말들을 주고받았지 줄곧 내가 바랐던 이상적인 이별임에도 덤덤한 말들로 이별을 말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진 않더라구
암만 싸웠어도 헤어지잔 말 한 번 서로 안 했던 게 지금 더 마음 아픈 이유인 것 같아 정말 끝이구나 사실 아직 실감은 안 나 삼 년의 네 자리가 고작 며칠 사이 없어진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긴 하지만서도 나는 여전히 네가 아쉽고 아쉽지만서도 이게 우리가 만날 수 없는 이유야 딱 서로한테 아쉽기만 한 존재인 거야 결국 같은 이유로 같은 상황이 올 거라는 걸 서로 너무 잘 아는 거지
두 번 다시 너 같은 사람 못 만날 것 같아 누굴 만나 다시 연애를 시작하더라도 네가 준 사랑이 너무 과분했기에 마음의 크기를 재고 또 재 볼 것 같아 결국은 너만 한 사람이 없다는 걸 몸소 느끼게 될 거야 너는 정말 인간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최고인 사람이야 제대로 된 첫 연애 상대가 너라서 참 다행이야 헤어지고 나서도 상대를 응원할 수 있다는 게 무슨 말인 줄 몰랐는데 조금은 알 것 같아 정말 진심으로 나는 네가 잘됐으면 좋겠어 미련은 남지만 연락은 하지 말자 네가 말했잖아 서로 미워하지 않고 헤어질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나는 우리 마지막 나눈 말에 최선을 다할 거야 너도 그랬으면 좋겠어 정말 많이 좋아했고 우리 정말 예뻤었단 사실엔 변함이 없어 고마워 너무너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