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에 이용자들을 대피시켜야 하는 관리인이 여탕에는 없었고,
출입구도 비상구도 화재경보기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방치되었으며,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는 위급한
상황임에도 건물주는 여탕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소방 점검 업체 직원들 또한 여탕은 들어가 보지 않았다.
반면 모든 상황이 남탕에서는 반대였다. 관리인이 있어서
사람들을 신속히 대피시킬 수 있었고 출입구와 비상구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건물주도 남탕에는 직접 들어가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즉 제천 스포츠센터 2층 여탕 시설 자체가 화재 사고가 나면
이용자들이 몰살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 건물주는 왜 한 달 동안이나 2층 여탕 관리인을 채용하지 않았을까?과도한 업무와 비싼 월세 때문에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면 왜 근무 조건을 변경하지 않았을까?
- 건물주는 왜 여탕의 비상구 통로에 선반을 두었을까? 출입구는 왜 고장 난 채로 방치했을까? 왜 여탕에는 화재경보기를 설치하지 않았을까?
- 소방 점검 업체는 왜 여탕을 점검할 수 있는 여성 직원을 보내지 않았을까? 애초에 여성 직원이 없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왜 여성 직원을 채용하지 않았을까?
- 소방당국은 왜 여탕이 점검에서 누락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까? 혹시 알면서도 넘어간 것은 아닐까?
남성이라서 차마 여탕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면 여성 직원을 채용하면 되는 일이었다. 여성 관리인이 없는 상태로 방치하지 않았으면 되는 일이었다. 소방 점검을 할 수 있는 여성 직원을 보내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건물주도 소방당국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남성으로서 여탕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이유로 여성들의 안전을 깨끗이 지워 버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남성들이 여성을 상대로 성폭력과 불법도촬을
자행하는 나라에서 정작 가장 위급한 순간에는 남성들이
여성들과 ‘내외’하는 쪽을 택했다.
이로써 2층에서만 20명이나 되는 여성들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분명히 드러난다.
여성들이 죽을 수밖에 없는 곳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급여를 더 주고서 일을 시키느니 차라리 여탕 관리인을 채용하지 않는 쪽을 택한 남성 건물주의 건물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조차 여성의 공간이라는 이유로 안전 점검을 생략해 버린 곳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건물의 외벽에 발라진 값싼 가연성 소재가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망자의 80%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 자본주의와 함께 여성 안전에 대한 심각한 불감증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29명은 인간보다 효율과 이윤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자본주의가 죽였다.
그러나 그중 2층에서 사망한 20명의 여성들은 여성의 안전을
사소한 것으로 취급하는 남성들의 사고방식, 즉 여성혐오가 죽였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은 명백한 인재(人災)이자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기획된 ‘여성혐오 재난’이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