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좋아했었어

ㅇㅇ |2018.01.23 03:32
조회 309 |추천 5

이 글을 니가 못 볼 수도 있겠지만 봤으면 좋겠어
그리고 날 떠올렸으면 좋겠어

재작년 3월 너랑 나는 같은 반으로 입학했어
반에서 제일 하얗다고 생각했어
도화지 같았어
첫날 고등학교는 매점이 있다고 좋아하면서 간식거리를 쌓아두고 먹는 너는 그 날 귀여웠어

너랑 내가 같이 주번이 되고나서 난 니가 좋았어
내 주변엔 너같이 엉뚱한 애가 없었거든
욕하면서 게임이나 축구하는 애들만 있었지
지구를 파워에이드로 바꾸면 얼마가 나올지 계산한 애는 없었어
너는 정말 내가 생각한것 이상으로 신기하고 재밌었어
잔돈이 남는게 싫다고 800원짜리 햄을 5개 사먹는 것도 신기했고 남자아이돌 예능을 보러간다고 2층 창문에서 배관을 타고 야자를 도망치는 것도 재밌었어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너한테 끌린거같아

하루종일 너랑 다니다보니 주말에도 생각났었어
피시방에 가지 않게된 주말에 뭘 할까 생각하다 너한테 처음 문자한 날
뭐하냐는 내 짧고 성의없는 문자 한통에 너는 먹고 있는 간장계란밥에 대한 얘기를 장문으로 보내줬지
너랑 사복으로 처음 만난 그 날
게임을 하지 않는 너 덕분에 까페를 처음 가봤어
까페는 여자애들끼리 수다떨러 가는곳이라는 나의 생각을 너는 그 날 바꿔놨어
아직도 자주 같이 가는 그 까페에서 허니브레드랑 무슨 초코빵1개랑 딸기스무디에 펄추가하고 와플까지 시켜먹는것을 보고 까페는 먹으러도 오는구나 생각했어

생각해보면 너랑 처음한것도 많은거 같아
옷사러 8시간 돌아다니는것도 처음이었어
두명이서 노래방 가는것도 처음이었고
밥버거에서 16000원 써본것도 처음이었어
식당에 줄 서서 먹어본것도 처음이고
점심먹고 조용히 벚꽃보면서 학교를 걸은것도 처음이었어

뭔가 너는 하얗고 너무 사랑스러운 애라 순수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은 않았더라고
학원끝나고 우연히 널 본 날
너는 손에 담배를 들고 있었잖아
하복을 입자 드러난 손목에 타투때문에 반성문을 쓰는 너를 보면서 약간 거리감을 느꼈지만
그마저도 괜찮았어
그때까지도 너는 좋은 친구였거든

너를 다른 감정으로 느끼게 된 건 1학년 겨울방학때야
같은 독서실에 다니고 있었을때야
나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고 너는 독서실에 있었지
여자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길에 편의점가자고 15분뒤에 내려오라고 너한테 문자를 보냈는데 길이 막히고 여자친구랑 통화하다가 폰이 꺼지면서 널 까먹고 난 예상시간보다 40분정도 늦게 도착했지
당연히 너는 들어가있을줄 알았는데
추위에 손과 얼굴이 빨갛게 되고 손에 입김을 불며 독서실 입구에 서있는 너를 보고 그날 깨달았어
나는 너를 친구 이상으로 조금 이상한 감정으로 널 좋아하는구나

그러고보면 나는 너를 진짜 좋아했던것 같아
내 부탁이면 조금 힘들어도 다 들어주는것을 보면서 너무 고마웠어
남고생이라기엔 좀 이상하고 엉뚱한 사고방식이지만 아이같은 모습이 너무 귀여웠어

한번 너를 그렇게 의식하자 모든게 좋아보였어
걸어가면서 쉴새없이 먹으면서 쉴새없이 조잘거리는 입도 귀여웠고
가끔 내가 기분이 안 좋아보이면 어디 아파 하고 물어보는것도 귀여웠어
책상에 엎드려서 의미없는 낙서를 하는것도 귀엽고
이번주부터는 빡공한다고 하면서 1교시부터 쭉 자다가 점심시간에만 귀신같이 일어나서 밥먹자 하는것도 귀여워
점심먹고 책상에 앉아서 바나나우유를 물고 오른손엔 햄을 들고 저녁메뉴를 찾아보는것도 귀여워
뮤직뱅크 문자투표한다고 반애들 핸드폰 다 뺏는것도 귀여웠고
이런 말 하면 변태같지만 매점뛰어가다가 엎어져서 눈물 그렁그렁 하는것도 귀여웠어
교장선생님한테 생일선물 받으러 가는것도 귀여웠고 오예스한박스 받았다고 신나하는것도 귀여웠어

내가 늦게 일어나면 전화해서 깨워주는것도 좋았어
너는 아무 생각없이 한 스킨쉽도 좋았어
생일이라고 12시되자마자 장문으로 축하해준것도 좋았고
니가 골라준 바지도 좋았어

니가 나한테 한 스킨쉽을 다른애들한테도 하는건 싫었어
다른애들이랑 나빼고 노는것도 싫었어
여자인 친구가 많은것도 싫었어

근데 이제 다 그만할게
오늘도 널 좋아한다는 말을 수백번 삼킨 나지만 이제 그만할게
너는 아무 생각없이 한 행동에 기대하고 설레는 내가 한심하고 나쁜생각하는 내가 미워
그냥 널 보는것만으로 좋을것 같았는데 욕심이 생기더라
손도 잡고 싶고 입술도 맞춰보고 싶고 그 이상의 것도 생각하더라
아마 한동안 내가 연락이 뜸할수도 있어
그래도 나한테 이정도 기간은 줘라
너한테 무작정 잘해주지도 못하고 틱틱대듯이 대해서 미안해
나는 너한테 말할 용기도 없고 말하고 난 후를 감당할 자신도 없어
그냥 나혼자 아무일 없듯이 정리할테니까
그냥 시간을 줘
니 생각하다 밤을 새는 나지만 이제 진짜 그런 생각 안하구 잘해볼게
너를 정리하려고 쓴 엉망진창인 이 글조차 마지막 희망이야
혹시나 니가 이 글을 보고 나에게 연락을 줬으면 하는 그런
얼굴보고 말할 용기도 없는 나를 이해해줘
내일이면 당장 다시 널 보겠지만
그래도 노력해볼게

추천수5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연예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