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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도우미

룰루랄라 |2018.01.21 04:26
조회 5,577 |추천 5
몇 번을 글을 썼다 지웠다,
남편을 짐승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아내는 그 짐승과 살아야 한다던 어느 스님의 책을 읽어봐도
울컥울컥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하소연이라도 해보려고 왔습니다.

제게는 5년을 교재 중인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남자친구의 이직+전세계약만료 등등의 일이 겹치면서 (남자친구의) 타지에서 거주지가 곤란해지자
제가 먼저 부모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이직 전까지만 제 오피스텔에 들어와 살라고 제안했고
이직 후에도 여차저차 하다보니 분가하지 않고 함께 이사해서 동거한지 1년이 훌쩍 넘었네요

예비시댁(이라고 생각했던)과는 얼른 결혼해서 아기 낳고 알콩달콩 사는거 보고싶다고 대놓고 말씀하실정도로
저를 예뻐하시고 일주일에 한번씩 전화드리면 짧으면 이십분 길면 사십분씩 통화 할정도로 저랑 보내는 시간을 즐거워 하십니다.
부모님 생신, 결혼기념일 챙겨드린지는 이삼년쯤 되었고 작년 추석에는 내려가서 명절도 보내고 왔어요.

제가 아직 어리고 개인적인 가정사로 인해 비혼을 전제하에 연애를 시작했으나
남자친구는 나이가 적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이라면 제 신념도 한 번쯤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결혼에 대해 마음을 열고 생각하게 되었고 아들은 못 믿어도 너는 믿는다라고 말씀해주시는 부모님,
화목해보이는 가정을 보니 마음이 흔들려 어느새 반은 며느리가 되었네요

제가 하소연 하고싶은 일은 작년 12월 초 였어요

남자친구가 오랜만에 친형과 아는동생이랑 술자리를 갖는다길래 잘 놀다오라고 했었는데
저녁 여섯시에 시작된 모임에 가서 새벽 한시가 되도록 일절 연락이 없더라구요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하니 즐거운 목소리로 오랜만에 고향선배도 시간이 되어 같이 놀고 있다고
노래방인데 금방 들어가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러고 다시 새벽 세시까지 연락이 되질 않아 제가 다시 전화를 했는데 세네통을 해도 안 받더라구요
무슨일이 생겼나, 걱정이 되어 친형에게도 전화 해도 안 받았구요
모임의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해봐야 하나, 너무 늦은 시간인데 오버하는 걸까? 생각하고 있는데
(모임 구성원 전부 저랑도 4-5년째 아는사이)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지금 들어간다고 연락 못하고 늦어서 미안하다고 전화가 왔고 네시가 다 되어 귀가했습니다.

늦게 들어온 건 괜찮지만 연락도 없던게 괘씸했지만(술자리에서 새벽까지 연락 안되는게 이번이 서너번째)
아침에 잘 타일러야지 생각하고 잘 놀다왔냐고 반겨주고 남자친구는 금방 잠들었어요
양말을 벗겨주고 이부자리를 정돈해주는데 얼굴이랑 손에 섀도우 펄가루가 잔뜩 묻은게 보이더군요
그 주에는 제가 금요일부터 주말까지 휴무였기 때문에 제 화장품이 묻은 것은 아니였고
그냥 어디서 좀 묻어 온 모양새가 아니여서 남자친구의 휴대폰이랑 지갑을 확인했습니다
이렇다 할 물증은 없었지만, 그냥 형들이랑만 논게 아니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 후 이틀은 남자친구가 야간 근무였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나 싶어
이틀동안 일부러 맞는 시간도 피해가면서 차근차근 가능성들을 알아봤어요
회사에서 누군가가 섀도우 깨트린걸 같이 치워줬을까,
아니면 노래방도우미나, 룸살롱이나, 퇴폐업소 이런걸까.
대략적으로 그런데는 어떤 곳인지, 안에서 무얼 하는지, 어디까지 인지 등등을 알아봤어요
알면 알수록 진실은 모른채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 비참해지더라구요
모른척 해야할까, 아닐수도 있지 않을까 수많은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물어는 봐야겠다 싶었어요

그러던 중간에 부모님께서 남자친구가 그날 잘 들어왔는지, 너무 늦지는 않았는지 안부 차 전화 하셨는데
제가 바보같게도 괜히 서러운 마음에 울어버려서 늦게 들어온거까지는 알게 되셨고 대신 혼내주신다며 걱정말라고 하고 끊으셨어요

남자친구의 휴무날 아침, 일단 제가 공식적으로 알고 있었던 사실을 시간대 별로 물어보고 확인 받은 후에
화장품을 묻혀온 것에 대해 물었어요. 처음엔 머뭇거리더니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불렀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처음이라고, 니가 생각하는 거기까진 아니라고, 자기가 그런거 별로 안 좋아하는거 너도 알지 않느냐고 하대요..
사오년을 거의 매일 같이 본 얼굴인데, 피붙이 하나 없는 제가 유일하게 의지할 곳이라고 믿고 산 사람인데
갑자기 낯설더라구요, 저 사람이 원래 저렇게 생겼나 싶을 만큼요

당황해서 그랬는지, 거짓말의 빈틈인지 처음 확인한 시간과 말이 달라, 더이상은 들을 가치가 없구나 싶어
잘못했다고 비는걸 뿌리치고 회사엔 급히 연가를 내고 친구가 있는 지방으로 내려갔습니다.
살던 집은 이미 그 날 이후 맘 편히 쉴수없는 곳이 되버렸고 그저 길에서 흉하게 울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일단 무작정 갔어요.
남자친구에게는 오늘은 들어가지 않을테니 지금 이 상황을 어떡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라며 문자를 보내놓고
내려가는 내내 울다가 어이가 없어서 웃다가....한동안 생각을 정리한 후에 일단 피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미 관계만 놓고 봤을때는 연인이라고만 하기엔 좀 어렵고,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또 안 헤어지고 다시 살더라도 다시 이런 상황이 올지 모르니 부모님께도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께 큰상처가 될까 죄송스럽고, 차라리 모르시는게 나을거란 생각도 했지만
이렇게 헤어지고 싶지 않은데 도저히 남자친구를 다시 볼 용기가 안나서
그래도 다시 한번만 차분히 생각해보라고 어머님께서 말씀해주시길 바랬던거 같아요

제 기대하곤 다르게 어머님께선 남자가 나가서 사회생활 하다보면 그럴수도 있다. 니가 어려서 잘 모르는 거라고,
바람난게 아니고 술먹고 그런 곳에 간 것이 문제이니 술 안마시고 노래방 안가면 되는거 아니냐고 하시더군요
잊으라고. 잊어야 제가 편하다고, 그런 일로 부부의 연를 함부로 끊는게 아니라고 하셨어요

피가 거꾸로 솓는 기분이었어요.
팔은 안으로 굽는게 당연한건데, 남자친구의 행동보다 그 말이 더 상처가 될 정도로 저도 모르게 엄청 믿었나봐요

남자친구에게 전화해서 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며 펑펑 울었습니다.
그런거 아니라고 자기가 다 잘못했다고 같이 울기에 마음이 약해져 일단 집에 들어갔습니다

한참을 같이 울다가, 일단은 잊어먹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미안하다는 말도, 당신에 대한 어떤 것도 믿어지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하루 아침에 접을 수 없어서 돌아왔다고 했어요
남자친구는 미안하다고 자기가 평생 기억하고 죄인으로 살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한달 반정도가 지났네요
예비시댁과의 연락은 전부 받지 않고 있고 그냥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처음 연애하는 척 해보는 중이에요
잊을 수 있을 거 같았는데, 도저히 이해도 용서도 되지 않아요
믿음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닐수도 있나봐요
아직도 제 마음은 정리가 되지 않고 아픕니다.
아주 괜찮아서 알콩달콩 하다가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 그래요
스님의 주례사 이런 책들을 읽으며 마음을 삭혀보려고 하는데 잘 안되네요
남자친구는 교대근무라 일주일에 이삼일은 못보는데, 없을땐 보고싶다가
함께 있을때 저는 깨어 있고 남자친구는 먼저 잠들면 그게 왜 그렇게 미운지 모르겠어요
오년을 교재하면서 큰 소리 한 번 낸 적이 없는데 요즘은 제 목 안에서 가시 돋친 말들이 맴돕니다.
다투는게 무서워 꾹 참으면 눈물이 멈추질 않아요

사람 마음이 미안해봤자 얼마나 가겠어요.....시간이 지나면 이제 적당히 좀 하지 하는 마음이 들기 마련인데...
정말 지저분하게 헤어지기 싫으면 빨리 마음정리를 해야할텐데, 참 어렵네요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았네요.
어느 책에서 봤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순간은 기적이래요.
생각보다 남녀가 서로를 좋아하는 것도, 그 시기가 동시가 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라구요
모두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때 많이 사랑하셨으면 좋겠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믿음을 잃는 건, 사랑을 의심하게 되는건 참 끔찍한 일이에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5
반대수3
베플ㅇㅇ|2018.01.21 07:40
스님이.. 님 그러케 살라고 그런 멘트를 한게 아니실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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