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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개면 함부로 잡아먹어도 되는겁니까?

이응 |2018.07.28 22:16
조회 21,791 |추천 321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도 서귀포 어느 시골마을에 살고 있습니다.서울 살다가 제주도 내려와 산지 3년 차 되어갑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말그대로 시골마을입니다. 돌담길 사이사이로 낮은 집들이 있고, 마을 한 가운데에 큰 고목도 있고 정자도 있어요.
젊은 사람보다는 어르신들 특히 노인들이 많으시죠.

저랑 예비신랑은 이 동네에서 개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 개 세 마리도 제주도의 한 당근밭에서 꼬물이 시절에 버려져 있던 걸 구조한 애들이예요.)


며칠 전부터 동네에 못보던 작은 누렁이 한 마리가 돌아다니더라구요.
그늘 밑에 가만히 앉아서 헥헥거리고 있다가도 동네 사람들 누구든 사람을 마주치기만 하면 꼬리를 붕붕 소리가 나도록 흔들면서쫄쫄 쫓아다닐만큼 사람을 좋아하고 따랐어요.

얼굴도 예쁘장하게 생겨서 털상태도 뽀송뽀송하니 길 생활 오래 된 것 같지 않고, 
이빨을 보니 저희 집 개들처럼 태어난지 1년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개였어요.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말랐길래 저희 집 개들 먹는 사료 한 그릇 퍼줬죠.


저희 개들이랑도 장난치고 재밌게 놀면서 산책을 하기도 했어요.공격성이란 눈꼽만치도 없고 애가 너무 순하고 착해서 내심 날도 더운데 누가 데려다 키워줬음 좋겠다 하는 마음이었죠.


그날 저녁, 편의점을 가는데 편의점 앞에 녀석이 앉아있었어요.
근데 왠 낡아빠진 목걸이를 하고 있더군요.

누가 데려다 키우려고 하나보다 하고 기분이 좋아서
편의점 아주머니께 "저 놈 어떤 분이 키우려나 봐요~"했는데 아주머니는 아주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그게 아니고.... 동네 청년들이 내일 잡아서 먹는다고 목걸이 걸어놓은거야.."


진짜 충격이었어요. 
시골에선 그런 일이 더러 있다고는 들었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서도 벌어지는 일일 줄은 몰랐거든요 ㅠㅠ
게다가 삐쩍 말라서 살집은 커녕 가죽만 있는 녀석인데 도대체 뭘 먹겠다는건지;;;;;

청년들이라고 해도 사실상 아저씨들이구요. (시골 동네 청년회는 거의 4~50대 아저씨들)
편의점 아주머니도 강아지를 두 마리 키우시는 분인데,
이 작은 동네에서 장사를 하고 계시니 아마 말리고 싶어도 나서기 어려웠을 거예요.

내일 잡아먹을거라는 얘길 들으시고 어떻게든 멀리 쫓아보려고 겁도 주고 해보셨는데 녀석은 천진난만하게 그 자리에 붙어 있다고 하셨어요.
아저씨들이 내일 잡겠다고 저녁에 밥을 주셨다고 하더라구요.
그것도 모르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꼬리 흔들며 쫓아오는 녀석을 보니 어찌나 속이 상한지.

시골이라서 이런 일 자주 있고 어쩔 수 없다는데, 글쎄요 
도시 살다온 제가 너무 감성적인건지
주인 없이 떠도는 개라고 잡아먹어도 되는건가요?
얼마나 오래 사시려고 무슨 병에 걸렸을지도 모르는 동물을 막 잡아 먹나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암튼... 도저히 모른 척 할 수가 없어서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버렸습니다 ㅠㅠ아저씨들 보시면 난리 나실까봐 몰래 데려왔어요. 

기분 나쁜 그 목걸이를 벗겨서 던져버리고, 저희 개들이 쓰던 목줄로 일단 묶어두고이름을 여름이라고 지어줬어요.  

다음날 바로 여름이를 병원 데려가서 검진 받아보니
1~2살 사이의 어린 개였고, 파보에 걸렸다 자연 완치 된 아주 건강한 강아지였어요.
아마 어느 집에서 태어나 1차 접종까지만 맞았던 것 같다고 하는걸 보니 새끼 때 조금 자라자마자 버려진 것 같아요.
좀 마른 것 빼고는 기생충도 없고, 구강 상태도 아주 좋았습니다. 입냄새마저 하나도 없어요.

굵은 주사바늘로 피를 몇 번이나 뽑는 동안 으르렁 대지도 않고, 입질 한번 할줄 모르고 그저 꼬리만 흔들고 끙끙 엄살만 피우던 너무너무 순한 녀석이예요.

어제 중성화수술도 마쳤고, 지금은 제주시에 사시는 지인 분이 임보 중이십니다. 
이젠 여름이의 평생 가족이 되어주실 분을 찾을 차례네요.솔직히 우리나라는 믹스견에게 너무 인색해서 입양도 잘 안될거고 참 막막하긴 해요.

길을 떠돌던 아이지만, 사람에게 너무도 친화적이고 해맑고 천진난만한 어린 댕댕이예요.
임보한지 일주일 만에 앉아 훈련 완료, 배변훈련도 거의 완료된 상태입니다.

중~대형견을 키우고 계시거나, 개를 키우고 계시진 않지만 키워본 경험이 있으신 분이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제주도면 제일 좋겠지만, 국내 어디든 데려다 드릴 수 있습니다. 
해외입양도 고려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모든 문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유기견 여름이" 를 검색하셔서 오시거나 메일 myung_0302@naver.com (myung랑 0302 사이에 언더바 _ 요거 있어요)
혹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락 주세요! (구조자 : jejuoreum5 / 임보자 : jeju_jieun)


휴 ..... 솔직한 심정으로는 차라리 눈을 감고 살고 싶어요.
이런 아이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저희 집에 있는 세 마리도 아주 꼬물이일 때 버려진 애들인데 그대로 시간이 지났더라면 여름이처럼 어딘가에서 몹쓸짓을 당했을 수도 있겠죠.

저희 집 개들도 길바닥 출신에 족보도 없는 개들이지만 지금은 그냥 가족입니다.
아침마다 문 앞에 앉아있다가 제가 일어나서 나오면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녀석들을 만나서 구조하게 된 것이 감사할 뿐이예요.

여름이는 운 좋게 유리멘탈에 오지라퍼인 제 눈에 띄어 구조되었지만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길에서 맞아죽고 잡아먹힐까요?
참 마음이 불편한 요즘입니다.

저도 개고기 빼고는 다 먹는 사람이니 개를 먹는 사람들을 욕하진 못하겠지만
식당가서 음식 형태로 나오는 걸 사먹는거랑
길에서 날 보고 좋다고 반갑다고 꼬리 흔드는 개를 데려다가 때려죽여서 해체해서 먹는건
완전히 다른 얘기 아닌가요.............?

이건 개고기를 먹고 안먹고와는 좀 다른 차원의 문제 아닌가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321
반대수10
베플냥이사랑|2018.07.29 08:11
좋은일정도가 아니라 쓰니가 생명하나 구하신거예요. ㅜㅜ 훌륭하십니다.
베플ㅁㅁ|2018.07.29 16:21
말그대로 개 잡아먹는 다는 새ㄲ ㅣ들 짐승이지 사람입니까? 요즘 세상에 6.25도 아니고 밥 못먹어 굶어 죽는사람있어요? 아니 도대체 유기견은 왜 지들이 잡아 먹습니까? 인간이면 인간답게 살아야지 어휴 ㅉㅉ
베플유기견사랑|2018.07.29 14:00
정말 너무 착하시고 휼륭하세요 님같은분들이많아져서 세상이 바뀌었으면좋겠네요.. 좋은 엄마 만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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