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
마지막으로 계속 미안하고 마음에 걸렸던 너에게 쓰는 사과문.
나는 8살때 학교가 끝나면 부모님이 바쁘신 관계로 매일 어린이 집에 갔다. 학교가 끝나면 엄마가 데리러 올때까지 항상 거기서 너와 같은 나보다 2,3살 어린 아이들과 놀곤 했었다.
나는 거기서 제일 나이가 많았다.
그래서였는지 자연스레 나보다 어린 아이들을 만만하게 봤던것같다.
하지만 너는 이상하게도 그런 나를 유독 따랐다.
나는 나를 웃으며 졸졸 따라다니던 작은 너가 어린 마음에 그저 귀찮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른시간 너를 데리러 오신 너희 어머니를 뵈었다
너희 어머니는 강압적이시고 무서 우시기만 했던 우리 어머니와는 반대로 강인하고 따뜻해 보이셨다. 너를 데리러 오셨을때는 항상 미소를 지으시며 너를 반기셨다. 너를 꼭 안아주셨고, 넌 마치 최고의 멋진 어머니를 둔듯 행복해 보였다.
넌 항상 나보다 먼저 집에 갔고, 난 항상 혼자 마지막에 선생님과 남아있다 집에 갔다.
너가 부러웠다.
아니,행복해보이는 너가 부러웠다.
그런 어머니를 가지고 있다는 너가 부러웠다. 질투났다.
동시에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너가 얄미웠다.
그때부터였던것 같다. 너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나보다 한두살 어린 아이들을 내 편을 만들고 너를 괴롭혔다. 말로 상처를 줬다. 또 억울하게 했다. 영악하게도 내가 잘못한것을 너탓으로 돌리고, 널 많이 아프게 했다.
그때는 그냥 너가 미웠다. 너에게 상처를 준건 그저 그 때문이었다. 그때는 내가 정말 잘못하고 있다는 자각은 하지 못했다.그때 도대체 왜 그랬을까. 도대체 왜 그랬을까?
결국 크리스마스가 지나 너의 웃음이 사라지는것을 본 뒤 비로서 나는 어린이집을 더 이상 가지 않게 되었다.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네가 내가 다니는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입학했을때
같은 초등학교로 올라가는 오르막길에서 몇년만에 너를 본날, 그때 처음 알았다.
내가 8살때 한 것이 철저히 나쁜짓이었다는것을. 가슴이 울렁거렸다. 내 자신이 수치스러웠다. 내가 벌레가 된듯한 기분이 들었다. 너를 보지 못했다. 졸업하기 전까지 계속 너를 피해만 다녔다.
나는 너를 기억해도, 너는 날 기억하지 못하길 바랬다. 너는 그때 아주 어렸으니까 제발 상처받은 기억따윈 그저 사라저버리길 기도했다.
그리고 인과응보도 알았다. 너를 아프게 한 후 쭉
초등학교 내내 나는 교우관계가 좋지 못했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다 불안하고 불행했다.
모르는 사람에게로 부터 폭행을 당하고, 누군가 나를 배신했다.
아버지가 주식을 하셨다 망하셨고, 술을 매일 드셨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싸우시다 쓰러지셨고, 나는 울며 119에 신고했다.
중학교때는 교우관계는 좋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항상 불안했다. 누군가 나를 배신하지 않을까, 누가 내 얘기를 할까 항상 무서웠다. 밝은척하고, 반에서 모범적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부터였을까
도저히 참지 못하고 자살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손목을 긋고 배에 칼을 갖다 대었다. 손목에서 피가 계속 나도 멈추지 않았다. 집에 아무도 없을때 죽으려고 벽에 머리를 계속 울면서 박기 시작했다.
차라리 이 모든게 내가 너에게 한 행동에 대한 인과응보라면
그렇다면 다행이다. 그렇다면 신은 있다는 뜻이겠지.
그런 못된 내가 죽기전에 꼭 신께 빌어본다.
부디 내 불행만큼 너에게 행복을 주시라고.
딱 내가 아팠던만큼 넌 너의 따뜻한 어머니와 강하고 예쁘게 살아가게 해달라고.
딱 내가 부러워 했던 그 모습 그대로 살게 해달라고.
만나서 사과하고 싶었지만 미안하다.
널 보면 염치없게도 내가 눈물이 나올것 같기 때문에 못 볼것같다.
널 향한 내 죄의식이 생각보다 더 높나보다. 아직까지도 크리스마스만 되면 어김없이 네가 생각나는걸 보면, 생각보다 더 너에게 못되게 굴었었나 보다.
염치없게도 완벽하게 기억 못하고 드문드문 기억나는 널 힘들게 했던 장면들이 이제는 그저 미안하기만하다.
너는 혹시 아직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내가 했던 행동들을 다 기억하고 있을까?
아직 기억하고 있다면 그저 열등감에 사로잡힌 이기적이었던 한 아이가 예쁘고 부러워했던 아이에게 열등감에 앞서 한 행동이었다는것을 꼭 알아주기를.
혹시 다음생이 있다면 그때는 꼭 네가 먼저 태어나 어린 날 괴롭혀주길.
한없이 날 아프게 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