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시험공부를 하다가 새벽 4시 45분을 넘긴 이 밤에, 익명의 힘을 빌려 글을 써보려해.
나는 태어나고 한번도 연애라는 걸 해본적이 없었어.
대학와서도 쓰레기들한테만 걸렸을 뿐, 정말 마음에 들었던 사람 한 명 없었어.
그러다가 정말 우연찮게 온 너는, 그러게 정말 우연찮게였지.
너랑 만난 미팅이 대타로 간거였거든.
다른 미팅때는 어떻게든 한번 꼬셔보려 했었던거에 비해, 그 때는 그냥 술이나 마시고 오자 하는 생각으로 간거였어.
거기서 널 만났고, 넌 파트너선정되고 나한테 넌지시 번호를 물어봤지.
핸드폰 다이얼을 보여주며 툭툭 내 팔을 치던 너를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나.
웃기게도 정말 내 타입이 아니였다. 너.
옷도, 얼굴도, 헤어스타일도. 눈길한번 안갔었어. 오히려 다른 친구가 내 이상형이였거든.
행동 애매해지겠다. 싶어서 안누르려다가 너무 귀여운 너의 행동에 눌렀다.
그게 그렇게 시작됐네.
다 정리하고 일어서는데 나보다 한참 큰 너를 보고 그 때 훅하더라.
미팅 직전에 만났던 소개팅남이 나보다 작았었거든.
내 키가 168이라는게 굉장히 서러웠을 정도로.
근데 너가 나보다 굉장히 큰거야. 이제까지 스쳐지나갔던 사람들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그 후로도 술에 취했는데도 나를 길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바꿔주고, 무섭게 지나가는 오토바이에 나를 지켜줬던 너가 아직도 생생해.
처음봤는데, 어디 사는지도 모르면서 자꾸 날 데려다준다던 너는 참 귀여웠어.
그렇게 연락하고 애프터를 했지
두 번째 만났던 날. 술을 저녁까지 마시고 몸을 가누지 못했던 나를 데리고 집에 바래다 주던 날.
사실 내가 바래다 달라고 투정부려서 그래줬던건지 아직도 모르지만, 너가 내 손을 잡은채 어렵사리 지하철을 타고 도착했지.
역사 밖으로 나왔는데 눈이 오는거야. 그 때 내가 그랬지?
"남자랑 눈맞는게 처음이야."
진짜야. 겨울에 남자랑 눈맞았던게 그날이 처음이였어.영화같더라.
술에 취했지만 기억이 또렷해.
눈맞는게 좋다며 휘청거리던 나를, 본인도 눈맞는게 좋다며 챙겼을 때. 너를.
아슬아슬하게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택시를 타고 가던 너를.
주책맞게 눈물나온다.
그 때 난 너를 좋아하고 있었어.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들과 술을 마실때도 전화하고 게임하러 가면서도 전화하고.
술에 취한 친구들이 뒤에서 하는 장난을 들으면서도 전화하고.
뭐가 그리 좋았을까.
그 뒤에 만났을 때 넌 술을 마시고 나한테 말했지.
"나는 너가 좋은데 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나는 "나도 오빠가 좋으니까 만나지."라고 답했지.
오늘부터 사귀냐는 말에 나는 사실 당황했었어.
고백을 받는게 처음이였거든. 내가 생각한 이상과는 달랐나봐.
술마시고 고백하는게 진정성없다 생각했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그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래서 이렇게 말했었어.
"다음에 술마시지말고 온전히 제정신에 말해줘."라고.
바보같은 년. 그냥 "응. 나도 오빠가 좋아. 사귀자"라고 말하지.
무슨 소주 한병 나눠마셨다고 그렇게 유난을 떨었을까.
아마 거기서부터였을거야 어긋났던게.
다음 회상은 내일해야겠다.
벌써 해가 뜨네. 까맣던 하늘이 연보라색이야.내일 또 혼잣말 쓰러올게. 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