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원을 내고 불편함을 사온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스탠딩 코미디쇼는 코미디가 아니라 50분 동안의 유병재의 징징쇼, b급 변명쇼에 가깝습니다.
네이버에 공연후기를 일부 서치해봐도 이번 공연은 혹평일색입니다.
대본을 느그 아저씨 사건 이후로 갈아엎은건지 궁금할정도로, 유병재씨한테 최근에 일어난 이슈들을 알지 못하거나 커뮤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주제와 용어가 쓰였습니다. 실제로 공연을 같이 보러간 군대에서 막 제대한 친구는 몇 군데는 이해할 수 없다, 유병재씨한테 무슨 일이 있었냐 라고 저한테 물어보더군요.
1. ___는 조롱에 가깝습니다.
한 두번 나올 때까지는 감동이었습니다. 남성이 공연하는 쇼에서 여혐인지 모르면 공부하세요 라는 말을 언제 들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게 세번, 네번, 마지막으로 유규선 ___야 가 나왔을 때는 아 이것은 틀림없는 조롱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어는 상상 이상으로 큰 권력을 가집니다. 말로 먹고 사시는 분께서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왜 지금 여성들이 여성혐오 단어에 대해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유병재씨는 단순히 그러한 지적이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2000년대 초반에 나온 김치녀라는 단어는 10년을 넘게 한국여성들을 옥죄고 끊임없이 자기검열하게 만들었습니다. 여성들은 김치녀라는 단어를 듣지 않기 위해 성별급여격차를 생각하지도 않고 기를 쓰며 더치페이를 했고, 본인 취향에 맞춰 먹을 수 있는 고급커피전문점이 아닌 배앓이를 해가며 꾸역꾸역 편의점 커피를 마셔야 했습니다. 아기가 집 밖에서 울고 옹알이 하는 것은 세상의 당연한 이치인데도 불구하고 맘충이라는 단어는 햇빛을 처음 본 아기의 입조차 틀어막습니다. 엄마들이 햇살을 받고 지친몸을 쉬게 할 장소를 빼앗습니다. 여성혐오단어는 이렇게 여성의 자유권과 선택권을 빼앗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옛날에 쓰이던 여셩혐오적 단어조차도 그 쓰임을 지양하는 것입니다. ___말고도 대체할 수 있는 욕은 얼마든지 많으니까요.
2. 유병재씨가 자신은 모든 정보가 팔려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던 조심스럽다라는 발언은 배부른 투정입니다.
투정도 이런 배부른 투정이 없습니다. 유병재씨가 페미발언을 했던, 한남발언을 했던 간에 그것은 유병재씨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극약한 변화만을 줄 뿐입니다. 저번에 유병재씨가 나의 아저씨에 대한 사과문으로 실검에 올랐을 때, '유병재'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위에서 한톨이라도 변화가 있었나요? 전지적참견시점에서 유병재씨가 하차했나요? yg에서 잘렸나요? 일베에서 유병재씨 사진이 갈기갈기 찢겼나요?
아이린씨는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남초 커뮤니티에서 상상 이상의 인신공격을 받았습니다. 아이린이 나온 사진을 찢고, 성희롱하는 글과 댓글들이 그득했습니다. 손나은씨도 페미문구가 써져있는 폰케이스를 꼈다고 선례와 같은 취급을 받았습니다. 과연 여성연예인 뿐일까요?
소위 '메갈 티셔츠'를 입은 성우는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제작물에서 잘립니다. 여성 민우회에 좋아요를 누르고 페미니즘을 반대하지 않았던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도 자신의 제작물이 내려가고 사상검증을 받다가 결국은 게임업체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합니다. 익명으로 활동하던 여성우월주의 컨셉의 여성스트리머의 신상을 까기 위해 수많은 한국남성들이 협력하고, 검증되지 않는 주소로 여성을 죽이기 위해 찾아가는 그 과정을 생중계합니다. 여성들이 가진 사상을 입밖으로 표현하는 것은 상상이상으로 많은 리스크를 남깁니다. 개인 sns에 페미니즘과 관련된 게시글을 올리고 익명의 남성에게 살해협박을 받는 것이 부지기수한 한국여성의 실태에, 유병재씨는 본인의 처지에 더 공감해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느낌입니다.
3. 나의 아저씨 사건에 대해서 정말로 반성하셨다면 그 드라마에 대한 일절 언급을 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어제 라방에서 다시보기로 보신다면서요? 할말은 많지만 특별히 남성의 말을 빌려 말씀드리겠습니다. 위근우기자의 리플레이. 특별히 유병재씨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으니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4. 일베와 메갈은 절대 같은 선상에서 둘 수 없습니다.
메갈에 대해서 언급하시고 싶으셨다면 메갈에 대한 이해와 최소한 그 사이트가 어떤 사이트인지, 보수 사이트였는지 진보 사이트였는지. 어떤 식으로 페미니즘을 지향했는지에 대한 공부는 하고 오셨어야합니다.
일베와 메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일베는 현존한다는 것이고 메갈은 이미 폐지된 사이트라는 겁니다. 일베는 노무현 대통령님을 조롱하고, 사촌동생과 여동생들의 몰카를 찍고, 초등학교에 찾아가 '사냥감'을 물색합니다. 여성 아이돌에게 살해협박을 가하고 예술고등학교 여학생을 강간할 모의를 하고, 여성의 신체일부를 몰래 촬영해 성희롱합니다.
반면에 메갈은 무얼 했을까요? 신촌, 강남역 몰카근절 및 인식개선 광고판 설치, 여혐 근절 캠페인 시위, 여혐반대 포스트 구매 및 한국 여성민우회와 미혼모센터에 기부, 11번가 염산판매 중단, 소라넷이 폐지될 때까지 그 커뮤를 수면위로 떠오르게 만든 것도 메갈리아 였습니다. 그 뿐입니까? 대형백화점에 존재하는 몰래카메라를 전수조사하고 메갈리아에서 제작한 팔찌와 포스트잇은 위안부할머니들을 위해 씁니다. 이런데도 일베와 메갈은 같은 선상입니까?
5. 페미니즘을 배우고 싶다면 페미니즘 강연에 가시고 관련된 책을 읽으셔야죠. 한남충, 재기해라는 단어가 현재 여성들이 하고 있는 페미의 전부가 아닙니다. 성급한 일반화를 하십니다.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접하는 계기는 대개 이렇습니다. 자신이 당한 차별, 불평등을 당한다. -> 그에 대한 공감을 얻는다 -> 차별폐지운동인 페미니즘을 접한다. 꼭 한남충, 재기해라는 단어를 쓰는 여성들만 페미니스트가 아닙니다. 급성페미든, 온건페미든 여성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인권의 평등을 지향하는 모든 사람들은 페미니스트입니다. 유병재씨가 페미니즘을 배우고 싶은 장소는 여초카페와 '메갈'인가요? 그렇다면 소위 남성 페미니스트로 소문난 위근우 기자, 손아람 작가는 그런 곳에서만 페미를 접했기 때문에 페미니스트가 되었습니까? 서울시에서는 상상이상으로 많은 페미집회와 강연이 열립니다. 정말로 배우고싶으시다면 한번쯤 가보기를 추천드립니다.
이번 코미디쇼로 유병재씨한테는 아직 페미니즘을 말할 단계가 이르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투와 82년생 비유는 제 자신도 충격받을 정도로 멋진 비유였습니다만은, 그런 비유의 진심까지 흔들릴 정도로 다른 발언은 조롱과 무지의 일색이었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특권을 가진 사람에게 평등은 억압과 같다.
이번 b의 농담에 대한 한줄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