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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집 살던 이야기 6

정혜경 |2018.01.30 00:30
조회 529 |추천 4

오늘은 중학교때 있었던 얘기를 해드릴게요
(참고로 전 그 집에 초등 3학년 부터 대학 1학년-기숙사-까지, 총 10년 정도 살았습니다)

중학교 시절은 제가 영적으로 남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시간 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 자신의 능력(?)을 알아보는 걸로 중2병을 보냈던 것 같네요.

저는 그 당시에 제가 신기가 있다고 생각을 못하고, 귀신을 본다거나 신기한 경험을 하는 걸 초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초감각 투시” 라는 책을 사서 읽으며 능력을 높여보려 애쓰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진짜 신기한 일들이 생기더라구요.
우선 머릿속에 또 다른 영상이 하나 생깁니다. 티비 화면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누군가를 만진다거나 눈빛이 부딫히면 그 사람이 나에게 미칠 부정적인 미래에 대해 좌르륵 나오죠. 부정적이지 않을 사람에게는 아무 느낌도 없습니다. 왜 부정적인 느낌만 났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한 번은 뭔가 잔뜩 속상해 하던 반친구(별로 안친한)에게 저도 모르게 앞에 앉아서 팔을 잡았더니 그 친구가 오전에 등교하기 직전 엄마랑 싸운 모습이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너 혹시 오전에 엄마랑 싸우고 왔냐고... 너무 속상해 하지 말라고” 그런 얘기를 했더니 그 친구가 깜짝 놀라더군요.

그런 일들 + 지난 번 적었던 수련회 일 들 등등 겪으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저를 신기하게 보기도 하고 무섭다며 피하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제가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 당시에는 버스들이 정말 불규칙적으로 와서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때가 많았어요. 당연히 버스 도착 알림판도 없었죠.
하염없이 기다리는 날은 저도 지루하니, 정류장에 도착할 버스 번호 맞추기 하면서 기다리기도 하고( 어디까지 왔나 머릿속에 보이니까요)

버스에 타면 내 앞에 앉은 사람이 어느 정류장에서 내릴지 집중해서 보다가 먼저 자리가 날 것같은 사람 앞에 서 있기도 했구요...

뭐... 나름 재미있고, 잘 발달시키면 유용할 것도 같고, 제가 사실은 지구를 구할 초능력자가 아닐까 착각하기도 한... 중학생이었습니다 ㅎㅎㅎ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보내면서 점점 더더더더더더더 성격이 예민해졌던 것 같아요. 사람들도 괜히 피하게 되고... 시간이 흐를 수록 뭔가 저만의 세계에 갖혀버릴 것 만 같은 느낌이었죠.

그 시절 가장 슬펐던 얘기를 하나 해드릴게요...

중 2때, 좀 황당한 이유로(? 중학생때는 원래 합리적이지 못하니까요) 제가 6개월 정도 왕따를 당한적이 있었어요. 너무 너무 억울한데, 억울하다 얘기하면 할 수록 더 오해만 깊어지는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저를 왕따시키는 그 무리는, 타겟을 바꿔가며 왕따를 시켰던... 집단의 힘을 보여주던 무리들이어서, 딱히 누군가가 도와 줄 수도,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네요.

한 동안 쉬는 시간 때 자주 복도에서 창문 밖을 보는 척 하며 많이 울었어요. 자존심에 내색하기더 싫어서 멀리 보는 척 얼굴 옆을 손으로 가리구요...

우연이였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울적해 할 때마다
중 1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를 자주 마주쳤습니다. 그 친구는 그다지 반에서 존재감이 많았던 친구는 아니었지만, 조용하고 상냥한 성격이었어요. (제가 중2 때 3반이었고, 그 친구는 5반이었던가...4반이었던가... ) 그 친구는 J라고 하겠습니다.
J 양은 제가 왕따 당한일을 알고 있었던 듯 했어요... 복도 창문을 보며 사람들 모르게 울고 있으면 지나가다가도 옆에 와서 말 없이 토닥토닥 해주기더 했고, 제가 잔뜩 우울한 얼굴로 축 쳐져서 걸어가면 “기운내” 라는 한마디를 던져주는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의 그 작은 한마디로 간신히 학교를 다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중2때 저희반은 일주일에 한번씩 분단을 옮겨 갔습니다.
제 교실은 계단 바로 옆반이었는데요, 이상하게 복도쪽 분단으로 옮기면 계단 바로 옆의 교실 앞문에서 뭔가가 자꾸 보이는 겁니다... 쳐다보면 숨고, 다시 수업에 집중하면 또 슬쩍 쳐다보고... 도저히 수업에 집중 할 수가 없었죠... 뭔가가 지나가고 싶은데 제 눈치를 보는 듯한 묘한 느낌...

견디다 못해서 옆 친구한테 자꾸 저기에서 뭔가가 숨었다 나타났다 한다고 얘기했죠..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하니 주변 친구들 겁먹고 또 저를 이상하게 보더라구요. 그 순간 멀리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또 다른 친구(이 친구도 좀 예민해서 가위 잘 눌리는 친구)가 얼굴이 잔뜩 굳어서 “그거... 나도 보여... 뭐가 자꾸 기웃거리고 있어... 꽤 됐어..”

순간 애들 소리 지르고 ㅎㅎㅎ 그러나 저와 그 친구는 그 순간에 묘한(?) 안도감 같은게 느껴졌다랄까요? ㅎㅎㅎ

근데 문제는 제가 어느 순간 창가쪽 자리로 옮기고 한 동안 분단 이동이 없었는데, 계단 쪽에서 제 눈치 보던 그 뭔가가 교실 앞문을 지나갔습니다. 이번에는 복도 창문 쪽에서 통통 튀면서 저랑 눈마주치는 걸 피하듯이 자꾸 옆반으로 이동하더라구요. 몇 주 정도 그렇게 숨바꼭질 하듯이 옆으로 옆으로 이동했습니다. 당연히 저는 수업에 집중 하지 못했죠... 그리고 그렇게 방학이 되었습니다.

왕따의 방학은 행복했습니다. 학교 안가니 좋더라구요.. 그러나 개학날이 다가 올 수록 짜증도도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개학을 일주일 앞둔 주말..
며칠 전 꾼 꿈때문에 마음이 잔뜩 심난해져있었어요.

제 집 거실에서 제가 서 있는데, 창 밖은 오후 3-4시경의 지루한 여름 햇살이 비추고 있는데, 제 방에서는 핏물 같은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어요.

그런 심난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던 저녁..
집으로 갑자기 한 친구가 전화를 했습니다.
“저기... J가 죽었어”
저는 밑도 끝도 없는 그 말에 멍-하니 있다가 화를 버럭 냈어요... “ 너는 농담을 해도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농담이 아니야... 나랑 다른 친구들 몇명이랑 오늘 병원에 다녀왔어”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어요.
다음 날이 발인이라고 해서 전화 준 친구랑 다음 날 오전 8시 쯤에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작은 동네 병원 영안실은 지하에 있었고, 가족들은 그 영정 앞에서 그냥 쓰러져 자고 있었어요. (병원이 너무 작고 낡아서 영안실이 가족 쉬는 방도 없었습니다) 영안실에 내려가서 친구 사진을 보며 현실을 믿을 수가 없더군요...

나중에 다른 친구를 통해, 사고가 난 얘기를 듣게 되었어요. 부모님은 모두 외출하시고 J의 언니는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 방청권을 얻게 되어 거기에 가고, J 혼자 집에 있었다는군요. 너무 더운 날이어서 창문을 모두 열어 놓고 선풍기를 틀어 놓고 그 앞에서 자고 있었나봐요. 방송국에 다녀온 언니가 오후 3-4시쯤 집에 돌아오니 선풍기 앞에서 앞드린채로 숨이 멎어 있었대요... 놀란 언니가 J를 엎고 동네 병원으로 뛰어갔는데 이미 사망했었다네요...

병원에서 의사가 창문을 다 열어도 선풍기 바로 앞에 누워자면 혈압(?)이 떨어져 사망할 수도 있었다고 했다던데, 제가 그 때 어려서 이해를 잘못 했을 수도 있구요... 요새는 선풍기 사망이 잘못된 얘기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 이공계를 전공하면서도, 그 친구의 죽음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째서 깨어나지 못했는지... 어째서 어린 나이에.. 병도 없었는데 그렇게 잠든 듯이 떠난 건지...

충격으로 며칠간 계속 울었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나 힘들 때 말 없이 위로해줬었는데
고맙다고... 네 덕에 힘이난다고...
그런 말조차 제대로 못했던 것 같더라구요...

그렇게 예쁜 맘을 가진 친구가 세상을 떠났는데...
온 세상이 울어주야 할 것 같은데
세상은 아무렇지도 안았습니다.
개학 날, 그 친구 책상에 놓여있던 국화꽃 한다발을 보며 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몇 시간 지나, 다시 찾아가보니, J 반의 몇몇 애들이 그 국화꽃잎을 뜯으며 놀고 있더라구요...

세상은 이런 거구나...
나 하나 없어져도 달라지는 건 없는 거구나...
떠난 자는 기억되지 않는 구나...

한 동안 마음 아파하다가
제가 해 줄 수 있는 것을 해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백일동안, 어설프지만 불경을 읊어 주기로 했어요.
그 친구를 생각하면서, 고마웠다고.. 좋은 곳으로 조심히 가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눈물 반, 기도 반이었네요...

백일이 거의 다 되어 가던 어느 날이었어요.
기도가 이제 정말 며칠 안남았구나 싶으면서
눈을 감고 기도 하고 있는데
순간 몸 오른쪽이 싸늘해 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뭔가 이상하고 낯설고 무서운 느낌에 빨리 기도를 끝내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
제 정수리 뒤쪽으로 제가 쑤욱 빠져나왔어요..(유체이탈이라고 하죠...)
책상위의 어지럽게 놓인 펜 하나하나 그대로 보이고 앉아서 기도하는 제 모습을 뒤쪽 윗편에서 내려다 보고 있었어요.
싸늘하게 느껴졌던 그 오른쪽에 J가 와있더라구요.

제 옆에 앉아서 제 얼굴을 바라보며 약간 미소짓는 그 모습... 제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 친구의 표정을 확인하자마자 다시 쑤욱 몸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두려운 마음에 간신히 기도를 끝내고 책상을 확인하니 제가 봤던 모습 그대로 펜이 어지럽게 놓여있더군요.. 그 날은 무서운 마음이 들었지만, 지나고 생각하는 내내, 그 친구를 위해 기도해줬던 일은 잘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이라도 그렇게 인사하고 갔으니... 착한 친구니까 분명 좋은 곳에 갔을 거라 믿습니다.

그 이후로, 복도에서 기웃거리던 존재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2학기가 되고 어느 순간 우연한 계기로 저는 왕따 오해도 풀렸고 다시 친구들과 잘 지내게 되었죠. ( 그리고 곧 바로 다른 친구 한명이 왕따 사냥감이 되었습니다. 그 때 그 친구에게 손 내밀어 주지 못하고, 또 다시 왕따를 당할 거라는 두려움과 별로 친하지 않으니 엮이고 싶지않다는 마음에 다가가서 도와주고 위로해 주지 못한 점은 지금까지도 마음의 짐입니다)

사람은 말로 죄를 짓고 말로 복을 짓는 다고 하죠.

최근에 신과함께 웹툰(영화 말구요) 정주행을 하면서 J를 다시 떠올렸습니다.

너무 착해서 존재감 없고 평범하고 우리가 너무 쉽게 무시하는 그런 사람들이
하늘에서 보시기엔 아름다운 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정원에서 가장 예쁜 꽃을 꺾어 집을 장식하듯이, 하늘도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먼저 데려가 천국을 장식한다는 어느 신부님의 말씀은 오랫동안 깊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글을 쓰며 한동안 잊고 지냈던 J양이 또다시 고마워 지내요..

그 때.... 내 곁에서 위로해줘서 고마웠어...
네가 있어서, 그 시간들을 건널 수 있었던 것 같아.
고맙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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