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죽은 첫사랑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오빠고생했어 |2018.07.29 00:17
조회 472 |추천 0
안녕하세요...
그 사람이 너무 보고싶은 밤인데
술 마시고 어떻게 속 풀이 할 곳도 없어서 여기까지 왔네요
만약 이 글을 보신다면 그 사람 명복 같이 빌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오빠 안녕 곧 오빠 번호가 사라질 것만 같아서 이렇게 급하게 글을 써내려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이름 석자가 사라질까봐 무서워
진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어
오빠가 마지막은 나한테 그래도 알려주고 싶었던거겠지? 모르고 지나갈 수 있었는데 말해줘서 고마워..
어쩐지 요즘 내가 무기력하더라.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내 감이 맞았네. 왜 예전에도 그랬잖아. 내 몸이 좀 불편하면 오빠도 아팠던거.
오빠한테 어떻게 된 건지 너무 더 알고 싶고 이 고통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지만, 오빠네 가족을 위해서 그냥 혼자 감내할게. 오빠 역시도 아직 나를 용서하지 않았던 것 같으니.
오빠 내가 진짜 너무 잘못했어. 같이 지낸 시간 동안 더 잘해주고 아껴주기만 했어야 했는데. 한없이 날 예뻐하고 사랑해줬는데, 그 시간들을 더 즐길걸.
오늘은 계속 우리 처음 만난 때부터 굵직하게 했던 것들을 다시 되짚어봤어.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만남, 처음으로 했던 모든 것들, 매주 오빠 데리러 간 것들, 오빠 보고싶어 썼던 편지들, 먹을 것 챙겨주던 소포, 내 반지, 싸우면 연락이 안되던 모습, 술취하던 모습, 여행갔던 모습, 플스 같이 하던 모습, 농구 봤던 그 모습, 그 외 모든 모습들이 다.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고 처음으로 사랑을 받던 내 모습들이. 디테일 하나하나 다 억지로 잊고 살았는데 다 너무 예쁜 추억이었어. 나와 그 시간들을 함께 해줘서 고마웠어.
다 내가 너무 어렸어. 오빠랑 헤어지던 해 오빠의 나이가 된 지금도, 난 너무나 어려. 자존심만 세우고 지기 싫어하고. 손해보기 싫어하고.
지금의 나는 솔직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거든. 그래서 연락을 했던거고. 오빠가 여자친구와 헤어진거였든 아니였든 그냥 마지막으로 오빠를 잡고 싶었어.
솔직히 한 달전에도 그렇게 말할게 아니라 그냥 그까짓 자존심이 뭐라고 내가 먼저 전화하면 됐는데.
오빠 지금 와서 솔직히 말하지만, 난 단 한순간도 오빠의 번호를 머릿속에서 지운 적이 없어. 오빠가 번호를 적어주지 않았더라도 난 이미 모든 숫자들을 다 외우고 있었어. 보고싶은 새벽이면 쳐봤고 몰래 오빠가 행복하게 새 여자친구와 지내는 모습을 보며 안심했었어. 그래도 나보다는 좋은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라고. 그래도 연락은 참고 안했으니 나 되게 장하다 그치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에서는 오빠가 언젠가는 다시 나와 만날거라 믿었고, 우린 인연이라 믿었어.
모든 순간을 오빠와 다시 만나는 그 날을 꿈꾸며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내 모든 생활의 중심이었어 오빠는. 헤어지고 나서도 마찬가지였고. 왜 그렇게 집착하냐고 묻는다면.. 그 때와 다르게 정말 지금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내 어리숙하고 미성숙한 태도가 오빠를 많이 다치게 했을텐데, 너무 많이 미안해.
너무 보고싶다 정말, 나한테 또 욕해도 좋으니까 일어나서 나한테 꺼지라고 해도 좋으니까 이 모든게 현실이 아니였으면 좋겠다.
헤어진 사람이고 오빠는 끝까지 날 미워했으니까 나도 신경쓰지말자 싶다가도, 우리가 행복했을 때가 자꾸 아른거려. 나만 행복했던 걸수도 있지만.
이제 나는 다시는 오빠와 한 모든 것들을 바라볼 수 없을 것 같아.
많이 고마웠어. 고생했어. 내가 맨날 장군 만들어서 현충원 보내준다고 했었는데, 그런 말도 하지 말걸 그랬어.
내가 가장 많이 힘들고 아팠을 때가, 오빠 여기 있기 싫다고 힘들다고 눈물지을 때였거든. 곧 전역 신청할 수 있겠다 속으로 같이 햇수를 세고 있었는데... 왜 끝까지 군대에 있어...
사랑했고 아직도 사랑하고 있어. 오빠가 그만 사랑하라고 해도 난 계속해서 오빠를 품고 살아갈거야.
조만간 꼭 보러갈게. 너무 보고싶어. 목소리도 듣고 싶고 다시 한 번 오빠의 채취를 맡고 싶어. 너무 오래 떨어져있던 만큼 이번 일이 덜 충격적일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많이 아프다.
내 첫사랑 안녕. 많은 것들을 해줘서 고마워.
나는 그에 비해 많은 것들을 해주지 못하고 덜어주지 못해 미안해.
이제는 편히 쉬어.
오빠의 멈춰있는 시계만큼 내가 더 열심히 살아서 오빠한테 갚아나가는 마음으로 살게.
사람 살리는 직업인 내 직업을 그닥 자랑스럽게만은 생각하지 않았는데, 늘 감사하고 겸손하게 살게.
오빠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부서를 이동해야겠어..
이제 정말 안녕. 이젠 정말 편히 쉬어.. 고생했어. 오빠 정말 너무 보고싶어. 내가 진짜 미안해..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