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문제로 얘기하며 녹음을 하고 있었는데 가족 문제로 번져서 그것마저 녹음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말한 것과 한치 다름 없는 녹취록을 올리니, 다들 보시고 이런 부모가 되지 말아주세요.
나: 내가 생각해 봤는데, 내가 못 참는 건 어렸을 때 너무 많이 참아서 그런 것 같아.
엄마: 뭘 참아, 니가? 어렸을 때 뭘 참아?
나: 남동생 문제도 참으라고 하고,
엄마: 동생한테 너 참은 거 별로 없어. 동생이 참았으면 참았지.
나: 걔가 얼마나 날 괴롭혔는지 알아? 내가 포기해가지고, 그래서 안 싸우게 된 거야.
엄마: 그건 니 생각이야. 동생한테 물어봐. 동생이 뭐라고 하나.
나: 걔가 나 때리고, 괴롭히고, 시비 걸고 할 때마다 엄마가 나보고 참으라고. 그리고 초등학생 때
남자애들이 괴롭힐 때도 참으라고 했지.
엄마: 동생한테도 참으라고 했어.
나: 아빠가 내 엉덩이 만지는 것도 참으라고 했지.
엄마: 아 물 속에서 장난친 거잖아.(제가 25살 때, 외가 식구들과 계곡 놀러갔을 때 엉덩이 밀어서 물에 넣어준 걸 외조부님께 삼촌들에게 다 말해서 크게 번진 적이 있습니다. 장모님 장인어른 처남한테 딸 엉덩이 만지는 거 알려지고 낯부끄러워서라도 이젠 그만 하길 바랐는데.)
나: 물 속이 아니잖아. 계속 그랬어.
엄마: 이뻐서 그랬겠지.
나: 잘 들었어. 이뻐서 그랬다고
엄마: 너 (윗층 사는 남자)이 누나는 어떻게 하는 줄 알아? 자기 아빠 아예 끌어안고 있어.
나: 나는 (윗층 사는 남자)이 누나가 아니야, 엄마. 나는 엉덩이 만져지기 싫어, 엄마.
엄마: 그러면 말을 해야지!! 뭘 이제 와서 감정적으로 그래?
나: 아직도 기억나는 게 있는데, 초등학생 때 남자애들이 내 옷에 낙엽 넣어가지고 엄마한테 얘기를 하니까 엄마가, 하하하, 너무 로맨틱적이라고. 자기도 그렇게 받고 싶다고 그러더라.
엄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어. 그 때 엄마가 얼마나 난리 쳤는데. 너 머리 산발해 와가지고. 학교 선생님한테까지 다 따져가지고 그거 학교폭력으로 이어질 뻔 했는데. 너는 기억을 이제 지어내내 지어내.
나: 엄마가 지어낸 것 같은데? 그래가지고 내가 낙엽 이것 좀 보라고, 옷 벗으니까 낙엽 막 떨어지니까 엄마가 로맨틱하다고, 자기도 그렇게 받고 싶다고 했다가 낙엽 엄청 많이 떨어지니까 “어, 좀 많이 넣긴 했네.” 이러더라?
엄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그 앞에 엄마가 회장 엄마여가지고 엄마가 가서 따져가지고 얼마나 걔네들 혼났는데. 알지도 못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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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은 여기서 끝입니다. 녹음 후에도 계속 언쟁이 있긴 했지만, 녹음본이 없으니 저도 녹음보단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테고, 여기서 끝냅니다. 아래는 위 말싸움에 대해 당사자인 제 의견을 적었습니다.
1.
남학생: 낙엽 일은 엄마가 내 편이 아니라는 걸 어린 나이에 일깨워 준 나름 파격적이었던 사건입니다. 학교 옆에서 남자애들이 여자애들 옷 속에 낙엽을 집어넣었고, 저는 집에 오자마자 거실에 있던 엄마에게 남자애들이 옷 속에 납역을 집어넣었다고 일렀습니다. 남자애들을 혼내지 않으면, 내 걱정이라도 해주든지. “어머~ 로맨틱하다.” “로맨틱하긴 뭐가 로맨틱해? 낙엽 넣는 게 싫지!” “엄마도 누가 옷 속에 낙엽 넣어줬으면 좋겠다.” 제가 거실에서 집어넣어진 낙엽을 빼내자 그제서야 “좀 많긴 많다.”라고 했습니다. 기억을 이상하게 한다고 오리발 내미는데, 내가 문과 이과 어떻게 선택했는지도 동생에게 왜곡해 들려준 엄마 기억을 믿느니, 그 때가 충격적이라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내 기억을 믿는 게 정확할 것입니다. 제 앞에선 그렇게 말하고, 뒤에선 학교에 항의를 한 건가 생각해보았는데, 그렇다면 그렇게 말했어야지 아예 저보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한다, 이상하게 기억한다고 하는 걸 보니 그럴 것 같지 않네요.
2.
아빠: 아빠가 엉덩이 만지는 건 물놀이 때 외가 식구들한테 널리 알린 때 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계속 돼 온 일입니다. **중학교 근처 살았을 때(집 위치 상 초등 고학년~중학생 무렵) 아빠가
자기 전에 엉덩이 만져서 그 땐 신고한다고 한다고까지 말을 했는데 그건 기억이 안 나나 봅니다. 그 때 엄마아빠 둘은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고 얘기를 했고, 저는 닫힌 문에 귀를 대고 엿듣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엄마가 “애가 어려서 그래.”라고 하는 말은 들렸는데요. 아빠가 신고하겠다는 나를 괘씸하게 여겨 패버리겠다는 걸 달래는 중이었는지, 신고하겠다는 말에 상심해 있는 걸 엄마가 달래는 중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아빠도 성격이 장난 아니거든요.
아빠는 사는 내내 기회만 되면 제 엉덩이를 만져왔고, 엉덩이 만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산 적도 없습니다. 제가 조심하며 살았습니다. 아빠가 근처에 오면 아빠를 마주보거나 나란히 같은 방향으로 서고, 아빠에게 뒷모습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게 이제 몸에 익었습니다. 싫다고, 하지 말라고 화내는 것도 한 때였지, 초중학교 한창 예민한 사춘기 시절 지나니 이제 아빠에게 하지 말라고 말하고 또 말하는 것도 소모적이고, 그저 제가 부엌 싱크대에 있다가도 뒤에 아빠가 지나가면 뒤돌아서고. 그러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