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31세 직장인이고 남친은 27세입니다. 우리는 9년전에 만났습니다.
결혼 이야기가 나왔는데 남자친구 신뢰가 가질 않아 자꾸만 고민이 되고 꺼려지는데, 도리어 제가 죄책감이 들어서요. 혼자 한달 가까이 고민 고민하다가 답이 안나와서 괴로운 마음에 다른 분들 조언을 구해봅니다.
우리는 대학교에서 만났습니다. 제가 사정이 있어 대학교에 몇 년 늦게 들어갔습니다.같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그때는 남친이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부모님이 도와주시지 않아서 알바를 해서 모든 것을 충당해야 했는데, 제가 돈이 모자라면 이 친구가 자신도 돈이 없는데, 월세 일부를 내어주고, 집을 못 찾을 때는 몇달씩이나 공짜로 자신의 집에 묵게 해주고, 핸드폰이며 노트북 등 왠만한 학생이 해주기 힘든 것들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는 공부에 흥미를 잃어 점점 성적이 내려가고 저는 원래 마음에 안 드는 공부였지만 학위 받는 것에 집중을 해서 좋은 성적으로 학부를 끝내고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원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른 도시에 있는 대학원에 가고부터는 관계가 소원해져 헤어졌지만 소식은 계속 주고 받았습니다. 9년 가까이 되는 세월동안 항상 저한테 만큼은 헌신적인 사람입니다.
이 친구는 함께 학교 다니던 도시에서 제가 떠나고 우울했는지 관심없던 학과를 그만두고 일도 공부도 안 하고 집에만 몇 년 있었던 걸로 압니다. 요즘은 어떤 기관에서 아이들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며 80만원 정도 받으며 어머니 집에서 조금 보태며 생활하는 것으로 압니다.수입 이야기가 나왔으니 참고로 말씀드리면, 저는 대학원을 마치고 일반 회사에 취직했구요. 매월 다르긴 하지만 보통 300에서 많으면 400의 수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원래 외로움을 잘 안 타는 제가 타지 생활이 오래되자 저도 모르는 외로움이 차곡차곡 쌓였다가 얼마 전 터진 것 같습니다. 결혼을 해서 같이 있을 사람을 만들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 등을 이 친구와 나눴는데, 자기는 결혼을 할 준비는 안 되었지만 원한다면 자기가 해주고 싶다라고 하더군요.
마음이 많이 고마웠습니다. 끝까지 나에게 맞춰주는구나 하구요. 그런데 막상 이 사람과 가족을 만들 생각을 하니까 너무 두렵더라구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제가 가진 가난에 대한 트라우마 입니다. 중학교 때는 돈이 없어 밥을 못 먹은 적도 있기는 하지만, 아마도 어린시절부터 어머니가 가난에 대해 너무나 자주 말하고 괴로움을 토로한 것이 인이 박혀서인지, 많진 않아도 평범하게 먹고 살 수 있는 지금까지도 돈에 대해 너무나 민감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대학원에서 장학금을 받았을때는 한이 맺혀 쓸데없는 것에 돈을 써대다가, 그것이 가라 앉으니 이제는 얼마를 만져도 경제적 허기가 느껴져 만족도 못 느끼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다른 이유 중, 남자친구에 관련한 문제도 있습니다. 편부 편모가정에서 자란 것이 흠은 아니지만, 아버지가 이 친구가 태어나기 전에 집을 나가, 홀어머니에 외동 아들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둘도 서로 애중의 관계에 있습니다. 어머니는 집착성향을 보이고 그것이 괴로운 친구는 아주 거칠게 어머니를 대합니다.그리고 경제적으로 보자면, 이 친구가 많이 가난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학교를 끝내지 못해 안정적인 직장을 잡기 힘들 것 같고, 가정환경 때문인지 친구도 안 만들고 사람도 안 믿습니다. 자신감도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인생에서 무엇을 해야되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공부도 다시 하고 싶지만 대체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행복한 가정은 만들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데 과연 돈이 없이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나요? 목표의식 없는 아버지가 애들에게 뭘 가르쳐줄 수 있을까 생각하니, 눈이 깜깜합니다. 그렇지만 이왕 하는 결혼 이 사람과 해서 제가 어린시절 이 친구에게 신세 진 것을 갚아야하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일반적인 친구는 쉽게 줄 수 없는 실질적 도움과 우정을 제게 주었던 친구입니다.
아이를 낳으면 몇 년이든 제가 일을 쉬게 될 것인데, 그러면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살아야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제가 이 친구의 무능때문에 언젠가는 폭발하고 미워하게 될까 무섭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20대 중반 결혼을 하시고나서 많은 성장이 있으셨다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그것은 특별한 케이스이고 보통 사람의 장래성은 늦어도 10대에서 20대 초반에 이미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그때까지 만들어진 것을 토대로 일생 살아가지 않습니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결혼으로 은혜를 갚고 싶고 또 외로움도 없애고 싶지만, 이 친구의 경제적 상황과 저의 가난에 대한 트라우마로 실질적인 결혼 생활이 상당히 힘들 것 같습니다. 이것도 제가 결혼으로 덕보고자 하는게 있어서 두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결혼을 생각해야합니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잘 될 수도 있는 결혼을 제가 너무 부정적인 면만 보는 것입니까?
이미 결혼하신 분들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돈을 우선으로 보고 결혼 하신 경우, 현재 행복하십니까? 아니라면, 어떤 점이 아쉬우십니까?
마음만 보고 결혼하신 경우, 힘든 점은 없으십니까? 혹은 후회하십니까?
결혼하시고 나서, 만약 다시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다면, 이번에는 어떤 기준으로 고르실 것입니까?
미혼분들의 조언은 죄송하지만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