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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등학교 시절, 이젠 안녕 (+긴글주의

ㅇㅇ |2018.08.05 01:00
조회 245 |추천 0

우선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니가 이 글을 읽어도 넌 줄 모르면 좋겠어. 알아도 모르는 척 해줘ㅎㅎㅎ.

너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첫 동아리 시간. 분반이었던 우린 같은 동아리 심지어 같은 조 바로 옆에 앉았지만 항상 한 마디 말 조차 하지 않은 채 그 많던 시간들을 보냈지.

처음 본 날부터 호기심이었을까. 너에게 궁금한 것이 많던 나는 항상 고민만하다 시간을 허비했지.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었던 것 같아. 반에서는 그렇게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다니던 내가, 부끄럼이라곤 몰랐던 내가 니 앞에선 항상 부끄럼을 탔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너를 좋아했던 게.
그렇게 인사 한번 해보지 못하고 1년이 지나갔어. 아! 그래도 동아리 덕분에 말은 2번 해봤다ㅎㅎㅎ

2학년 때 부턴 합반이었지만 1년동안 얼굴만 아는 사이인 너와 나는 절대 이어질 수 없다는 생각에 포기했었지. 그런데 왠걸 너랑 나랑 같은 반이더라.

포기했지만 같은 반이라는 사실에 솔직히 너를 의식했었어. 그렇게 자리를 뽑았는데 지금은 싸웠지만 당시 내 친구랑 너랑 짝이더라. 나는 성격상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친구들에게 말한 적 없었던지라 그냥 다행이다라는 생각으로 넘어갔지.

그런데 내 친구가 그러더라. 내가 맨 앞에서 수업을 듣고 대답을 하면 니가 귀엽다는 듯이 웃는다고. 나는 아니라고, 그럴일없다고, 친구가 착각하는 거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어라? 하는 마음이 컸었어. 그렇게 친구가 계속 말하니까 나도 모르게 너를 다시 좋아하게 된 것 같았어. 이번에는 정말 잘해보고 싶어서 친구한테 말했어. 친구가 자꾸 그러니까 너한테 관심이 간다고. 친구는 그럴 줄 알았다면서 웃으며 끝났지.

그렇게 2주쯤 지났을까.
친구가 너를 좋아한대. 친구는 내가 너한테 관심있다는 사실을 잊은 듯 했어. 그래서 그냥 친구 보고 잘해보라고 했어. 나는 성격도 못났고, 얼굴도 못생겼고, 공부도 못하니까. 너한테 어울리는 여자가 나는 아닌 것같아서 다시 한번 포기했어.

그렇게 또 2주쯤 지났어.
한 달에 한 번 자리를 바꿨던 우리 반은 자리를 바꿨어. 처음에 친구도 나도 너의 근처에 가지 못했지만 반장이었던 내가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네 근처로 자리를 옮겨줬었어.

며칠 후에 친구가 울면서 나한테 오더라.
너랑 니 짝지가 하던 진실게임 내용을 들었다면서 말이야. 그 내용은 안들어도 알듯했었어. 니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니가 좋아하는 사람은 우리 반 또는 옆반이고, 엄청 활발하다는 것, 그리고 귀엽다고. 솔직히 기대했었어. 니가 좋아한다던 그 사람이 나는 아닐까하면서. 그래서 친구한테 미안했지만 내 기분이 마냥 안좋지만은 않았어.

내가 너를 두번이나 포기했던 탓이었을까. 니가 좋아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옆 반 애더라. 옆 반애는 예쁘고, 날씬하고, 공부도 잘하고, 심지어 성격마저 좋았어. 그래서 미워하려고해도 미워할 수 없더라.

사실 포기라고해도 너를 좋아했던 마음은 은은하게 남았었던 거 같아. 그래서 니가 좋아하던 사람이 옆 반 애라는 것을 알고도 나는 은은하게 너를 좋아했던 거 같아.

아! 3월 쯤 내가 너한테 공부 물어보면서 점차 친해졌었는 선생님이라고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많이 오글거리네ㅎㅎㅎ.

니가 페북 친구도 걸어주고, 인스타 맞팔도 하고, 봉사 끝나고 같이 집도 걸어가고, 동아리도 같고, 야자 시간에 매번 붙어 빙고도하고, 야자 끝나면 서로 다른 속도로 운동장을 돌며 마주치면 인사를 건냈지.
난 하루하루가 가면 갈 수록 니가 좋아지더라.

집을 그렇게 좋아하는 내가 매일 야자 끝까지 남았던 이유는 너였어. 넌 매일 야자를 했으니까. 넌 매일 내 옆에 앉아 같이 놀아줬으니까. 같이 게임도 하고, 이어폰 나눠끼며 노래도 같이 듣고, 니가 유튜브를 볼 때면 괜히 심술이 나 니 핸드폰을 꺼버리기도 했고, 몰래 과자도 같이 먹으면서 보냈던 시간이 어찌나 좋던지ㅎㅎㅎ. 지금 생각해도 좋았던 기억인 것 같아.

기습으로 가위바위보를 하며 땅콩때리기를 좋아하던 너는 나 보고 왜 이렇게 못 때리냐며 자기 손등에 때리는 연습하라며 내어주기도 했지.
니 핸드폰에 내 지문을 등록하기도 했고, 니가 나에게 시계를 차주기도 하고, 야자 끝나고 라면 족발 치킨 피자 등 수 없는 음식을 먹고, 니가 내 손도 잡아주며 뭘 가르쳐주기도 했지.
조별 과제를 하느라 카페에 모였을 때도 너는 내 빨대에 아무렇지 않게 입대기도 했어.
애들 모아 축구를 보던 중 너는 잠든 나에게 선뜻 베개가 되어주기도 했어. 그럴 때마다 내 심장은 너에게 닿을까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기나할까.

이것 말고도 내 심장이 요동치던 일은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훨씬 많았어. 그런데도 내가, 니가 고백하지 않았던 이유는 너는 좋아하는 애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고, 나는 니가 가끔 우리 사이에 선을 두며 니가 좋아한 아이를 언급했기 때문일까?

1학기 2차고사가 끝나고 또 다른 내 친구가 너를 좋아한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나는 어떤 표정인지, 어떤 말투인지, 내 마음은 어떤지 생각을 끝마치기도 전에 내 마음을 숨기기 급급했어. 그 친구가 너를 좋아하는 게 아주 많이 보였거든. 하지만 내 친구와 니가 좋아하던 옆 반 애와는 아주 친한 사이였어.

그래서 가끔 옆 반 아이가 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종종 들을 수 있었어. 옆 반 아이는 연예인을 좋아했고, 너에게 관심이 없는 듯 보였어. 그 사실에 나는 솔직히 옆 반 친구가 미웠어. 나는 니가 좋아 노래방을 가면 니 생각이 나는 노래로, 니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소원이 이루어질까 학을 아무리 접어도 이루어지지않는데, 옆 반 아이는 니 마음을 잡았잖아. 아 지금 생각하니 나 정말 어렸구나. 뭐 어쨌든 나중에 그 다른 친구에게 말했어. 나도 널 좋아한다고. 다행히 그때 친구는 다른 아이를 좋아해 우린 멀어지지 않았어.

하지만 너와 나, 우리는 점점 멀어졌고, 내 마음도 식기시작했어. 그리고 너는 다시 나에게 잘해줬지.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가 멀어지고 니가 다시 나에게 잘해줬던 이유는 니 친구가 나를 좋아해서 일부로 그런거더라. 조금 슬펐지만 어쩌겠어. 나는 너를 좋아하는데. 니가 옆에만 있어도 절로 웃음이 났는데.

그렇게 또 흐지부지 우린 3학년이 되었어.
니가 옆 반 여자아일 많이, 것도 아주 많이 좋아했던 탓일까? 우린 서로의 옆 반이 되었고, 너는 그 여자 아이와 같은 반이 되었어.

너는 반장, 니가 좋아한 여자아인 부반장으로 쑥스러워 어쩔줄 몰라하던 니가, 반장과 부반장이라는 타이틀 아래 항상 붙어다니며 일을 했어. 학원을 같이 다니는 건지, 가는 길이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들리는 이야기로 너네는 야자가 끝나면 매일 같이 다녔어.
한 쪽 가슴은 그렇게 아픈데, 다른 쪽 가슴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샌가 둘을 응원하고 있더라. 니가 좋으면 나도 좋았으니까.

그런데 우린 결국 멀어지고 말았어. 나는 너에게 계속 말했지만 넌 항상 한 귀로 흘렸어. 그래서 나는 너에게 장난친다고 너희반 칠판에 낙서를 하고갔어. 너는 그것에 화가났는지 너희 반 애들이 나한테 너 화났다고 말해주더라. 나는 이미 너랑은 그냥 평생 친구하고싶다는 마음이 커진 상태라서 그때도 너랑 화해하고 싶어 머쩍인 얼굴로 너에게 다가가 화났냐고 물어봤었지. 너는 "아니"라는 두 글자를 내 얼굴도 안쳐다보고 지나가더라. 한 번도 본 적 없던 굳은 얼굴을 하고선 말야.

자존심이 쎈 나는 그 뒤로 너와 한 마디 말조차 하지 않았고, 너도 나에게 한 마디 말조차 걸지 않았어.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 대신 가운데 손가락을 웃으며 들어올리던 우리는 모르는 사람인 마냥 지나쳤어. 시내에서 마주치면 8시에도 왜이리 늦게 돌아다니냐며 위험하다고 외치던 너는, 너와 나는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사람처럼 지나쳤어.

그렇게 우린 되돌아갈 수 없는 사이가 되었지. 처음에는 너를 많이 원망했었어.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건 너를 원망한 것이 아닌 나를 원망한 거더라.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는 너에게 사과하고 싶어. 그리고 너를 안 좋아하고 싶어. 2년이 지난 지금 서로의 소식조차 모르는 채 살아가고 있지만 너는 잘 살고 있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혹 우연히 너와 만난다면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나의 고등학교 3년을 빛나게 해줘서 고마웠다고. 니 덕분에 좋았던 기억이 대부분이라고.

그리고 드디어 오늘 너를 그만 좋아하려고 해. 나도 이제 연애해야지. 나 좋다는 사람이랑. 정말 5년동안 좋아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즐거웠어. 넌 좋은 아이였으니까 꼭 좋은 사람 만나면 좋겠어! 그리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비록 나에겐 오지 않았지만 너에겐 갔으면 해. 니가 좋아하는 사람이 너를 좋아하는 그런 기적같은 행복. 내 인생에서 다시 한번 이렇게 순수하게 누군갈 좋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뭐, 아무튼 5년동안 정말 많이 좋아했고, 고마웠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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