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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솔로’, 네 젊은이는 애늙은이
kbs 수목극 ‘굿바이 솔로’(극본 노희경 연출 기민수)의 네 명의 젊은이는 모두 20대 중반의 애늙은이다. 모두 아픔과 사연을 지녔기에 실제 나이보다 훨씬 성숙한 인물로 그려진다.
유지안 역을 맡은 이한은 특히 그렇다. 처음에는 복수하기 위해 친구 집에 위장 전입한 캐릭터 정도로만 알았지만 청각장애를 가진 가족들, 자신의 죄값을 감옥에서 대신 치른 아버지, 불치병에 걸린 여동생의 아이 등 숨겨진 사연들이 하나씩 공개되면서 그의 화려한 생활을 이해하고 싶어졌다. 게다가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한 수희(윤소이)와 고교 친구 민호(천정명)의 사이가 깊어가는 것을 보는 건 괴로운 일이다.
20대 중반의 나이로는 한가지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들 사안이 여러 겹으로 둘러싸여 있는 지안에게 생기 발랄한 신세대의 모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터. 그의 모습은 더 이상 위선자가 아니라 슬픈 악인으로 연민과 공감을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윤소희(수희)도 시종 우울한 분위기다. 중학교 시절부터 엄마가 쉴 새 없이 남자를 바꿨기 때문에 그 때마다 그 남자에게 ‘아빠’라 부르는게 싫어 대학졸업후 집을 나왔다. 그런 상황을 감안해도 밝은 외모와는 대조적으로 너무 답답한 느낌이 든다. 민호로 인해 지안을 배신하게 될까봐 불안했던 그녀의 내면을 완전히 이해하기도 쉽지않다.
천정명(민호)도 천진난만한 외모와는 대조적으로 많이 사랑받고 주눅들어 있다. 어머니가 불륜으로 자신을 낳았다는 사실을 알고 가출했다. 날라리 같지만 가슴 밑바닥에는 순정과 연민을 지닌 민호는 친구 애인인 수희를 죽을 때까지 멋있게 가슴에만 묻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론대로 안되는게 연애감정이다. 결국 수희와 잠자리를 하게되는 민호의 ‘쿨하게’ 살고 싶어하는 모습은 정확히 이해하기란 쉽지않다.
사랑하는 남자 호철을 위해 가족을 떠나야 했던 미리(김민희)도 밝은 신세대가 아니다. 오히려 이 점이 그녀의 연기가 향상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하는데 큰 힘이 된 것 같다. 그녀는 이전에는 그저 아기 소리나 내는 cf 모델 혹은 연기력을 갖추지 못한 신세대 연기자 정도로 인식됐다. 그리고 대부분 겉멋을 잔뜩 들인 모습을 보여왔지만 이번에는 별로 가꾸지 않는 모습에서 살아있는 표정을 만들어내 호평을 받았다는 느낌이다.
노희경 작가는 제작발표회때 “초반에는 젊은이들의 노는 문화를 몰라 힘들었다”면서 “그런데 나라고 생각하고 젊은이를 모른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낫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친구들은 머리가 비었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나는 20대때 완전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었다. ‘굿바이 솔로’의 4명의 주인공들이 왜 조숙한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