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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배정에 성공하는 방법

ㅇㅇ |2018.01.23 17:16
조회 314 |추천 0
웹소설이야. 관심있는 판녀들 한번 읽어주길 부탁할게


‘이번에도 망했다.’

하연은 책상에 머리를 파묻었다. 3월 초의 교실에서는 새 학기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새 옷, 새 책, 새집처럼 새 학기에는 그 나름의 냄새가 있었다. 그 향은 교실 안에서 제 위치를 찾느라 두리번거리는 눈빛에서, 서로를 막 알아가기 시작하는 조심스런 몸짓에서 풍겨왔다.

초등학교 일학년 때부터 시작한 이 짓도 올해로 벌써 아홉 번째였다. 이 정도면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만렙, 달인 뭐 이런 수식어를 붙여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았다. 이런 경지라면 5일째 되는 날에는 이미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었다. 아니, 사실은 하루면 충분했다. 올해는 당치도 않는 것에 괜한 기대를 걸고 있었기에 5일이라는 유예를 준 것이었다.


“오늘 점심 뭐야?”

“뭐였더라.”

“고등어조림이랑 두부 된장국.”

“이것은 식단표만 보고 있나 물어볼 때마다 줄줄 외우고 있네.”

“뭐래, 지가 맨날 물어봐 놓고선.”

“망했네, 두 개 다 내가 젤 싫어하는 건데.”

“그러면 우리 다 같이 그냥 컵라면 먹을까?”

“그르자. 근데 나 벌써 배고파. 아직 2교시밖에 안 지났는데.”


책상에 엎드려 있으면 이상하게도 교실의 모든 목소리가 선명하게 다가왔다. 바로 앞자리의 목소리에선 케이크 위에 올라앉은 체리처럼 윤이 났다. 그들은 승자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 자신의 자리로 찾아오는 친구들, 당연하게 점심을 같이 먹는 것으로 약속된 무리. 게다가 별것 아닌 반찬 투정에 교칙으로 금지하고 있는 컵라면까지 같이 먹어주겠다고 하는 우정. 올해는 성공했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교실에서 순조롭게 일 년을 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내심 안도하고 있겠지. 하연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 애들 역시 만렙정도는 찍었을 테니 말이다.


“아, 미안.”

“야, 조심 좀 하지.”

“얘 이름이 뭐였지?”

“…. 몰라.”

“너 괜찮아?”


그들 중 한 명이 실수로 하연의 책상을 밀어 재꼈다. 덕분에 책상 위에 놓인 책들이 떨어지고 엎드려 있던 하연이 옆으로 미끄러졌다.



“여기 책.”

“미안해.”

“다친 데는 없어?”

“아냐, 괜찮아.”

이 정도에 다쳤을 리가 없지. 그저 살짝 놀랐을 뿐이었다. 그래도 착한 애들이었다. 학교에서만 통용되는 규칙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는 혼자가 둘이 되고 무리가 되면 그 자체로 권력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도 네 명이나 되는 저 애들은 혼자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하연을 배려해 줬다. 권력을 휘두르지 않고 말이다. 그러니 괜찮은 애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하연이 저 무리에 낄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저곳에 하연이 낄 자리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저들은 네 명이라는 완벽한 짝수를 이루고 있었다. 짝수인 무리가 새로운 멤버를 들이는 일은 없다는 것은 유치원생도 다 아는 법칙이었다.


“근데 이 앱 완전 신기하지 않아?”

“뭐, 뭐? 무슨 앱? 반성법?”

“어, 첨에는 이름도 완전 구리다고 생각했는데 반성법 쓰고 나서 우리 다 같은 반 됐잖아.”

“맞아. 나도 덕분에 같은 반 됐다는 애들 많이 봤어.”

“야. 그게 무슨 반성법 덕분이냐. 그냥 우연의 일치지.”

“그렇긴 한데. 그래도 덕분에 뭔가 운이 트인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반성법이라면 하연도 알고 있는 얘기였다. 같은 반이 되기를 원하는 친구의 이름이나 자신이 바라는 친구의 모습을 앱에 반복적으로 올리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이름하여 ‘반 배정에 성공하는 방법’, 줄여서 ‘반성법’.

글을 올리는 것으로 반 배정을 잘 받을 수 있다니 누가 봐도 신빙성 없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1월쯤 올라온 이 앱은 학생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유행했다. 그저 ‘운’에만 맡겨야 하는 일을 손 놓고 기다리기보다는 뭐라도 하는 편이 안심되었던 걸까.

물론 인스타 스타 민수린이 반성법을 한 것도 그 열기에 한몫했을 것이다. 민수린은 2월 내내 하루에 한 번꼴로 해시태그에 반성법을 걸어놓고 인증샷을 올렸다. 그것을 시작으로 서로의 이름을 반성법에 적고는 SNS에 [내년에도 꼭 같은 반이 되길] 따위의 문구를 올리는 애들이 많아졌다. 마치 자신들의 우정이 이 정도라고 과시라도 하듯 말이다.

‘쳇, 그런 거지 같은 앱 따위.’

반성법이 정말 제대로 된 앱이었다면 열심히 글을 올린 사람 모두가 반 배정을 잘 받았어야 했다. 하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 같은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만약 난 정말로 반 배정 운이 더럽게도 없는 인간이라 이렇게 된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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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연재중인 '반 배정에 성공하는 방법'이란 웹소설이야.
뒷 얘기가 궁금한 판녀들은 아래 링크로 들어와줘!

http://naver.me/G6N9GXJ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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