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10대 이야기에 연예인 포함된 글을 써서 미안해
친구들에게 털자니 너무 약해보이기도, 약해질 것 같기도 하고
가족에게 털자니 나랑 같이 울어준 엄마한텐 너무 죄송하고
할머니는 내 슬픔을 잘 모르셔서
그래서 여기에 털어놓으려고 해
글이 좀 긴데 읽기 쉬우라고 엔터를 많이 쳤어
누가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그저께 별이 된 사람은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었어
뭣 모르는 초등학교 때부터 그 그룹을 좋아했고
조금 더 나이를 먹었을 때는
안 좋은 생각하던 나에게 그의 노래가 희망이 되었지
그래서 난 지금까지 살아온걸지도 몰라
시험 3일 전이었던 9일에도 나는 그를 보러 콘서트를 갔었고
그 콘서트에서 난 느꼈어 내 가수에게 사랑 받는 기분이 뭔지
어쩐지 유난히 눈가가 촉촉하더라고 자꾸 우리를 눌러 담는 느낌
난 몰랐어 나는 나쁜 팬이었어
맨날 위로 받으면서도 정작 그 사람의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서
그 사람이 아파하는 걸 눈치 채지 못했어
놓아줘라는 노래를 수백번 들었어도,
에세이 버전 앨범을 사서 봤어도,
산하엽이라는 소설을 사서 읽어봤어도,
나는 몰랐어 모든 게 알아채지 못한 내 잘못이야
어제 학교에서 나는 나와 같은 팬인 아이와 함께 조문을 가기로 했어
학교가 끝나자마자 조문하러 장례식장 가는 차 안에서
편지지에 편지를 썼어
내리 7장을 써도 할 말은 많은데 기억은 안 나고 펜은 멈추질 않았는데
도착이 머지 않았다고 해서 금방 마무리했어
장례식장에 내렸는데 가서 줄을 엄청 섰어
횡단보도를 세 번 건너고 추위에 벌벌 떨었지
기다리면서 같이 간 친구랑 얘기했어
잡담부터 진지한 얘기까지
그 때 다짐한 게 절대 ‘자살하고 싶다’, ‘죽고 싶다’ 등의
말을 함부로 하지 않겠다는 거였어
우리는 죽음을 너무 가벼이 말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그렇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얘기를 하다보니
아, 좀 괜찮구나 마지막은 담담히 보내줄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점점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그 사람의 영정사진과
상주로 떠 있는 또 다른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
한 마디도 않던 내 앞사람의 울음소리가
결국 나를 무너뜨렸지
그리고 정말 빈소에 들어서고,
나의 조문 차례가 가까워져 오고,
내가 사랑하던 그 아름다운 미소가 영정사진이 되어 걸려있는 게 보이자
걷잡을 수 없었어
눈물이 앞을 가려서 영정사진이 안 보여
계속 비워내도, 비워내도 다시 흐려져서 안 보여
난 오열하면서 그 앞에 섰어
묵념 후에 편지를 앞에 두고 다시 자리로 돌아갈 때
가장 가까이에서 그 사진을 볼 수 있었는데
차마 그 때 느낀 감정이 형용을 할 수가 없다
계속 아니야, 아니야 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엉엉 울며 빈소를 나갔어
국화꽃이 만발한 화환이 막 들어오고 있는데
믿기지가 않아서 거기서 또 펑펑 울었어
다 풀릴 줄 알았는데 가슴이 막히고 숨이 막히더라
그 기사가 뜬 날
반톡엔 오로지 나를 위한 걱정이 가득했고
아는 사람들은 이거 봤냐고 괜찮냐고 수많은 연락을 보내왔어
내가 제일 먼저 알았고 당연히 안 괜찮았지만
나는 3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모든 답장을 끝냈어
보낸 말이라곤 겨우 ‘나 괜찮아’
과연 괜찮을까 내가
솔직히 나는 아직도 못 믿겠고 안 믿겨져
내 방엔 고개만 돌리면 그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가사에 나오는 단어를 들으면 그 사람이 떠올라
솔직히 일상생활이 너무 힘들어 고통스러워 힘들어
근데 그 사람은 더 힘들고 아팠을 걸 아니까
내가 힘이 들고 슬프고 아픈게 전부 죄스럽더라
나는 스물 아홉의 그 사람이 보고 싶어
하지만 이제 그 사람은 영원히 스물 여덟이야
나는 그 사람의 크리스마스 계획이 궁금해
하지만 그 사람은 크리스마스 계획을 묻는 팬의 댓글에
대답하지 않았지
내가 그 사람을 원망하냐고?
아니, 모든 건 내 탓이고 나는 그 사람을 아직도 지독하게 사랑해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게 너무 힘들다
털어놓을 곳도 없어서 속에 곪아가는 모든 말이
병이 되어 자라날 것만 같아
그렇게 많이 쏟아내고도 다시 고이는 눈물을
집에서조차 편히 흘릴 수 없어서 속에 고인 채 썩어가
이겨내야해
나의 세상이 다 무너져내렸지만
다시 이겨내야해
내가 그 사람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내야해
안녕
종현아
내 편지는 잘 읽어봤어?
오늘은 널 위한 별이 쏟아질 밤이야
그게 널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면 나는 그걸로 됐어
거기서는 다 잊고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어
근데 있잖아, 네가 보고 싶어
내 인생에 네가 너무 깊이 스민 채 번져있어서
내가 좀 견디기가 힘들어
항상 널 보러 갈 땐 예쁘게 갔는데
너무 누추한 모습으로 가서 미안해
난 한 번도 널 원망한 적 없어
네 노래는 위로가 되어 내게 돌아왔는데
내 사랑은 네게 위로가 되지 못해서 미안해
고생 많았어 정말 고생 많았어
네가 내게 남기고간 빛을 절대 놓지 않을게
봄에 피어 겨울에 진 너의 세상은
앞으로 영원히 봄이길 바랄게
사랑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