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말기에 장벽란이라는 여인이 살았다.그녀는 곱고 재주 많아 팔자도 드세었다.일련의 사건으로 집안이 망하면서 벽란은 대부잣집인 경양 심가의 둘째 아들 심성이에게 팔리듯 시집가게 될 위기에 놓였다.두 사람은 아는 사이였지만 벽란은 한번도 그를 사내로 여긴 적 없었다.가끔 재미있지만 제멋대로에 이기적인 도련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였다.그러나 성이는 벽란만의 드세고 독특한 매력에 반해 어머니의 혼사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녀와 혼인하겠다고 단언했다.
벽란은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그 말을 하러 직접 심가를 찾아와 성이의 어머니를 만났다.이 소식을 들은 성이는 분해서 씩씩대며 니가 뭔데 우리 어머니를 모욕주냐며 지금 그럴 처지냐고 물었다.화가 난 벽란이 발로 차버리자 성이는 붙잡고 뺨을 때렸다.다행히 하인들이 와 말렸지만 성이는 끝까지 그녀를 노려보며 니가 어떡하든 너는 내 사람이라고,니 마음대로 할 수 없을거라고 으름장을 놓았다.심가에서 돌아온 후 벽란은 짐을 챙겼다.더는 경성에 미련이 없었다.그녀와 썸을 타던 남자 소청우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지만 함께하지 못하겠다는 말만을 들었다.그러나 그는 이미 그녀에게 확신을 가진 상태였다.
청우: 벽란,당신처럼 용감하고 밝은 여자는 본 적 없어요.당신에게 일생을 걸겠으니 날 믿어줘요.
벽란: ...왜 하필 나예요?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났어요.소생 가능성이 없다구요.옛날의 장씨 집안이 아니에요.그동안 당신은 내게 고마운 지기였어요.오라버니같이 늘 챙겨주고..은혜 갚지 못해 미안해요.언젠가 때가 되면...
청우: 당신 집안과는 상관없소!
벽란: 나는 신물이 났어요,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어요.
청우: 당신은 약한 사람이 아니오.내가 아는 장벽란은 이렇지 않아.
벽란: 당신이 날 완전히 안다고 생각해요?지체할 시간 없어요.난 죽어도 심가에 들어가지 않아요.
청우: 당신 마음 잘 알고 있어요.나도 당신을 심가에 보내고 싶지 않고.사랑해요.내 진심을 알아줘요.
벽란: ...
그녀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멈출 수가 없었다.살짝 붉어진 뺨에 흩날리는 머릿결,청우의 눈에 벽란은 선녀였다.청우는 계속 용기를 내어 껴안았다.그녀는 놀랐지만 밀어내지는 않았다.결국 그녀는 힘들게 입을 열었다.
- 그게 정말 진심이고 앞으로도 그럴거라면...나도 그래요.청우,당신이 좋아요.당신과 함께하고 싶어요.
벽란과 청우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그길로 경성을 벗어났다.뒤늦게 알게 된 성이는 펄쩍 뛰었지만 부모님은 그런 여자보다 훨씬 나은 여자들이 많다며 진정시켰다.허나 그는 벽란이 어디 있듯 가서 데려올 거라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벽란도 이를 알고 넌지시 청우에게 그가 자길 쉽게 놔주지 않을거라고 했다.큰 호수의 배 위에서,연인은 서로에게 기댔다.청우는 그렇다면 나도 온 힘을 다해 내 사람을 지키겠다고 답했다.그 든든한 말에 벽란의 눈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연인은 백산촌이라는 아무도 모르는 시골에 숨어들었다.벽란은 거기서 모든 걸 잊기로 했다.행복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 청우도 기뻐했다.그곳에서 둘은 약소하게 혼례식을 올렸다.그는 이제 우리는 부부라며 하늘도 갈라놓지 못한다고 말했다.벽란은 그런 그가 하염없이 고맙고 미안했다.
백산촌에도 소녀들이 있었다.갑작스레 들어온 외지인에 촌장을 비롯한 사람들은 놀랐지만 싹싹하게 구는 그들을 포용하기로 했다.소녀들 중 마을 축제 때 짝을 짓기로 예정된 아이가 대부분이었다.그중 짝을 정해놓았던 모단은 마을에서 보지 못한 늠름한 남자 청우에게 첫눈에 반했다.저 사람이 진정한 사내임을 깨달으며 그녀는 일부러 청우를 자주 찾아갔다.나중엔 그가 모단의 오지랖을 만류하기도 했다.벽란도 모단의 속내를 알고 조금 불편해했다.끝내 축제 날,모단은 청우에게 허리띠를 매 주려 했다.이미 혼인한 사람이기에 모두가 놀랐다.그는 불쾌한 기색을 내보이며 거절했지만 그녀는 벽란과 헤어져 달라고 뻔뻔하게 요구했다.
모단: 제가 싫으세요?저는 제 짝도 버리고 왔어요.
청우: 그 짝이 불쌍하구려.다시 돌아간다 해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오.
모단: 그러니 절 받아주세요.
청우: 촌장님,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허나 이는 정말 제 뜻이 아닙니다.벽란,돌아갑시다.
벽란: ..(멍)
모단: 청우,청우!안 돼!돌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