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직장이 중요하다고 , 무심코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본
초보가능 단순조립 문구를 보고 찾아갔던 공장
들어가기 쉽고 일 자체도 쉽고 딱히 배우느라 어려운 과정같은것도 없고
내 자리에 앉아 내 일만 열심히 빨리 빨리 하면 누구 하나 터치하는 사람없어 편했고
이어폰 끼고 노래 들으면서 말 섞을 필요 없어서 편했고 두시간에 한번 십분씩 쉬기때문에
구지 누구와 어울려 친해질 필요도 없었고 화장실 갔다오고 커피한잔 먹으면 지나가는 시간이니까
그저 점심시간에 밥이나 같이 먹을 사람만 있으면 만족하는 정도였다
몇일 일하다 때려치면 아웃소싱에서 전화가 왔고 민망해도 대충 핑계되고
쌩까버려도 다음달 어김없이 통장에 급여는 무조건 들어오니까 ,
알바처럼 그만둘때 사장한테 말 못해서 가슴 조릴 필요도 없고
어떤 핑계 대나 고민할일도 없고 그냥 안나가서 돈못받을일 없고
그렇게 띠엄띠엄 일하다가 돈들어오면 놀구 돈 떨어질때쯤 되면
고민없이 또 공장가서 한달일하고 그만두고 특히나 공장같은데는
친구랑 같이 가는게 가능했기 때문에 더 그랬던것같다
돌아보니 그 시절이 참 아깝다 , 제일 젊고 창창하고 예쁜 나이에
배운거 하나 없이 경력쌓인거 하나 없이 그렇게 쉽게 쉽게 건너갔으니말이다
그러면서도 늘 맘 한구석엔 내가 만드는 편견이 있었다
무슨일 하세요? 직업이 뭐예요?
"공장이요" "생산직다녀요" "핸드폰 만드는 회사..."
조금이라도 좋게 보이려고 단어를 골라봐도 항상 입밖으로는 안나왔으니까
이름이라도 있는 반도체라면 혹시 또 자랑스럽게 말했겠지 , 직업에 귀천없다고 하면서도
내 스스로가 나를 공장이나 다니는 별볼일 없는 사람이란 식으로 깎아내렸으니
나는 정말 말 그대로 그냥 공순이였던거다
들어갈때 항상 그언니들의 텃새 , 여자 10명이 모이면
그중에 9명은 담배를 피고 모두들 술 담배를 좋아하고 달고 살며
서른중후반이 되서 결혼안한 그런 언니들 내가 공장에서 본 여자들의 전부다
그렇게 되기 싫었다 내가 그나이가 되었을때 할줄 아는것도 없고 시집도 안가고
배운것도 없고 아무나 들어와서 아무나 일할수있는곳 아무런 기술도 자격도
필요없는 곳에서 잔업 몇시간 특근 몇시간에 목메고 돈 계산하면서 살기 싫었다
그외에 어머니또래들 40-50대 , 이분들을 볼때는 늘 마음이 아팠다
내겐 엄마가 없지만 엄마들은 그렇게 하루 12시간씩 일하면서
고작 돈백만원 타서 자식들 학교 보내고 뒷바라지 하고
맨날 허리아프다 손목 아프다 참 엄마들은 위대하고 존경스럽다
그리고 아예 나이 어린 이십대 초반 여자들
이런 사람들은 길어야 한달 두달 거의 철새같다 나처럼,
작업복을 입고 기계소리 들으면서 일할때마다 늘 답답하고 도망치고 싶었고 눈물이 났었다
거기서 미래가 끝날것같았다 창밖에 낙엽지고 눈오고 비오는 날이면 더 우울했다
그 바닥이 그 바닥이라고 , 잠깐 잠깐 몇군데 옮길때마다
전에 일했던곳에서 봤던 사람들을 어쩌면 그렇게도 또 다른곳에서
우연히 만나는지 , 그럴때마다 챙피하고 숨고 싶고 ;
나중엔 중학교 동창 고등학교 동창 까지 만났는데 정말 ;
마지막으로 갔던 공장에서 또 전에 같이 일했던 여자애를 만났다
그땐 친해서 줄곧 문자도 주고 받고 그랬었는데 난 아는 사람도 없고 해서
친하게 지낼려고 다가섰는데 그애는 전처럼 나한테 정을 주지 않더라 왜그런지..
점심때 밥을 먹으러 가는데 무슨 봉고차에 사람을 짐짝처럼 실려서
식당으로 가는데 와 정말 초라하더라 낯뜨겁더라 무슨 교도소에 끌려가는
죄인들도 그렇게는 안갈텐데... 다들 시퍼런 작업복 잠바입고 삼선쓰레빠에
깔깔거리면서 서로 먼저 타고 가서 밥먹으려고 우왕좌왕 밀고 밀치고
창문에 얼굴 문대지고 ; 식당이 걸어서 십분거리라는데 그래서 봉고차
뒷자석을 때고 사람들을 그렇게 실어서 식당앞에 대려다 주나 보다
몇명 걸어가는 사람도 있길래 , 터덜 터덜 따라갔다
아무튼 그렇게 일하다가 손도 찌어서 절단날뻔 했고 다행히
외국인 노동자 젊었던 오빠가 내 손을 확 낚아채서 안다쳤다
그리고 몇마디 말 섞어서 친해졌다 싶었던 언니들이 점심때
밥을 먹는데 나를 보고 인사하더니만, 두칸 떨어져서 앉는건 대체 뭐야 --
자기네끼리만 똘똘뭉쳐서 애기하고 그때 오만정이 다 떨어졌다
공장 다시는 오지말아야지! 아무리 할게 없어도 여긴 오지말아야지
나도 모르게 한탄만 했다 그냥 돈버는거야 , 라고 생각해도 되는데 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남자친구가 하는말이 공장다니지말아라, 공장이라도 크고 좋고 깨끗한데면
잠깐이라도 다녀도 난 늘 조그맣고 지저분하고 사람도 몇십명밖에 안되는
참 들어가서 앉아만 있어도 우울해서 죽을거같은데만 들어갔으니ㅠ
용돈 줄테니까 알아보고 차비하면서
좋은데 들어가라 공장은 서른이 되서도 가고
마흔이 되서도 가고 나중에라도 가고싶으면 얼마든지 가는데
지금 이 젊고 예쁜 청춘에 구지 왜 아무것도 경력도 배울것도
없는곳에서 그저 노동력과 시간을 낭비하냐고 거기서 썪지말라고 ,
그런말 들을때마다 한편으론 공장다니는 사람 무시하나
거기도 사람 사는데고 거기도 직장이고 우리나라 티비고 컴퓨터고
핸드폰이고 뭐든지 다 공장에서 만들고 필요로 하는데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직장인이고 다 똑같은데 , 내 생각은 언제나 모순이다
내가 싫고 내가 진심으로 챙피했으면서도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하고
직업이 공장에서 핸드폰 조립합니다 , 하면 달라지는 눈빛들에 지쳐갔었다
후에는, 매장에서 옷도 팔아보고 화장품매장 들어가서 깔끔하게 유니폼입고
판매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공장다니면서 허송세월 보낸게 참 후회스럽다
뭘하든 열심히만 하고 열심히 돈모아서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더라면
지나간 과거에 이렇게 후회하지는 않을텐데, 난 쉽게 들어가고 쉽게 나올수있고
그만둬도 언제든 또 친구랑 놀러가듯 들어갈수있고 귀찮지 않게 딱딱 돈들어오는
공장에 맛들려서 완전히 백수도 아닌 착실한 직장인도 아닌 ,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는것이 후회스럽다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