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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나 자해하는 앤데 꼭 좀 들어와주라

ㅇㅇ |2018.04.25 06:35
조회 934 |추천 23
판 눈팅한지는 정말 오래됐는데, 이렇게 글쓰는 건 처음이야! 우선 사람에 따라서 좀.. 듣기 힘든 주제일 수도 있는데도 들어와줘서 정말 고마워.

나는 중증 우울증 환자야. 우울증이라고 하면 대부분 그냥 '기분이 우울한 사람'이라고만 아는 애들이 대부분이더라고.

있지, 우울증은 장애야. 자신의 기분을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어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하는 중증감정조절장애야.

나같은 경우에는 어렸을 때 심한 가정폭력을 당했었고, 초등학교 때 가난하고 더럽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고나서 고등학교 1학년인 지금까지 쭉 왕따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그래도 나름 공부는 열심히 하는 편이라 선생님께 칭찬을 나름 받는데, 그것마저도 고깝게 보는 친구들이 많더라고.. 많이 속상했어.

여하튼, 나는 이런 아픔들을 나 스스로 감당하지 못했어. 물론 그 아픔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은 무지하게 많이 했지. 하지만 늘 제자리로 돌아갔어.

참 멍청한게 남을 탓하지를 못하겠으니까 자꾸 나를 탓하게 되는거야. 아빠가 술먹고 와서 엄마를 때리는 것도 내가 태어난 탓이고, 우리 집이 이렇게 가난한 것도 내가 돈을 축내고 있는 탓이고, 애들이 날 싫어하는 것도 다 나 때문이고..

그러다보니 점점 자기혐오는 더 심해졌지. 처음 자해를 한건 중학교 2학년 때 였던 것 같아. 아빠가 내 얼굴에 피멍이 들도록 팬 날. 그 때 밤에 울면서 처음 커터칼로 내 손목을 그어봤어.

아프지도 않더라. 정말 사람 죽는게 쉽지 않아.. 아무리 세게 그어도 그렇게 쉽게 안죽더라.. 그 후로, 계속 나는 나를 괴롭혔어. 내가 걸린 병이, 우울증이라는 그 병이 너무 아팠어.

그렇게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것 처럼 살다가.. 중3 때 위클래스를 처음으로 갔어. 그 때 만난 상담선생님께 정말 큰 도움을 받았어. 선생님께서 내 손목에 난 흉터들을 보시고는 말없이 꼭 감싸주시더니 "얼마나 아팠을까.." 하고 위로해주시더라..

타인에게 이해받는다는 감정이 이렇게나 벅찬거구나 라는 걸 느껴봤어. 여하튼, 그 선생님 덕분에 조금 나아졌지. 그 때 심리검사지를 해봤는데 많이 심각하게 나왔더라고. 우울증이 틀림없댔어.

그런데 정확한 검사를 해야하잖아. 근데 우리집은 돈이 없었거든. 그냥 상담실에서 상담만 하고 그렇게 지내다가, 저번주에 한번 병원에 다녀왔어. 알고보니까 정부에서 나처럼 가난하게 사는 청소년들에게 정신과 치료까지 지원을 해주더라고. 참 감사한 일이지.

의사선생님과의 상담과 검사 끝에 내 아픔은 우울증이라는 병이였다는걸로 판명났어. 그것도 중증 우울증으로.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의사선생님께 직접 들으니까 뭔가.. 기분이 이상하더라고.

너무 말이 길어진 것 같다. 얘들아 내가 진짜 하고픈 말은, 우울증은 병이라는거야..

시험못봐서 잠깐 우울했다가 끝나는게 아니라, 정말 죽어버리고 싶은 우울감이 몇년이고 계속돼서 결국 나를 죽게 만들수도 있는 병.

흔히들 자해한다고 하면 되게 이상하게 보고 무서워하잖아.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해.

만약에 위장에 관련된 병이 생겨서 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했다고 해봐. 그러면 그 수술을 하느라 흉터가 남잖아? 우울증도 똑같아. 나는 우울증이라는 병에 걸려서, 그 흉터가 마음에만 남아있었는데 그냥 자해로 드러난 것 뿐이야.

우울증 외에도 다른 정신질환이 의지로 이겨낼 수 있는 거라면 정신과가 왜 있겠어.. 그 유능한 정신과 의사분들이 다 돌팔이는 아닐거잖아. 그치? 그러니까, 다들 편견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이라도 거둬주면 참 고마울 것 같아.

어.. 글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 지 모르겠다. 내 얘기 들어줘서 정말 고맙고, 모두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가 됐으면 좋겠다. 정말 고마워.

그리고 너희들은 나처럼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행복한 하루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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