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의 마교독왕 두비홍은 그 위세가 가히 여황제였다.그녀는 나이가 많았지만 그 기세는 꺾이지 않고 늘 의기양양했다.그녀가 이끄는 일월신교는 갈수록 강성하여 소위 정파 인사들이 두려워하고 미워하는 존재였다.강호에서 이름난 소씨 집안의 젊은 남자 소청우는 무공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고 인품도 좋은 소협이었다.주변 평판도 좋았고 그는 늘 겸손했다.어느 날 강호 인사들이 모두 모인 호수 천리지에서 마교 타도가 주제로 나왔고 대부분 의견이 일치했다.두비홍의 악행을 놔둘 수 없다는 것이었다.그런데 그곳에는 비홍의 조카 두완이 정체를 숨긴 채 평범한 소녀로 잠입해 있었다.그녀는 재밌다는듯 가끔씩 피식 웃었다.그러다가 소문만으로만 듣던 청우를 보고 호감을 가졌다.그는 지기인 여협 하능상과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능상: 분명 마교의 악명은 높지만 우리만으로 이길 수 있을까요?사상자가 클거예요.
청우: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사파라고 무시하지만 말고 힘을 합쳐야 하오.
능상: 저 사람들이 듣겠어요?다들 꽉 막혔죠.아마 자기들끼리 흑목애(비홍의 본거지)로 쳐들어갈지도 몰라요.
두완: 말로만 듣던 소 공자와 하 낭자시군요.반갑습니다.소 공자,정말로 뵙고 싶었어요.
청우: 낭자는...
두완: 저는 영롱이에요.그저 뜨내기인데 어쩌다 보니 여기 오게 됐네요.제 고모는 강호에서 꽤 유명한 분이에요.누구게요?
능상: 고모...?멸절 사태나 정일 사태의 여조카인가?
두완: 틀렸어요.내 고모는 더 능력있는 분이에요.그럼,잘 즐기세요.소 공자,반가웠어요.
두완은 그를 본 뒤 완전히 반하게 되었다.그녀는 돌아가서 비홍에게 청우에게 시집가겠다고 졸랐지만 비홍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화냈다.그녀는 만약 일월신교가 강호를 장악하는 날이 와도 소청우 그것은 너를 쳐다도 안 볼 것이라고 팩트 폭력했다.그도 그럴 것이 두완은 능상이 친해 보여 질투했으나 청우의 연인은 따로 있었다.단아하지만 똑 부러진 아주.청우와 아주는 잘 맞고 잘 어울리는 선남선녀였다.두 사람은 서로만 사랑했고 누가 보기에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자는 없었다.능상을 비롯한 강호 친구들은 부럽다며 놀려댔다.그러나 두완은 개의치 않았다.그런 연약해빠진 계집따위 견제도 안된다며 빼앗겠다고 다짐했다.
청우: 아주,우리 다음번 오패강 모임을 끝낸 뒤 혼인합시다.당신이 내 반려가 되고 내가 당신의 반려가 되어 한평생 살아낼 수만 있다면 나는 더 바랄 게 없어요.
아주: 그걸 왜 이제서야 말해요?아주도 그걸 원해요.당신이 계속 말하지 않으면 내가 말할 참이었어요.
청우: 허락해 주는 거요?기뻐요,아주 기뻐요.
아주: (기댄다)강호의 은원은 너무 깊어 헤어나오려 해도 쉽지가 않아요.나는 당신이 그 속에 휘말리지 않았음 해요.사람이 사는 곳이 곧 강호인 줄은 알지만 깊이 관여하지는 마요,네?
청우: 부군을 걱정해주시는 마음이 하해와 같군.(웃음)이제 아내가 생겼으니 나도 함부로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오.
아주: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청우: 당신은 일월신교를 걱정하는 거지?
아주: 일월신교라기보다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그들과의 싸움이 무서워요.얼마나 많은 이들이 다칠까요...
청우: 우리 사람들을 지켜야 하는 날이 오면 나도 싸워야 할 거요.
아주: 그럼 나는 당신을 지킬게요.
청우: 아니,내가 당신을 지켜줄거예요.
끝내 그들이 우려하던 대전이 벌어졌다.숭산파가 이끄는 오악 연맹은 마교를 섬멸하겠다며 흑목애로 쳐들어갔고 기다리고 있었던 신교인들은 일당백으로 싸웠다.비홍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깨끗한 척하는 위선자 놈들이라고 욕했다.결국 청우도 두고 볼 수가 없어 흑목애로 갔는데 싸움이 과열된 것이 아수라장과 같았다.진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흑목애의 가장 높은 곳에서 관전하던 비홍은 청우를 발견했다.정신 없이 싸우고 보호하는 그에게 그녀는 암연소혼장을 발휘했다.그러나 몰래 그를 따라온 아주가 대신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아주는 꽃이 스러지듯 놀란 청우의 품에 안겼다.
- 아주...아주!안 돼!!!
- 내가 그랬죠,당신을 지킬거라고.이런 곳에 당신만 보낼 수 없어요.
- 왜 날 따라온거요,그리고 얌전히 숨어있었어야지!
- 청우,잘 살겠다고 약속해요.제발요..
- 당신 없이 내가 어찌 살겠소.아주,부탁이니 가지 마시오.우리는 이미 부부요.백년가약을 맺었으니..
- 청우.다른 여인을 만나더라도 너무 나보다 좋은 여인을 얻진 마요.날 잊으면 안 돼요.
- 아아아...(오열)
- 힘들어요.그래도 내 마지막이...당신의 품이라 행복해요.
- 아주!!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눈을 감았다.오열하던 청우는 위의 비홍을 보고 용서하지 않을거라며 눈에 살기를 드리웠다.그 눈빛에 저도 모르게 식겁한 비홍은 자신만의 비밀 동굴로 물러났다.청우는 아주의 시신을 능상에게 부탁하고 그녀를 뒤쫓아갔다.그때 그의 앞에 나타난 건 영롱,아니 두완이었다.두완은 비키라는 그를 막아서며 당신을 위해서 나도 모든걸 바칠 수 있다고 매달렸다.비홍의 조카사위가 되면 내가 설득해 부교주로 만들어 주겠다고 말이다.분기탱천한 그는 영롱이 아니라 마녀의 조카였냐며 칼을 겨눴다.그때 신교인들이 몰려와 공격했고 두완은 놀라고 화가 나서 도망가 버렸다.
정파의 기세는 점점 거세졌고 사기도 높아졌다.신교의 하락세를 직감한 비홍은 조용한 동굴에서 심복인 향주 강일진을 불러 말했다.자신의 시대는 끝났지만 너에게 일월신교를 물려줄 테니 남은 사람들을 데리고 어서 흑목애를 떠나라고,내가 여기 있으면 멍청한 그놈들이 다 끝났다고 생각할거라며 힘주어 말했다.일진은 그동안 녹림의 비적에 불과하던 저를 이렇게까지 키워 주셨다며 그 은혜에 보답치 못해 속상하고 죄스럽다고 말했다.비홍은 그런건 상관없으니 어서 가라고 재촉했다.그리고 두완은 영리하지만 너무 독하고 그동안 나를 기만해 온 것이 나보다 더하다며 부교주 직을 주어 데리고는 있으되 신교에 방해가 되면 제거해도 된다고 덧붙였다.그는 비홍의 명을 받들어 잔당을 이끌고 그곳을 떠났다.남은 그녀는 동굴 의자에 조용히 앉아 독주를 마시고 삶을 끝냈다.청우와 사람들이 왔을 때 이미 죽어있었고 청우는 노기를 터뜨리며 아주를 죽였다며 이리 쉽게 죽어선 안된다고 울다가 쓰러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