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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망상과 신천지 집단

박해망상과 신천지 집단

현대종교 2017.07.21 10:27 입력


한국교회가 시작될 때부터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이단 및 사이비종교(신흥종교라 불리는)들은 한결같이 율법적 특성을 띄고 있었다. 그들은 늘 틀(frame)을 만들고 그 틀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성경을 근거로 “사망에 이른다”, “지옥에 간다”, “영생을 얻을 수 없다”는 등 협박을 일삼아 왔다. 뿐만 아니라 ▲곧 종말이 온다 ▲마지막 때 ▲표를 받으면 큰 일이 난다는 등의 말로 헌금을 강요했다. 종말이 곧 온다고 하면서 헌금은 왜 그리 많이 필요했을까?

  

최근 한국교회를 혼란에 빠뜨린 신천지집단을 연구해보면 그야말로 한국교회 이단의 역사 속에 들어있던 모든 요소들이 빠짐없이 담겨있는 이단종합선물세트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들은 항상 순진한 신앙인들에게 문서나 이메일, 성경공부 등으로 접촉해 애매모호한 이원론을 주장하며 사람들 마음에 의분을 자아낸다. 의분은 결국 한국교회의 잘못에 대한 의분이다. 그러면서 말세가 되어 하나님이 의인과 악인을 구별하셔서 주의 재림을 예비하시도록 사람을 모으시는데 그 새로운 목자로 세운 자가 신천지의 이만희라는 식의 메시지를 강조한다. 사람들은 의외로 이원론(선과 악, 천국과 지옥, 영생과 영벌)에 혹(惑)한다. 이원론을 정신의학적으로 말하면 편집성(paranoid)에 해당한다. 불안과 의심을 이용하여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세뇌시켜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믿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여길 떠나면 죽는다”

  

신천지인들은 지도자층을 제외하고는 인터넷은 선악과라 하여 못 보게 한다. 신천지를 믿지 않는 가족이 여행이라도 가자고 하면 절대 가지 않는다고 한다. 혹여 가서 붙잡힌 상태로 성경공부를 주입(?)받아 신천지 교리에 대한 믿음에 금이 가면 자신들은 끝장이라는 절박함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들은 24시간 휴대폰을 켜놓고 만일 자신들이 이단상담소에 끌려가면 자해(自害)하도록 교육받는다. 이들은 가족들이 신천지에 가입하지 않으면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리라”(마10:36)는 말씀을 문자 그대로 적용하여 가족을 내치고 신천지집단으로 귀속한다. 문제는 이런 거짓되고 허황된 말을 그대로 믿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박해망상을 자극하다

  

정신분석가로 알려진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에 의하면 모든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어머니 뱃속과 너무 다른 현실에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아기는 엄마의 뱃속과 다른 현실의 온도와 갑자기 코로 숨을 쉬어야 하는 현실이나 배고픔의 경험을 전혀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 주변에 내 · 외적으로 자극이 된 모든 고통스러운 것을 “박해적 현실(The reality of persecution)”로 인식한다. 그런 아기에게 유일무이한 도피처는 어머니의 젖가슴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젖가슴마저 어느 때는 (아기의 주관적 입장에서) 젖이 잘 나오고 포근하지만, 어느 때는 젖이 마음처럼 나오지 않거나 불편하다면 아기는 젖가슴이 자기를 괴롭힌다고 상상한다. 출생 이후 대략 3~4개월에 해당하는 이 시기를 클라인은 편집 분열자리(paranoid-schizoid P0SITION)라 명명했다. 즉 모든 인간은 편집 분열자리를 그냥 통과하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편집 분열자리는 한 마디 로 파편화된 조각들이 아기의 사유를 지배하는 시기이며, 객관적 사고가 아직 불가능한 때이기도 하다. 클라인의 이런 놀라운 관찰은 인간이 왜 선과 악, 천국과 지옥, 영생이나 영벌과 같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이원론(Dualism)적 사고 구조에 우리가 너무나 쉽게 유혹받는 이유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사람은 분명 살아가면서 이것이냐 저것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다. 그러나 “그것만”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편집증 환자일 수밖에 없다.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이것이냐 저것이냐 뿐만 아니라 때로는 “이것도 저것도” 같이 전제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넘어 제3의 사유 혹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철학에서는 이를 “지양(sublation)성” 이라 부른다. 지양성이 가능한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이원론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 지양성이 부족한건 대학을 못 나오고 못 배워서가 아니다. 명문대학을 나왔다고 해도 어린 시절 속한 가정에 소통이 되지 않았던 역기능 가정이었다면, 가족의 대화나 정서적 규칙이 너무 경직되어 항상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선택만 강요될 뿐 이것도 저것도 혹은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넘어설 수 있는 지양성에 대해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란 사람들은 이원론적 사고구조에 익숙할 수밖에 없다. 기성교회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있다면 이런 식의 왜곡된 이원론적 사고에 기댄 왜곡된 성경해석에 유혹을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이 신천지에 입교하게 되면 자기네들이야말로 종말론적 공동체라는 자신감, 자부심, 소속감을 갖게 된다. 자신들의 전도로 인해 조상들까지 구원을 받는다고 하니 그런 신천지에서 나가는 것은 그들에게 죽음 이상의 공포요 인간이 갖고 있는 원초적 분리불안까지 자극하게 된다.

  

즉 신천지는 이원론적 가르침으로 인해 신천지교인들에게 의식적으로는 자기네들 외에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가르치지만, 이런 거짓 가르침은 결국 이원론에 사로잡혀있는 교인들에게는 내면의 불안과 원초적 두려움을 자극한다. 그것은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것이다. 그래서 물불을 안 가리고 신천지교인들은 그 집단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것이다. 물론 이런 특성은 일반적으로 보면 모든 이단들의 특성이기도 하다. 1978년 남미의 가이아나에 900여 명의 교인들이 교주 짐 존스를 따라갔다가 독이 든 음료를 성만찬 음료로 마신 후 몰살당한 사건처럼 모든 이단들은 자기와 자기들의 교리를 따르지 않으면 영원히 구원받을 수 없다고 강요한다. 모든 거짓말은 삼세번만 강조해도 “믿어진다”. 매일 그런 식의 강요는 결국 세뇌가 되고 최면이 되어 그들 영혼을 사로잡게 되는 것이다.

  

병리적 소속감에서 온전한 소속감으로

  

긍정심리학의 효시로 알려져 있는 아브라함 매슬로우라는 심리학자는 인간이 갖는 욕구 피라미드 이론을 만든 사람이다. 매슬로우에 의하면 모든 사람은 생리적 욕구가 우선이다. 배탈이 난 사람은 오직 화장실 밖에 생각나는 게 없다. 배고픈 이들은 오직 밥밖에 생각나는 게 없는 것처럼 말이다. 생리적 욕구가 충족이 되면 안정감의 욕구가 올라온다. 유달리 집에 대한 집착이 심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집단무의식에는 “내 집”으로 상징된 안정감에 대한 욕구가 강할 수밖에 없는 역사(歷史)를 갖고 살아왔다. 안정감의 욕구가 채워지면 소속감의 욕구가 올라온다는 것이다. 여기에 신천지와 한국교회 사이의 교집합 같은 문제가 있다. 그것은 신천지에 들어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성교회 교인들이라는 점이다. 그들이 신천지집단에 들어간 것은 물론 거짓되고 왜곡된 성경해석에 심취해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신천지뿐만 아니라 많은 이단, 사이비에 속한 사람들은 기성교회 공동체에서 아무런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던 사람들이었다는 것, 이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과연 한국교회가 코이노니아를 주일 예배 후 밥 한 끼 같이 먹는 것 말고 코이노니아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묻는 기회가 있었나 싶다. 교인이 아닌 사람들은 교회에 가면 뭔가 세상과는 좀 다르겠지라는 전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세상과 다를 바 없고 세상보다 더한 왜곡된 구조나 상황을 보면 믿어왔던 빛과 소금에 대한 깊은 배신감으로 비난을 시작한다. 신천지는 그런 면에서 한국교회의 역기능적 차원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림자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분명 신천지 안에서도 처음과 달리 그 집단에 깊은 회의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안다.

  

정신분석가 해리 건트립(Harry Guntrip)은 “아무리 약(정신과 약)이 좋아도 사람만큼 좋은 약이 없고, 좋은 공동체만큼 좋은 치료가 없다”는 말을 하였다. 분명 신천지는 이만희 사후 분열을 겪을 것이다. 그럼 이탈자가 나올 것이고 그들은 다시 불안한 마음을 갖고 다른 가르침에 유혹받을 것이다. 한국교회는 지금 신천지와 싸우는 일과 함께 이만희 사후의 신천지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들을 다시 이단으로 내쫓을 것이냐 아니면 그들을 참된 복음으로 재교육하여 복음의 증인으로 삼느냐 그 선택에 따라 한국교회의 미래의 명암이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에서 이단에 관한 전문적인 기구를 신설하여 향후 신천지와 같은 이단으로 인해 더 이상 한국교회가 필요 이상의 상처를 받는 일이 없도록 다각도로 준비된 전문가들과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교회가 이단 문제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이었는가? 주님의 마음으로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런 기구의 설치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싶다. 언제까지 주님의 양을 거짓목자들에게 빼앗길 것인가?

편집부 mrmad@hdjongkyo.co.kr  

​ http://www.hdjongkyo.co.kr/news/view.html?section=22&category=1001&no=15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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