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끔 네이트판을 즐겨보긴 했는데, 이렇게 직접 글을 쓰게 될줄은.. 어디에도 이야기를 못하겠어서 익명의 힘을 빌려 글을 써봅니다. 알아보시는 분이 있으실까 겁은 나는데, 부디 모른척 지나가주세요!
저는 외국에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지에서 취직까지 한 케이스입니다.
가족들 떨어져서 혼자 유학 온 후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27살이고, 현지 명문대 졸업하고 적당한 회사에 들어가 간간히 부업을 하며 한국돈으로 치면 연봉 4500 정도 됩니다.
부모님은 지방에 4층짜리 건물이 한채 있으셔서 임대업과(1층은 작은 상가고, 다른층은 원룸+투룸 합쳐서 10가구 이상 삽니다.), 아버지는 지방에서 굉장히 큰 중고차매장건물 안에 일반차들이 올수있는, 자동차 광택내고 그러는? 지하매장을 운영하고 계세요. (다들 노다지 자리라고 하더라구요.. )
남동생은 한국의 전문대에 들어갔고 중퇴했습니다. 부모님께서 도와주셔서 요식업으로 (전공이 요리였음) 가게를 3군데 냈었고, 군대 가면서 모두 정리하였습니다.
남자친구는 저보다 9살이 많습니다. 고졸이구요.
현지의 한 회사에 투자를 해서 지분을 갖고 있는데, 아직 상장전이기 때문에(2년뒤쯤 상장이 확실하다더군요.) 지분은 당장 효용가치가 없구요. 아직까지 당장의 월수입은 제가 더 많은 편입니다. 간간히 비트코인이랑 주식을 해서 용돈벌이는 하구요.
부모님은 예전에 꽃집을 운영하시다가 이제는 아버님은 기도원의 목사시고, 기도원 내에 목사님이 엄청 많으시더라구요. 아버님은 설교를 하시는 목사님이 아니신 행정업무?등을 보신다고 하시고, 어머님도 기도원에서 어르신들을 돕고 계시고, 위로 3살차이 형이 있는데 이번에 신학대학원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고로... 부모님,형 모두 마땅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남자친구에게는 대략 2억정도의 빚이 있습니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생긴 빚이라 이해했구요. 남들눈에는 큰 돈일수 있겠지만.. 저희 부모님께서도 이해하셨고, 저도 빚을 청산하는것에 대해 크게 걱정은 안했어요.
처음에 현지에서 일하다가 미팅가서 업무때문에 만나게 됐습니다.
순한 인상에, 말도 조근조근 하는게 뭔가 쑥맥같기도 했고.. (저는 남자를 무서워하는 편이라 순둥순둥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쪽에서 먼저 좋다고 하셔서 저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한번 만나보려고 했는데,
당시 전남자친구와 헤어진지 3개월정도밖에 되지 않아 마음이 좀 뒤숭숭 했던지라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전남자친구는 저랑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살았구요. 헤어지고도 도움 필요하면 연락하라며.. 그렇게 그냥 친구처럼 헤어졌어요.
현 남자친구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안되겠다며 집을 이사해야된다고 했습니다.
본인이 돈을 내겠다며 월세 150만원짜리 집을 구해주었어요. 그러고선 얼마 지나지 않아 저한테 결혼을 하자고 이야기를 했고, 같이 살자 했습니다.
살다가 헤어지는것도 걱정이 된다 이야기 하니 혼인신고서를 작성해두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혼인신고서를 썼고, 제출은 하지 않은채로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부모님들 주민등록번호를 적지 않았기 때문에 제출이 불가합니다. 그사람이 먼저 제게 부모님 주민번호 모른다며 이건 쓰지 말자.. 했는데... 설마 노린걸까요....)
일단 저는, 10년 타지생활 동안 살림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습니다.
고등학교때부터 집에 청소해주시는 분이 따로 계셨고, 20살 이후에도 알바하며 번돈으로 아주머니를 고용했었으니까요. 회사일하는걸 좋아하는데, 집에 오면 피곤하기도 하고 청소 빨래 이런것들에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항상 아줌마를 부르거나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미리 이야기를 해주었고, 본인은 살림 하는것을 좋아하니 본인이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청소, 설거지, 빨래, 음식 전부 남자친구가 했구요. 월세는 남자친구가 부담했고, 식비 및 잡비는 제가 부담했습니다. 남자친구 본인 스스로 무리해서 150만원짜리 집을 구한것이니, 제가 생활비로 똑같이 150만원씩을 써야 한다고 생각은 안했어요.
사이 좋게 잘 지냈습니다.
외국에 있다보니 찾아뵙기가 조금 힘들어 일단은 양가집에 서로 말씀드린 후 결혼 날짜도 잡았구요. 저희집에서도 9월에 결혼하는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뭐 중간중간에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에게 여친없는척 한번 했던것을 걸린적도 있고,
저또한 화가나서 남자친구 앞에서 전남친한테 전화한적 있습니다.
(저도 참 한심하죠. 똑같이 기분나쁘게 해주려고...)
1월 1일, 어머님께 새해인사 문자를 드렸는데... 아예 답장을 못받았습니다.
그래서 오빠한테 이야기 했더니...갑자기,
사실 본인 부모님께서 결혼 반대하고 있다며 털어놓더군요..
무슨 이유때문이냐 묻자, 종교 때문이랍니다.
????
일단 저희집은 기독교가 아닙니다.
저는 기독교를 싫어하지 않고, 같이 교회에 가자고 하면 다닐 수 있습니다.
남자친구 집은 일반 교회도 아니고, 기도원에 계시는 분들입니다. (막 목사님, 사람들 소리지르고.. 처음에는 사이비인줄 알아서 제가 검색도 해보고 했는데 기독교는 맞더라구요.)
남자친구도 매일 2시간씩 예배드리는 사람이구요.
사실 부모님께서, 제가 기독교가 아닌것에 불만이 있으셨다네요. 남자친구는 설득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설득이 안됐다며...
아니, 그러면 결혼 날짜 잡기 전에 저한테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이미 저희 가족들은 9월xx일에 결혼하는것으로 다 알고 있었고, 2월에 상견례 날짜까지 다 잡은 상황인데.. 이때까지 숨겼다는것도 웃기고,
단지 종교 하나 때문에 저를 반대하신다는것도 이해가 안됩니다.
제가 기독교를 배척하는것도 아니고, 교회를 다닐 수 있다고 이야기했는데도 불구하고 반대라뇨..
저희 부모님께서는 오히려 잘된거라고,
'36살 먹고, 차남인데도 불구하고 집안 가장노릇하는, 종교에 미쳐있는 빚쟁이' 라 하시며
딸이 사랑한다고 하니, 이제껏 이해하고 그냥 결혼시키려 한것인데
본인 부모 하나 설득 못하는게 무슨 결혼이냐며 조상이 도운거다 말씀하셨어요.
저는 결혼을 안할거면, 우리가 같이 살 이유가 없다고
짐 싸서 나가라고 했구요.
본인도 저랑 떨어져서 생각할 시간을 가져봐야될것 같다더라구요.
그래서 한달 월세 값 150만원을 오빠에게 주었습니다.
묵묵히 받고 나가더라구요.
제가 다시 만날거 아니면 (다시 만난다면 결혼할것) 다시는 연락하지 말아라. 했는데
정말 그뒤로 몇일째 연락이 없네요.
회사 동료들도, 친구들도, 제 직종 업계 분들도 모두 제가 곧 결혼하는것을 알고 계셨고,
같이 사는것또한 알고 계셨는데 참 창피합니다.
다들 잘 지내고 있냐 물어올때마다, 청첩장 언제보내냐 물어올때마다 미칠거 같지만...
괜히 부모님 더 속상하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서 저도 안붙잡고 그냥 있습니다.
그날 남자친구가 짐싸고 나가면서 본인에게 한달의 시간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한달뒤에 진짜 결혼을 할지, 아니면 헤어질지 결정하겠다며.
저는 '그러든 말든, 나는 그냥 내 할거 하면서 살거다.' 라고 했고,
제가 쓸데없이 주변에 남자가 좀 잘 생기는 편이라 (저 스스로도 굉장히 조심합니다. 남자를 무서워해요.) '오빠도 알다시피, 나는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달라붙는다. 그러니 돌아올거면 부디 늦지않게 돌아와서 내옆에 아무도 없길 바란다.'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그렇게 마지막으로 인사했네요.
한달뒤에, 남자친구가 연락이 올텐데...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같이 산 정이 있는것도 사실이고, 연락이 오면 흔들릴거 같습니다.
제가 일찍히 혼자 타지에 나와 악착같이 살다보니 조금 성격이 괴팍한 편인데.. 오빠랑 지내면서 성격도 굉장히 부드러워졌어요. 싸울일이 거의 없을정도로 대화도 정말 잘 통했구요.
여러분이시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 사람과 그냥 헤어질까요... 아니면 다시 잘 해볼까요...
부디 딸같은 마음으로, 친동생 같은 마음으로 조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