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름에 항상 외 할머니 집에 가서 일주일동안 지내는데
그때마다 들은 할머니가 해주는 무서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함
(스압주의)
할머니 젊으셨을 때 이야기인데
하루는 할머니가 여름에 밭을 갈러 밭에 가신 날이었다고 했어
할머니 밭은 언덕 위에 있었는데
그때는 사람도 없고 더운 여름 날이라 밭을 가꾸는 사람이 몇 없었대
원래는 같이 하는 아주머니들이 계셨는데
그날은 아주머니들이 다 각 사정때문에 할머니 혼자 밭을 매러 가셨다는거야
여름이라 날은 푹푹 찌지 밭은 언덕 위라 멀지
밭까지 올라가는 길이 엄청 힘들었다고 하셨어
땀 때문에 속옷까지 젖을 정도로 더웠다고 하셨어
계속 되는 폭염 때문에 농작물은 물론이고 나무까지 말라 죽는 상황이라 언제든 한번은 밭을 갈아버려야 했대
그래서 어쨋거나 그 더위를 뚫고 혼자 밭을 매러
언덕을 올라가셨는데
이상하게 밭에 가까워 질 수록 공기가 선선해졌다는 거야
언덕이라 솟아있어서 햇빛이 더욱 강력하기 마련인데
햇빛은 그대로인데 공기가 서늘 하셨대
더위 먹을 까봐 챙겨온 물 수건으로 (물티슈아님)
몸 이곳 저곳을 닦으면서 밭을 갈기 시작하셨대
그렇게 한참을 밭을 갈고 있는데
누가 자꾸 할머니한테 흙을 뿌리더래
처음에는 쪼그려 앉아있는 할머니 다리에 흙이 튀길래
할머니가 밭을 갈구는 것 때문에 튀나보다 했는데
할머니가 쉬는 와중에
할머니 등에 누가 흙을 척척 뿌렸다는거야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면 휑 하니 아무도 없고
다시 일을 하다보면 누가 흙을 뿌리고를 반복 하셨대
밭을 갈다 짜증도나고 무섭기도 하니까
도저히 안되겠어서 뒤를 확 돌았는데
흙에 쩌들고 발톱이 다 빠져 없고 여기저기 찢어진 너덜너덜한 발이
맨발로 할머니한테 흙을 차고 있었다는거야
그러니까 발만 흙을 차고 있었대 할머니한테
할머니가 그 발목만 보이는 발을 보고는 기겁을 하시고서 자리를 박차고 악 소리를 지르면서 언덕을 내려오셨대
그런데 한참을 내려오는데 언덕이 이렇게 높고 내려가는 길이 이렇게 멀었나 싶을 정도로 끝이 안나더라는거야
그제서야 뛰던걸 멈추고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시고 뒤를 돌아봤는데
할머니가 밭 바로 옆에서
걷고 계셨대
뒤로 가지도 옆으로 가지도 앞으로 가지도 않고
제자리에서 걷고 계셨대
그러다 어디서 팟,팟 하고 소리가 나서 보니까
머리에 흙이 잔뜩 묻고 옷이 여기저기 찢기고
팔 하나가 없는 사람이 밭 중간에 서서 방방 뛰고 있었대
다른 곳은 아무 미동도 없이 맨발로 밭 위 제자리에서 뛰는 모습이 너무 기괴하고
무엇보다 사람이 제자리에서 뛰면
그 반동 때문에 옷가지도 흔들리고
머리카락도 흩날려야하는데
아주 꼿꼿하게 고정되어서는
방방 뛰고 있었다는거야
할머니는 그걸 보고 계시다가 저건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으시고 무서움에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으셨대
할머니는 그 뒤로 정신을 잃으시고
깨어나셨을 때는 마을 친구 집이셨대
해는 이미 진 상태였고
할머니가 눈을 뜨자마자 그 친구분이랑 친구분 남편이 허겁지겁 달려오시더니 할머니한테
" 왜 혼자 밭을 가 이 더운날에? 그러니까 이런 일을 겪지!
잡아다 데려온다고 아주 혼났어 "
라고 하시면서 화를 내시더래
할머니는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내가 어떻게 여기 왔냐고 물으셨고
친구분이 말씀을 해주시는데
이걸 듣고 다시는 혼자 밭에 가지 않으셨대
친구분 하시는 말씀이
할머니가 밭을 매러 언덕을 오르시는 걸 친구분이우연히 보셨고 아무리 불러도 할머니가 대답을 안하셨대
친구분은 불러도 대답도 안하고 이 더운날 뭐하러 밭을 매러 가는건지 걱정이 되셨다는거야
혹시 더위라도 먹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할머니를 설득해서 데리고 오시려고
집에 들려서 새참을 가지고 언덕을 오르셨대
언덕을 거의 다 올라와서 밭쪽을 보는데
할머니가 밭 중간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꼿꼿하게 제자리를 뛰고 계셨대
대체 뭘하는데 거기서 뛰고 있는지
할머니를 부르셨는데
할머니가 대답은 안하고 뛰던걸 멈추고
할머니를 뚫어지게 보시더니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하셨대
동시에 방울 소리도 들리는데 친구분이
아 지금 저거 귀신이 들렸구나라는 생각이 딱 꽂히셨대
어째야할지를 몰랐던 친구분은 할머니를 보다가
사람들을 데려와야겠다는 마음으로
새참을 들고 그대로 언덕을 향해 몸을 돌렸는데
그 순간 할머니가 쇳소리로 소리를 지르시더니
친구분한테 달려오셨대
친구분은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뛰려고 하시는데
발에 모래주머니를 가득 묶어놓은 듯이 묵직해서
땅에서 떨어질 생각을 안하더라는거야
친구분은 악을 쓰면서 움직이려고 하는데
한 세발 자국 움직였을 때 이미 할머니가 코 앞까지 와있었대
할머니는 친구분 얼굴 앞에 할머니 얼굴을 훅 들이밀더니 얼굴을 꼿꼿히 세우고 동서남북 방향으로 이리저리 돌리셨대
친구분은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 주저 앉으셨고
아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셨대
친구분이 소리를 지르니까
할머니가 고개를 돌리는 상태에서
친구분을 따라서 똑같이 아아악 소리를 지르고
푸히 푸히 푸히 푸히
하면서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면서 웃으셨대
그러다가 방방 뛰고 또 얼굴을 돌리고
소리를 지르고 웃고를 반복하시면서
친구분 앉아있는 곳을 뱅뱅 돌면서
마치 친구분을 놀리듯이 뛰어다니셨대
친구분이 봤을 때는 이미 할머니 얼굴이 아닌
다른 사람 얼굴이셨다고 해
웃고 있는 다른 여자 얼굴이 할머니가 웃으실 때마다 보이셨대
그렇게 친구분도 거의 무서워서 진이 다빠지고 실성하기 직전까지
온 중에 친구분 남편이 친구분을 찾으러 언덕을 올라오셨고
그 할아버지가 악 소리를 지르며 당장 그만두라고 호통을 치자
할머니가 하던 것을 딱 멈추더니
그 자리에서 할아버지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시고
눈을 크게 떳다 감았다 입을 오무렸다 폈다 벌렸다 다물었다를 하시더니
나를 나를 나를 나를 나를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내가 내가 내가 내가 왜 왜 왜 왜 왜 왜 뭘 뭘 뭘 뭘 뭘 푸히 푸히 푸히
라고 하시더래
남편분은 할머니를 잡으려고 다가섰고
그러자마자 할머니가 엄청 빨리 언덕아래로 미친듯이 뛰기 시작하셨대
친구분은 그걸 보자마자 할머니를 잡아야한다며 소리치며 같이 뛰어가셨고
할아버지도 덩달아 뛰셨대
할머니가 얼마나 빠른지 까딱하면 눈 앞에서 사라질 정도로 뛰어가셨대
친구분은 할머니한테 신발까지 던져가며 할머니를 잡으려고 하셨고
할아버지는 ㅇㅇ아 ㅇㅇ아 이러시면서 할머니를 보고 외치셨대
여기서 ㅇㅇ이는 우리 할머니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이었대
그렇게 친구분과 친구분 남편이 언덕을 할머니를 쫓아 거의 내려오셨을 때
할머니는 이미 언덕을 다 내려가시더니
길 한복판에 철퍽 쓰러지셨대
그래서
친구분과 친구분 남편은 할머니를 들쳐업고
집에 오셨고
친구분이 할머니 몸을 만지자 할머니 몸이 엄청 차가우셔서 여름에 솜 이불로 칭칭 감아두셨대
할머니는 이 이야기를 다 듣고
나는 기억이 없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친구분께 할머니가 언덕에 올라가셔서
쓰러지기 직전까지 겪은 일들을 말씀드렸고
친구분 남편은 그걸 다 들으시더니
심각한 얼굴로
아까 할머니 뒷통수에서 그 여자가 나와 입모양으로 가 안돼 가 안돼 라고 하셨대
할머니가 그 여자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예전에 남편에게 팔려오는 것 마냥 시집을 온 여자가 있었는데
매일 남편에게 맞고 매일 모든 밭일과 집인일을 하다가
하루는 그 여자가 할머니처럼 혼자 밭을 매러가서
짐승한테 공격을 받고
팔을 다친 상태로 집을 오다 마을 친구와 낚시를 하고 오는 남편을 마주쳤는데
남편이 그 다친 아내를 보더니 놀라거나 걱정을 하기는 커녕 아내를 보자마자
마을친구 앞에서 인사를 안하냐며 발로 차고 때리기 시작했대
여자는 팔을 다쳐 반쪽이 피로 물든 상태였는데
남편이 아내를 발로 몇번 차자 힘 없이 축 늘어져
미동이 없었다는거야
마을 친구와 남편은 그걸 보고 심각성을 깨달았고
남편과 친구는 그대로 여자를 논두렁에 빠트리고 달아났대
그리고 나서 죄책감을 느낀 친구는 마을 사람들에게 이실직고하고
마을 사람들과 논뚜렁에 빠트려놓은 여자의 시체를 옮겨 묻어줬다는거야
그런데 할머니 밭 뒤에 무덤들이 많았고
그 시대에는 밭이나 무덤이나
경계없는 곳이 태반이어서 사람들이 그런걸 신경쓰지 않았대
그 중에 한 무덤이 그 여자가 묻힌 곳이었고
종종 언덕에 갔다가 그 여자를 보거나 홀리는 일들이 생겼었대
그런데 할머니처럼 여자한테 씌이다 싶이 한 사람은 없었는데
할아버지 생각에는 할머니가 혼자 밭을 매고 있는게 자신과도 같다고 생각해서
할머니도 자신과 같이 혼자 밭을 매다 공격을 당하거나 안좋은 일을 당할까봐
쫓아내려하셨고 할머니가 갈생각은 안하고 계속 꿋꿋하게 밭을 매자
직접 할머니를 언덕 밑으로 돌려보내려고 한것 같다는거야
가부장적인 사회가 당연했던 때라 마을 남자만 이 일을 알고 있었고 다들 쉬쉬하며 살았대
그 여자 귀신도 남편친구분이
호통을 쳐서 멈칫하다
왜 왜 하며 말대꾸를 한건
아마 남자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고
할머니한테 다가오자 자신이 남편한테 해코지 당했던걸 생각해 위협으로 느끼고 도망치듯 언덕으로 내려온 것 같다고 하셨대
할머니는 그 이야기를 듣고 안타깝기도하고 무섭기도해서
언덕에 갈때는 항상 누군가와 함께 가셨대
이야기는 이게 끝이야
글을 못써서 무서웠을지 모르겠는데
나는 듣자마자 무섭기도 그 여자가 불쌍하기도
그 남편이라는 사람에 대해 화가 나기도 했어
그럼 나중에 또 무서운 얘기 들고 올게
사진은 문제되면 지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