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처음 보았던 건 작년 3월이었다. 고3이 된 후 처음으로 만난 짝꿍이 바로 너였다. 남자 짝은 어색해서 가만히 앞만 보고 있던 나에게 너는 웃으며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넸다. 참 이상하다. 분명 그 때는 너에 대해 아무 감정도 없었는데. 언제부터 네가 이렇게 내 마음속에 스며들었을까.
너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사납게 생겨가지고선 성격은 부드럽고, 글씨도 나보다 예쁘게 잘 쓰고, 공부 열심히 할 것 같은데 자꾸만 꾸벅꾸벅 졸아서 내가 깨워줘야 하는 그런 아이였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너와 얘기하면 들을 수 있던 너의 목소리. 그렇게 낮고 울림이 있는 네 목소리가 좋았다. 글씨를 쓰는 너의 손도, 단정한 머리카락도. 너의 큰 키가 좋았다. 체육시간이면 신나서 뛰어다니는 모습이 좋았다. 기대고 싶었던 너의 어깨가 좋았다. 나중엔 이 모든게 상관없어질 정도로 너를 좋아했다. 너는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는데도.
너는 날 볼 때면 참 다정하게 웃었다. 그 웃음이 오로지 나에게만 향하길 간절히 바랐었다. 언젠가 네가 공군사관학교에 가고 싶다고 내게 말했을 때는, 응원하면서도 그렇게 되면 네 웃음을-그보다는 너를-못 본다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쓰렸다. 꿈을 꾸는 너의 눈동자는 너무도 아름다워서 나는 감히 가지 말라고 할 수 없었다.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너를 사랑하기엔 내가 너무 초라해서 나는 항상 너를 보면 이상하게도 벅찬 기분이 들었다. 민폐라고, 좋아하는 것조차 민폐라고 그렇게 생각했지만 나는 참 이기적인 사람이라 그만두지 못했다. 웃을 때 한 쪽만 끌어올려지던 너의 입꼬리에 입 맞추고 싶었다. 느릿하게 깜박이던 너의 속눈썹이 내 손을 간질여 주었으면 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대로 흘려보내기엔 이 마음이 너무 아까워서.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너는 바라던 대로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했다. 이제 자주는 못 보겠네- 라며 네가 웃었다. 그제서야 네가 내 마음속에 너무 깊이 들어온 것을 알았다. 너와 나의 끝이 다가온 순간에야, 이대로 너를 보내기엔 내 마음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렸다는 것을 알아 버렸다. 너의 미소를 이젠 볼 수 없다는 것도, 깊은 네 눈동자를 마주할 수 없다는 것도, 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도 실감이 나 마음이 아렸다. 좋아해, 너를 좋아해 라는 말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애써 삼켰다. 웃으며 보내달라는 너의 말에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그렇게 올해 2월 너를 보냈고, 나의 짝사랑도 끝이 났다.
만약 네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다른 말이 아니라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