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에게 권태기가 왔다는 것을
이별하기 한 달 반 전에 직감했습니다.
이별하기 전, 그렇게 매달리던 제게
그 사람은 한 달이 넘게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았어요.
차라리 드문드문 보내는 메세지에 답장도 해주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천성이 착한 남자였던 그는 저를 내치지 못하더군요.
이별의 과정에서 이 때의 희망고문이 가장 견뎌내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둘 다 삼십초반에 만나 결혼까지 약속한 우리였습니다.
하루가 몇 년 같이 느껴지던 한 달이 지나고
결국 이별을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완전한 이별을 통보받기 전, 거의 6주 가까이를 희망고문 당했네요. 그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모르겠다는 이유로.
이별을 위해 만났던 마지막 만남에서
이제 정말 이 사람과 헤어진다는 사실보다는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그 사람의 손길에서
미안한 감정 외에 다른 무엇도 느낄 수 없었음이
제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별 후 또 혼자서 한 달을 많이도 힘들어 했습니다.
그렇게 두 달 가까이 끼니도 제대로 못챙기고
눈만 뜨면 그 사람 생각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술도 참 많이도 마셨네요.
그러나 하루에 열 두번도 더 연락하고 싶었지만
꾹꾹 참아냈어요.
그러다 문득 더 이상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다시 친구들과도 시간을 보내고 혼자만의 시간도 많이 갖고 주어진 제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그 사람을 없앨 순 없었지만 희미해져 가기 시작하더군요.
그가 없는 생활이 견디기 힘든 고통에서
자연스러운 저의 일상으로
점점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기대 없이 나간 두 번의 소개팅에서 상대방이 모두 호감을 가졌지만,
아직은 누군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저 임을 깨닫고 미안한 마음도 전하기도 했었네요.
잘 지내다 보니 그렇게나 매정해서
절대 연락하지 않을 것 같던 그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별 후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 이었어요.
그 사람은 많이 힘들어 하더군요.
메세지를 받아든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으며
하루 종일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아직은 그 사람을 많이 좋아하는 저였음을 알게되었구요.
하지만 그 사람과의 이별의 과정에서
너무 많이 혼자 힘들어 했기에
저는 그의 손을 다시 잡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직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하지만,
아픈 추억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기에.
그리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음을 알기에.
돌아간다해도 우리가 사랑했던 때의 우리가 이제는 없음을 알기에.
저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좋은 남자인 그 사람이 진심으로 정말 행복하길 바라요.
저는 연애의 과정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에
떠나려는 사랑을 처절하게 잡고 매달려도 보고,
그럼에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이별 앞에서 또 바닥까지 힘들어도 해보았기에
그를 사랑하지만 그와의 관계를 미련 없이 떠나보낼 수 있었던 케이스 였던 것 같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최선을 다해 사랑했음에,
지금 최고의 아픔을 느끼고 계신 멋진 분들이시겠죠.
지금 맘껏 힘들어 하시고, 우셔도 됩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 자신의 진가를 자신이 느끼는 시기가 오게 되요.
지금은 연락이 오기만을 하루하루 기다리고,
상대에게 자신이 잊혀지는 것이 무서워
시간이 흐르는 것 조차 두려우시죠..
저도 그랬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자신을 다시 첫 번째에 놓고 지내다 보면
상대방과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실거예요.
여러분께도 그 때에 연락이 오길
모두를 위해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 관계에 있어서 자신을 위해
여러분께서 선택할 수 있는 힘이 각자에게 주어지게 될 때요.
그 땐, 저와 같은 선택을 하시든 또 재회를 선택하시든
지난 과거보다 더욱 행복해 지실거라 감히 확신합니다.
저는 오늘 헤다판을, 그리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친구인 여러분 곁을 떠납니다.
그동안 감사했어요.
그 감사의 표시로
전 남친에게 연락 받은 기를
조심스레 이곳에 놓아두고 갑니다.
자체로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여러분이
모두들 더욱 행복해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