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중천(中天)’이 ‘황천(黃泉)’갔다. 팬터지 블록버스터 ‘중천’(감독 조동오)이 손익분기점에조차 한참 못 미치며 참담하게 주저 앉았다.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안간힘을 써가며 자사 계열 cgv극장에서 근근이 상영을 이어가고는 있다. 그래도 전국관객 200만 명도 기대난망인 상황이다. cj엔터테인먼트는 처참한 기색이다. '한국 최고'라는 자부심은 당분간 접어두는 편이 옳다. ‘역도산’, ‘태풍’에 이어 3년 연속 연말 대작을 실패시켰다. ‘중천’의 몰락 이유는 온통 '네 탓이요'다. 주간 영화업계지 ‘시네21’은 ‘이 주의 영화인’ 코너를 통해 충무로가 주목한다는 k기자를 소개했다. 다음과 같은 영화 마케터, 제작자 등의 말을 인용했단다. "‘중천’에 대한 악의적 기사 제목만 봐라. 노골적 비난 의도 말고 뭐가 보이는지…", "인터넷이라는 바다에서 괴물이 태어난 것 아닌가"…. “k기자 때문에 ‘중천’ 망했다. k기자 없는 세상에서 영화 만들고 싶다”고 외치고 있다는 일부 영화계 종사자들의 원망을 받아 적은 글인 셈이다. 한국 영화계가 ‘도박판’이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크게 투자해서 크게 먹겠다”는 속셈에서 ‘중천’같은 ‘사생아’가 탄생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100억원이 넘는 이 영화 제작비 대부분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부담이 없으면 도박이 아니다. ‘중천’은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상품이다. ‘리턴’을 기대하기에 앞서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투자의 기본상식이다. ‘재롱잔치 수준 김태희 연기력’, ‘표절논란이 일 정도로 식상한 컴퓨터그래픽’ 등은 내재된 원초적 불안 요소였다. 이 같은 지적이 자연스럽게 제기되자 제작사는 “주연배우가 인터뷰를 안 해줘서 그런 보도가 나왔다”며 허위 폭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렸다. “비판이라고 하기에는 표현이 과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할리우드는 한결 심하다. 영화 ‘형사 가제트’에 대해 "이 영화에서 칭찬할 만한 부분은 영화가 75분 밖에 안 된다는 것 뿐"(댈러스모닝뉴스), "700마리의 원숭이가 700년 동안 타이프를 치면 그 중 하나는 '햄릿'을 쳐낼지도 모른다. 그 원숭이들에게 1주만 줘도 그 중 여섯마리가 '가제트' 정도는 쳐낼거다"(시애틀타임스)라는 비아냥과 혹독한 비난이 현지 미디어에서는 당연하다. 막강한 기술력과 약한 드라마 구성력이라는 면에서 ‘중천’과 유사한 ‘파이널 판타지’ 극장판 비평은 이렇다. “수억달러의 돈과 길고 긴 제작기간이 영화 속 등장인물 머릿결 묘사에 들어간 듯 하다. 대신 각본에는 1달러50센트와 커피 브레이크 타임 정도만 투자됐을 것이다”(플릭 필로소퍼),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팬터지는 영화 프로젝터가 망가져 버리거나 다시 극장 불이 켜지는 것이었다”(이클립스 매거진) ‘무비라인’의 스티븐 파버는 영화 '순수의 시대'중 미셸 파이퍼의 보기 흉한 헤어스타일을 두고 “(그녀의) 헤어 스타일리스트는 총살당해야 한다”고 쓰기도 했다. 따라서 ‘중천’에 대한 지적은 안마 수준이다. 그래도 발끈하는 한국 영화들은 온실 속 화초나 다름없다. 업계와 공생하는 소위 영화전문지, 보도자료 보내면 냉큼 받아 올리는 몇몇 인터넷 뉴스업체들의 광고대행성 기사들에 길들여지면서 면역력을 잃어버린 꼴이다. 한국 영화를 비판하면 즉각 ‘한국 영화 살리기’를 들고 나온다. 애국심을 자극하며 여론의 동정과 분노를 유도한다. 이 영화가 실패하면 한국 영화산업이 무너지고 다시는 이런 장르를 한국에서 볼 수 없다는 투의 논리도 허망하기 짝이 없다. 언론은 대중을 위해 존재한다. 대중에게 제품을 파는 업자의 이득을 헤아린다면 언론사에 속한 광고 혹은 판매국 요원이다. ‘중천’은 새해 초부터 “대한민국 영화사에서 꼭 필요한 영화”라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했다. 컴퓨터그래픽 기술력을 입증했고, 팬터지 장르를 개척했다고 자찬한다. “비주얼은 세계 최고”라는 요지의 영화담당 기자 몇 사람의 코멘트를 첨부했다. ‘중천’이 우리나라 영화 역사에 기능한 것이 있다면, 스타와 배급력만 믿고 무모하게 기획된 영화는 결국 쪽박을 찰 수 밖에 없다는 현실 자각이다. 3연패(敗) 수렁에 빠진 cj엔터테인먼트가 다음 영화에서는 ‘중천’의 시행착오를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관련사진 있음> 김용호기자 yhki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