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안에서 신음소리를 내던 택시 운전수?
오늘 나는 작품 취재를 위해 전라도 일대를 헤매다가 광주터미널에서 5시 40분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 9시 20분쯤 도착했다. 중간에 죽암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지만 오랫동안 버스 안에 갇혀 있었으니 답답하고, 특히 골초인 내가 담배를 피우지 못해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버스에 내려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런데 내 뒤로 택시 한 대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운전석에 대략 40대 중반의 남자가 담배 한 모금을 피우고 있던 나에게 “손님 어디로 가십니까? 타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
나는 손을 내저으며 승차의사가 없음을 알렸다. 여유 있게 담배를 피우고 나서 집으로 향하고 싶었다. 택시는 나를 지나쳐 어디론가 갔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나머지 담배를 피우고 나서 여행 보따리를 들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택시 한 대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차량의 뒷좌석에 앉아 운전수에게 목적지를 말하려는 순간, 이 택시가 조금 전 나에게 호객을 했던 택시운전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반갑고 미안한 마음에 “아, 조금 전에 건너편에서 저를 부르셨던 분 맞죠?”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네. 맞습니다. 어디로 갈까요.”라고 했다. 택시는 한강 다리를 건너 나의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다리를 건너고 매번 신호등에 멈춘 운전수는 왼손을 들어 자신의 뒷목덜미를 주무르기 시작한다. 나는 속으로 ‘아, 이 분이 무척 피곤한 모양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의 목덜미를 만졌다.
목덜미가 땡땡하게 잡힌다. 피곤함이 켜켜이 쌓여 있는 모양이다. 내가 가만히 그의 목덜미를 주물러 주기 시작했다. 처음 그는 뜻밖이라는 놀란 표정이었지만 가만히 나에게 목을 맡긴다. 그런데 얼마 뒤에 그가 신음소리를 내며 아프다고 호소한다. 내가 조심스럽게 천천히 주물러 주었지만 그는 견디지 못하게 아팠던 모양이다. 나는 그에게 “가족들도 있을 텐데, 이렇게 몸을 상하면 안 됩니다. 바쁘시겠지만 반드시 휴식도 취하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는 “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해도 빚은 줄어들지 않네요.”하면서 다시 자신의 목덜미를 주무른다. 나는 “오늘 몇 시간 일하셨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지금 6시간째 150km를 달렸는데 겨우 4만원 벌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나는 택시운전수들이 영업용 LPG 가스값이 올라서 생계가 힘들어졌다는 뉴스를 이미 보아서 대략 그의 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나는 “피곤하셔서 제가 묻는 말에 대답도 힘들지요?”라고 말하자, 그는 “네. 사실 미안한데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에게 아무런 말도 걸지 않았다. 창밖에는 서울의 어둠이 찬란한 야경과 밀고 당기는 것만 같았다. 나는 운전석 위에 붙어 있는 후면거울을 통해 그의 얼굴에 검은 거머리처럼 삶의 고단함이 붙어 있는 것 같아서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목적지에 도착하여 운전수에게 “요금 이외에 5천원을 더 드리겠습니다. 작지만 이 돈으로 한의원을 꼭 찾아가세요.”라고 말하며 만 원짜리 지폐를 건넸다. 그가 잠시 멈칫하더니 받아들었다. 그리고 차량은 골목을 빠져나갔다. 나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감정으로 ‘부디, 당신과 가족들을 위해 그 돈은 한의원을 찾아가는데 꼭 쓰시기 바랍니다.’라고 속으로 다시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