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며느리들은 추석에 시댁가는게 부담이지만 전 친정가기가 싫어요.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부모로서 뭐 하나 해준 게 없는 부모, 근데 부모로서 대접은 받고 싶어하는 부모, 남편 보여주기 민망하고 부끄러운 부모보러 친정가기가 참 죽기보다 싫어요.
가난때문에 화목한 가정은 꿈도 못꿔봤고, 돈돈돈 하는 엄마와 술술술 하는 아빠 사이에서 나는 절대 저렇게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고 혼자 공부해서 혼자 대학가고 혼자 직장다녀 그나마 지금까지 살았어요.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지 그나마 하나 있는 인복 덕분에 고3 담임선생님의 지원과 하루 3-4시간 자면서 알바 뛰어 대학 무사히 마치고, 열심히 노력해 부끄럽지만 나이에 비해 높은 연봉 받고 인정받으며 직장생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인복의 정점인 남편과 시댁. 좋은 가정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달라도 참 다르더라구요. 배우신 분들 밑에서 자라 그런지 남편도 참 다정하고 능력있고, 시댁부모님들 정말 잘해주세요. 모르겠어요, 그냥 평범한 분들인데 저희 부모님과 비교돼서 마냥 좋게만 느껴지는지.
지난 설에도 시댁에 가서 하루 자고 다음날 아침에 눈떠보니 알람보다 1시간 늦게 깨서 너무나 당황하고 놀라서 화장도 못하고 부랴부랴 주방에 가니 어머님이 아침상 거의 다 차리셨고, 남편은 "엄마가 자기 피곤하다고 알람 꺼놓으래서 내가 어제 몰래 껐어. 늦잠잔줄 알고 놀랐지?"라며 웃는데 저는 눈물이 다 나더라구요. 진짜 초년 고생이 말년 복으로 돌아오는 건가.
저희집이요? 가기 싫어 죽겠는데 남편이 그래도 그건 도리 아니다 억지로 끌고 가면, 엄마의 시선은 벌써 남편 양손에 실린 선물과 어머님이 해주신 음식으로 가 있어요. 음식 해놓으신건 하나도 없고, 벌써 익숙해졌는지 어머님이 싸주신 음식 그대로 그냥 식탁에 내오고, 아빠 좋아하시는 술만 냉장고에 잔뜩있었어요. 남편보기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고....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면 분명 후회한다, 계실때 잘해라, 널 위해 하는 말이다. 저 진짜 모르겠어요. 저의 최선은 매달 그저 꼬박꼬박 용돈 드리는걸로 끝내고 싶은데. 남편의 배려와 생각이 저를 더 비참하게 만들어요. 이번 추석엔 그냥 두분 좋은 곳 여행이나 다녀오시라고 돈 보내드리고 안찾아뵐 생각이었는데, 여행은 여행이고 낳은 자식 얼굴은 봐야지 않겠냐는 엄마의 말이 절 힘빠지게 해요.
네, 저 이기적이고 나쁜 딸인거 알아요. 근데 저도 꼭 남들처럼 보고 싶은 엄마,아빠, 가고싶은 친정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냥 시부모님을 친부모처럼 생각하고 효도하며 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