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미련 버리는 법 좀... 미치겠다

계란볶음밥 |2017.09.02 22:51
조회 1,379 |추천 0
전 여친 프사를 봐 버리는 게 나은 선택일까요?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따끔한 일침도 좋으니 여기 계신 분들께 그냥 제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3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상사병인데, 상사병이 어느덧 줄어들었다가 최근에는 다시 도져서 너무 힘드네요. 잠들기도 힘들어요.
3년 정도 사귀었었구요, 시작할 당시에는 둘 다 공시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사귀었을 당시에 그 친구는 공시생이었고 저는 아직은 대학생이었어요. 때문에 매 주말마다 만나긴 힘들었지만 대신에 한 번 만날 때마다 참 여행도 자주하고 재미있는 일들도 많이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방방곡곡을 누벼서 저는 아직도 "대전", "부산" 하는 식으로 지역명을 볼 때마다 그 친구와 같이 있었던 장소들과 사건들이 눈 앞에 떠오릅니다.
그 친구는 사귄지 1년만에 멋지게 합격했고 공무원이 되었어요. 저도 꿈을 위해 시작했고요. 하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서울에서 공부하지는 못하고 집에서 공부를 했어요. 물론 그 덕분에 그 친구가 매일 퇴근할 때마다 만날 수 있었고 오히려 1년 전보다 사이가 더 돈독해질 수 있었어요. 동네가 작고 이뻐서 둘이서 자주 산책했었는데, 산책길로 걸어다니면 금방 그 친구 집까지 바래다 줄 수도 있었고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이야기도 많이 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또 1년을 지내고 나니 공부가 아닌 허송세월을 보낸 것 같아 가족들과 담판을 짓고 서울로 올라왔어요. 이때 제가 실수했다고 뒤늦게 느낀 것이, 여자친구에게 제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말하지 않았다는 거였어요. '집에서 부모님 사업을 돕는 것과 너를 자주 보는 게 내가 공부를 하는 데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서울로 올라가 공부하고 싶지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으니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다.' 등등이요. 그 당시의 저는 어렸기에 남자의 고민은 무조건 이야기 안 하는 게 좋다고만 생각했었어요.
여자친구에게 '서울로 가서 공부해야겠다'고 통보를 했을 때 적잖이 충격을 받더라구요. 제가 잘못 생각했죠. 여자친구는 언젠가는 서울에서 살고 싶어 하기도 했고, 저도 서울에서 직장을 구하고 싶었고, 저도 그녀도 "진지하게"까지는 아니었지만 상대를 결혼 대상으로 어느정도 보고 있었기에 서울에 가는 걸 인정해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너무 힘들어하더라구요. 제 생각이 많이 짧았어요. 하지만 다른 방도는 없었다고 지금은 생각해요.
꿈에 그리던 서울에 와서 공부랑 알바를 병행하며 사는 건 많이 힘들었어요. 끼니도 잘 챙겨먹지도 못했고요. 덕분에 여자친구에게 제대로 뭔가를 해준다는 건 정말 힘들더라구요. 천일 기념일에 고작 전화기 너머로 노래 불러준 걸로 퉁쳤다면 욕먹을 일이 맞잖아요? 너무 울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서울에서의 1년이 지나 헤어졌어요. 아직도 기억 나요. 그녀가 헤어지자고 통보를 한 게 3주년 딱 하루 전이었거든요.
글을 다시 읽어보는데 너무 불쌍하게만 쓴 거 같더라구요. 그녀가 제게 실망하게 된 건 다른 여러 이유들도 많죠.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제 과거 사진들, 제 게으름 때문에 놓친 버스들, 그녀가 힘들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한 것들 등 정말 많이 있어요.
어쨌든 그 때문에 멘붕해서 그해 시험을 망쳤어요. 며칠 뒤에 바로 시험이었거든요. 시원하게 망친 게 오히려 잘 된 거라고 다독이고 복학했어요. 학교 공부가 밀린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는 사람이 적은 동네보단 대학교에서 여러 친구들을 만나면 정신이 회복될 거라는 믿음 때문에요. 그런데 잘 안 되더라구요. 매일 밤 신해철 노래들을 들으면서 학교 운동장을 몇십바퀴를 걸었는지를 몰라요. 몸이 피곤해지지 않으면 잠도 잘 안 왔거든요. 별 관심도 없었던 신해철 노래들이 그렇게 슬픈 가사가 많았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사실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제게도 고맙게도 그런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겼어요. 그리고 오랫동안 진심으로 사랑했고 이 친구와도 정말 많은 추억을 만들었어요(하지만 글 내용과는 동떨어지니 이만 줄이겠습니다). 하지만, 남자들에게는 첫사랑이 언제나 마음 한 켠에 남아 있고 그게 정말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전 여자친구는 첫사랑이 아니었는데도 그 첫사랑의 자리를 차지하고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어요. 그런 제 모습이 한심하고 지금의 여자친구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스트레스가 점점 쌓였고 그게 지금의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이유 중 하나에요.
헤어진지 꽤 된만큼 지금의 여자친구를 잊으려 노력하는 건 어느정도 성과가 있는데 전 여자친구만큼은 사라지지 않고 마치 올가미처럼 제 정신을 파고듭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를 감을 때도 그녀가 생각나고 "아 오늘 하루도 하루종일 생각나겠구나"하는 생각에 벌써 좌절감이 엄습해와요. 밤에 누워있으면 그녀가 없는 삶이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만 들어요. 덕분에 공부가 요 몇개월은 정말 안 돼요.
사실 그녀와 헤어지고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었어요. 너무 보고 싶어서 억지로 일정을 만들어 고향으로 내려갔어요. 카페에서 하루종일 기다리겠다는 찌질한 연락을 보냈지만 안 만나줬어요. 대신 그 다음날 아침(일요일)에 만나자고 하더라구요. 아침에 기다리는데 손에 시디를 들고 왔어요. 예전에 같이 본 뮤지컬의 음반인데 그녀에게 빌려줬었거든요. 별 말 없이 제게 주고는 "갈게." 한마디 하고 뒤돌아서 가더라구요. 그걸로 '정말 끝났구나'하고 마음이 정리됐으면 이렇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리가 없을텐데요.
지난 겨울에는 그녀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너무 놀라 카톡프사를 보러 스크롤하다가 내가 그녀의 프사를 보면 받게 될 충격이 무서워서 포기했습니다. 그 뒤로 그녀와 관련된 모든 것은 억지로 무시하고 멀리하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처럼 깨어있으나 누워있을 때나 미련(이제 와서는 이게 사랑인지 한번만 보고 싶다는 악바리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때문에 제가 죽음(정말로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은 아니고요, '모든 걸 다 잃어가는 수험생활이 무슨 의미가 있나?'하고 한탄하는 수준이에요.)도 생각하는 걸 보면 일단 저부터 살아야 할 것 같아요. 그녀 프사를 보고 결혼생활에 찌든 아줌마가 된 얼굴을 보면 마음이 나아질지, 아니면 그냥 그녀를 욕하고 평생 원수라고 생각해버리면 나아질지 어떤 것이 나을지 모르겠어요.
너무 힘듭니다. 최근에 정말 오랜만에 집에 내려갔었는데, 제방 가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산책길, 그녀의 집, 나를 바래다 주던 터미널까지 지나치는 모든 곳에 배여있는 그녀와의 추억이 떠올라서 부모님이랑 대화할 때도 표정관리가 전혀 안됐어요. 앞으로도 집에는 내려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글을 쓰다보니까 정말 길어졌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근데 저는 정말 절박해요. 너무 힘들어요. 상사병의 대상이 유부녀잖아요. 잊어야 하는데 못 잊고 공부도 못하고 있어요. 이야기를 쓰다보니 어느정도 마음이 풀렸지만 그래도 오늘밤과 내일이 또 두렵습니다. 해결하고 싶어요.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